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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한-중 정상회담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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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시각으로 지난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인민대회장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취임 후 5번째 정상회담을 했다.

그동안 한국은 한중정상회담 이후, 수차례 왜곡과 각색을 거듭한 내용을 발표했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시진핑 주석이 "북핵 절대 불용"이라고 말했다는 보도다. 시진핑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했는데도 이를 한국 측은 과장해 발표했다.

그렇다면 이번 회담 발표는 어떠했을까. 이제는 거의 '불치병'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왜곡과 각색의 연장선이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양 정상이 한반도 문제에 관해 합의한 "조속한 6자회담 재개"가 한국 언론에는 보도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선, 이번 정상회담이 끝나자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은 이렇게 발표했다. <연합뉴스> 등 국내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주 수석은 "(양 정상이)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과 핵능력 고도화를 차단하기 위한 의미 있는 대화 재개를 위해 창의적이고 다양한 방안을 협의하자'며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조속한 6자회담 재개"는 사라지고...

이를 그대로 받아쓴 한국 언론들은 "한중정상, 북핵포기 전략적으로 선택하도록 노력강화" "한·중 북핵포기 전략적 선택 유도" 등의 제목을 달아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북한이 핵포기라는 전략적 선택이 가능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한다.

더 나아가 주 수석은 "시 주석은 북한 핵에 대한 명확한 반대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철저히 준수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재천명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한중정상회담에는 여러 매체의 기자들이 동행하여 취재하고 있다. 그러나 거의 모든 한국 언론은 주철기 수석이 발표한 내용을 그대로 전하는 수준이다. 이들의 보도를 정리하자면 중국은 북핵 불용을 거듭 강조했고, 핵 포기라는 전략적 선택이 가능하도록 한국과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양 정상이 뜻을 모았다.

그런데, 이러한 중요한 사항을 보도하는 외신은 전혀 없다. 답은 간단하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발표를 한 사실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한중정상회담에 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이나 발표는 뭘까.

우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번 한중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아래와 같은 내용을 지난 10일 자로 보도했다.

"한반도 상황에 관한 언급에서 시 주석은 중국의 입장은 항상 분명하고 일관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관련 당사국들은 6자회담 재개와 모든 당사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성실성과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중국은 한국과 북한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관계를 개선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중국의 주요한 역할의 중요성에 애착을 가지고 있으며 양국(한중)이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한 호의적인 환경을 창출하기 위해 대화와 협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피력했다."

중국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신화통신>이지만, 더 명확하게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중국 외교부 누리집을 찾았다. 아래는 한중정상회담에 관해 중국 외교부가 10일 공식 발표한 내용이다.

"시 주석은 한반도 이슈에 관한 중국의 입장은 명확하고 일관적이라고 강조했으며 모든 당사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한 융통성 있는 태도를 취해야 하며 모든 관계국들이 성실성을 보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국의 중요한 역할에 한국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는 입장과 관점을 표명했으며,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한 호의적인 환경이 창출되도록 중국과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중국 발표에 의하면 시진핑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강력하게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도 "중국 시 주석 북한 핵협상 재개를 희망한다고 밝혀(China's Xi says hopes North Korea nuclear talks can resume)" 등의 제목으로 이러한 내용을 보도했다.

시진핑 주석의 요구에 화답한 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고 있다.
▲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는 한-중 정상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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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중정상회담을 보도한 한국 매체에서는 이상하게도 이러한 내용을 찾아볼 수가 없다. 위 중국 발표문만 놓고 본다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에서 아주 중요한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 "조건 없는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는 중국 시 주석이 언급한 대로 중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그리고 이번 한중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이에 화답했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의 발표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한 호의적인 환경이 창출되도록 중국과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 부분은 그동안 여러 조건, 예를 들어 '북한 비핵화 조치 선행' 등의 언급 없이 시 주석의 "6자회담 조속 재개"에 함께 노력하겠다는 태도로 해석된다. 이전과 비교해서 나름 진일보한 입장 표명으로 볼 수 있다.

물론 한국 정부의 발표에는 이에 관한 언급이 없으니 이는 중국의 발표일 뿐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중국의 발표가 국내에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실, 시 주석이 일관되게 강조한 "6자회담의 조속 재개"는 박 대통령뿐만 아니라 한국의 어느 정치인이나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반복하는 내용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0월 14일, 한국의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도 "한반도 문제는 (어느 한 국가에서) 혼자 해결할 수 없다"며 "관련 각 당사국은 함께 노력해 일치된 목표를 가지고 전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6자회담은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돌이킬 수 없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실현하는 가장 최적의 틀"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사실은 이미 한국 언론에도 보도됐다.

특히,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그래야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다"며 '한반도 비핵화'의 중요성을 분명히 강조했다. 이에 김무성 대표도 "중국이 의장국인 6자회담이 빨리 개최되길 바란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국내 언론 보도를 보면 김 대표는 "한국 국민들은 시 주석의 단호한 북핵 불용 원칙에 대해 마음 든든히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아무리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해도 김 대표가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의아스럽다. 어쩌면 그 역시 한국 언론의 '왜곡'과 '각색' 영향을 그대로 받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시진핑의 한반도 정책, 한국은 왜 다르게 전달하나

그렇다면 북한이나 한반도 문제에 관한 중국의 입장은 무엇일까. 시 주석 말대로 아주 간단하다. 우선 '전 한반도의 비핵화'이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거나 추구하는 것도 양해될 수 없지만, 한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축소하거나 제거하라는 것이다.

그 다음이 바로 "조속한 6자회담의 재개"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과 한국이 '사전 비핵화 조치' 등 전제 조건들을 내걸며 6자회담을 진행하고 있지 않은 데 대해 강력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아무 전제 조건 없는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하고 모든 문제를 협상 테이블 위에서 논의하자는 것이다.

시 주석은 늘 "한쪽 입장이 아니라 모든 당사국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효과적인 해결책 모색"을 강조한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해석하면 동맹국인 북한의 입장을 배려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저렇게 핵 개발에 치중하고 있는 나름의 이유도 있으므로, 이에 대해서 관계 당사국들이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그 당사국의 한 축인 북한도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이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아무 조건 없이 관계 당사국은 조속히 6자회담 재개에 나서라는 것이 중국 정부가 초지일관 추진해 온 대한반도 정책이다.

그런데 특히, 한중정상회담만 하고 나면 이렇게 중국 정부의 입장에 대한 왜곡과 각색이 거듭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중국이 북한에 핵 반대의 압력을 엄청나게 넣고 있구나" 혹은 "우리 정부와 중국 정부의 대북 압박 정책 기조는 동일하구나" 등의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거듭 강조하지만, 현재의 국내 언론 보도는 중국 정부가 한반도 정책에 관해 취하는 명확한 입장을 우리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이 중국 정부의 정책을 모르게 하는 이러한 왜곡과 각색이, 과연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까? 대한민국 박근혜 정부의 외교정책 고위급 담당자들의 양심적인 각성을 다시금 촉구한다.


태그:#한중정상회담, #6자회담, #시진핑,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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