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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미씨(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남편 정태일씨(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가 판문점에서 북한 군인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은미씨(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남편 정태일씨(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가 판문점에서 북한 군인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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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토크쇼에 나서 북한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재미동포 신은미씨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에 대해 검찰과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이 그녀를 조사하는 이유는 '국가보안법'상 '북한에 대한 찬양·고무'의 혐의가 있기 때문이란다. 아이러니하게 이 '국가보안법'은 그녀의 외조부인 박순석 제헌의원이 만든 법이다.

어린 시절 리틀엔젤스 단원으로 국위선양을 했으며 국내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비교적 부유한 생활을 해왔던 그녀다. 그가 왜 이런 상황에 직면한 것인가?

정권 따라 바뀐 통일정책... 통일 오작교 된 해외동포

남북분단 70년이 다 돼가는 동안 우리의 통일정책은 정권에 따라 널뛰기를 해왔다. 군사정권 시절 철저히 이념과 군사 대립의 상태를 유지하다가 김영삼 정권에서부터 풀리기 시작한 남북관계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 화해 무드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다시 냉각된 남북관계는 지금까지 수차례 군사적인 충돌을 겪으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개성공단이 위기를 맞았고, 금강산 관광은 전면 중단 됐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개성공단은 제자리를 찾는 듯했지만 금강산 관광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이런 와중에 북한은 경제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외화벌이의 일환으로 해외에 사는 동포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관광사업을 벌였다.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한 유럽과 지구촌 곳곳에서 북한을 찾는 해외동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자유조선방송>에 따르면 2013년 북한을 방문한 해외 관광객 수가 1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북한은 내년에 100만 해외관광 시대를 열어 북한식 개방의 길로 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분단 70년 동안 통제된 세상 속에 살던 북한이 서서히 자신들의 모습을 개방하기 시작했다. 북한을 방문하는 해외 동포들이 하나의 민족이라는 동질성을 직접 경험하는 일이 잦아졌다. 남과 북을 평화와 화해의 길로 연결시키겠다는 신은미씨 같은 사람도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남한과 북한의 이산가족들은 아직도 자유왕래를 할 수 없다. 6·25 때 헤어진 가족들도 있지만 최근에 북한을 떠나온 '새터민'들도 또 다른 이산가족이다. 이들 역시 가족과 헤어져 살고 있는 피해자다.

동서고금의 역사를 다 뒤져봐도 이처럼 처참한 비극이 또 어디있으랴. 짐승도 죽을 때는 머리를 고향으로 둔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물며 사람은 두고 온 고향과 가족들이 얼마나 그립겠는가?

그러나 해외동포들은 남한과 북한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 그들의 눈에는 남과 북의 정치·경제·사회·문화가 다 보였을 것이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던 '오작교'를 놓아 남과 북이 화합하는 모습을 만들어 해외에서 자랑스러운 조국 '코리아(KOREA)'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신은미씨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했다.

"북한에 사는 동포도 내 민족이고, 남한에 사는 동포도 내 민족입니다. 우리는 같은 말을 쓰고 똑같이 착한 품성을 지닌 한겨레이고 한민족입니다.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비극은 이제 끝내야 합니다. 통일은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는 결코 오지 않을 겁니다."

조국 떠나겠다는 신은미씨... 대체 왜?

홍익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오는 4일 김대중 도서관에서 신은미씨와 박창일 신부를 초청해 '북한수다여행' 토론회를 열기로 계획했다. 홍 의원은 "신씨에 대한 일부 여론의 마녀사냥이 지나치다"며 "토론회를 통해 오해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결국 이 토론회도 신은미씨의 신변과 행사장 주변의 시위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취소됐다.

한편, 신은미씨는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라는 책을 낸 이후에 유명인이 되어, 작년에는 통일부에서 운영하는 인터넷방송에 인터뷰를 곁들인 다큐멘터리에도 출연한 바 있으며, 신씨의 책은 문체부의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돼 전국 도서관에 보급되기도 했다.

최근 UN이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의 위헌정당 심판도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일부에서는 때마침 열린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과의 토크쇼가 시기상 희생양이 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와중에 신은미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언론을 통해 나의 조국이 남편과 나의 재입국을 금지할 것이라는 뉴스를 접했다"라며 "더 이상 우리를 원치 않는 조국에 머무른다는 것이 도리가 아닌 듯하다"고 밝혔다.

"이국땅에 살며 북한 여행을 하게 됐다. 그곳에서 나는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또 다른 우리의 형제들을 봤다.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남녘의 동포들에게 전했다. 그러나 이것이 용납되지 않는다면 떠나는 것이 조국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비록 몸은 떠나지만 내 마음은 기도로써 늘 조국과 함께할 것이다."

어떠한 이유에서도 신은미씨와 같이 순수한 의도로 하는 '해외동포들의 인도주의적인 통일운동'이 남북당국의 정치적인 희생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이는 오히려 북한의 개방을 늦추는 브레이크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면 통일은 지나온 70년과 같이 요원한 외침에 그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동영상 제공 : <미래방송>

이 기사는 <세종뉴스>(http://www.sje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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