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조계종 고위직 스님들이 김희옥 동국대 총장을 만나 후보사퇴를 종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동국대 교수들이 진상조사와 책임자 조치,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동국대 교수협의회(회장 한만수)는 14일 '혼탁해진 총장선거, 절차적 정당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교수협은 입장문에서 "교수협의회는 총장 선거가 비민주적 방식으로 파행되고 있음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면서 "이는 현 선거제도의 제도적 결함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 이를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교수협이 지적하는 현행 총장선거제의 결함은 '일체의 선거운동'을 금지해 후보자와 교수 교직원 학생 등 구성원 간 소통이 차단돼 있다는 점, 3~5명이라는 너무 많은 후보를 추천하는 점, 외부 후보를 의무 추천하는 점 등이다. 교수협은 이런 점들이 매우 불합리하고 비민주적이라고 했다.

"김희옥 총장 사퇴가 명예로운 퇴진을 위한 종단 배려이고 중재 노력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취지였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구성원들의 불신을 야기하고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는 까닭은 의사소통 방식의 불투명성과 부적절성 때문이다.

특정인의 사퇴가 과연 필요했던가, 또는 누가 총장이 되는 것이 동국대를 위해 가장 좋은 일인가 하는 판단과는 관계없이, 이 회동은 절차적 합리성에서 큰 흠결이 있음이 분명하다. 재단 규정에 따라 총추위에서 선임된 차기총장 후보에게, 재단이사회와는 관련 없는 다수의 스님들이 사퇴를 권유했다면 이는 명백한 월권이다.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

교수협은 후보사퇴한 김 총장에게도 쓴소리를 했다. "법적으로 아무런 권한이 없는 스님들의 권유를 받고 즉각 사퇴했다면, 자신을 지지했던 재단과 동국대 모든 구성원에 대해 책임감 있는 결정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일부가 주장하는 사퇴 철회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교수협은 조계종 종단에 동국대 이사회 권한과 독립성을 존중하고, 이 같은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또, 이사회는 총장 추대 관련 규정을 대대적으로 손질해 대학 구성원의 민주적 참여를 보장할 것, 이사회와 총추위는 김희옥 후보 사퇴 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점들을 진상조사해 책임을 밝히고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동국대 교수협의 성명서 전문.

혼탁해진 총장선거, 절차적 정당성을 회복해야 한다
-최근 사태에 대한 동국대학교 제 14대 교수협의회의 입장
 

본 대학 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에서 1위 득표를 했던 김희옥 현총장이 지난 11일 후보를 전격 사퇴했고, 심각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본 대학의 구성원과 동문사회는 물론 재가신도들까지 조계종 총무원의 부당한 선거개입과 외압으로 후보 사퇴가 이루어졌다며 동요와 반발을 보이고 있으며, 일부 불교 언론들 역시 연일 비판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동국대학교 학생 일인이 제안하여 구성된 것으로 보이는 소위 '학생모임'은 문제의 모임에 참여했던 여섯 스님의 사퇴와 새로운 총추위 구성을 요구하는 대자보를 게시하기까지 했다. 이에 앞서 27대 총동창회 긴급통신 등에서는 김희옥 현 총장에 대해 갖가지 비리 의혹과 도덕성 문제들을 제기하였고, 소위 '정책위원회'에서는 김후보를 옹호하는 문건을 발표한 바 있기도 하다.

제14대 교수협의회는 총장 선거가 비민주적 방식으로 파행되고 있음을 심각하게 우려한다. 이는 교수협의회가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하였던 바, 현 선거제도의 제도적 결함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 현 총추위 규정은 공청회를 비롯한 '일체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등 교수 교직원 학생 등 주요 구성원들과 후보자 사이의 소통을 거의 차단하고, 3~5명이라는 너무 많은 후보를 추천하도록 하는가하면, 외부 후보를 의무적으로 추천하도록 하는 등 매우 불합리하고 비민주적인 내용을 대거 포함하고 있다(교협이 지난 10월 16, 21일 총장 및 이사장께 전달한 건의문 참조).

그 결과 후보에 대한 충분한 검증과 민주적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데 실패하였으며, 따라서 개인과 집단들이 저마다 비공식적인 통로로 여론을 형성하거나 학교와 재단 외부의 지지를 호소할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이를 시급히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믿는다.

물론 금번 김희옥 총장의 사퇴는 불교계 주요 인사의 명예로운 퇴진을 위한 종단의 배려이고 중재 노력이라는 견해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취지였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구성원들의 불신을 야기하고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는 까닭은, 의사소통 방식의 불투명성과 부적절성 때문이다.

특정인의 사퇴가 과연 필요했던가, 또는 누가 총장이 되는 것이 동국대를 위해 가장 좋은 일인가 하는 판단과는 관계없이, 이 회동은 절차적 합리성에서 큰 흠결이 있음이 분명하다. 총추위에서 선출된 후보 중에서 총장을 최종적으로 선임하는 권한은 본 대학 재단이사회에 있음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재단 규정에 따라 총추위에서 선임된 차기총장 후보에게, 재단이사회와는 관련 없는 다수의 스님들이 사퇴를 권유했다면, 이는 명백한 월권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한편 김희옥 현 총장의 사퇴 결정에 대해서도 유감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법적으로 아무런 권한이 없는 분들의 권유를 받고 즉각 사퇴하였다면, 자신을 지지했던 총추위원들과 총추위 자체에 대해, 아니 동국대 재단과 동국대 모든 구성원들에 대해 책임감 있는 결정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일부가 주장하는 사퇴 철회 역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판단한다.

물론 동국대학교는 조계종 종립학교인만큼 종단의 애정과 후원이 절실하며, 또한 이번 고승대덕 스님들의 회동 역시 본교에 대한 충심어린 애정의 발로였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종단과 재단은 법적 · 행정적으로는 엄연히 분리된 조직이며, 따라서 상호 긴밀히 협조하면서도 적절한 거리는 엄격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교수협의회는 그동안 총장선거에서 엄정 중립을 지켜왔으며 지금도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단지, 종단과 본 대학은 상호상생하는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그 권한과 기능이 혼동되어서는 안된다는 기본적 원칙이 훼손되었음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는 뜻을 밝힌다.

이에 제14대 교수협의회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조계종 종단은 동국대학교 및 동국학원 이사회의 권한과 독립성을 존중하고, 앞으로 이런 유감스러운 사태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하나. 이사회는 총장 추대 관련 규정을 대대적으로 손질하여 대학 구성원의 민주적 참여를 보장하고, 구성원들의 뜻을 최대한 존중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기 바란다.

  
하나. 이사회와 총추위는 김희옥 후보 사퇴 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점들을 진상 조사하여 책임을 밝히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


2014. 12. 14
동국대학교 제14대 교수협의회



태그:#동국대, #조계종, #선거 개입, #총장 선출, #교수협의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불교닷컴은 2006년 1월 창간한 인터넷 전문매체로서 불교계 소식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며 불교 개혁에 앞장 서고 있습니다. http://www.bulkyo21.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