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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를 보면 대한민국이 여인천하임을 실감하게 된다. 혼자 사는 여성 대통령의 주변이야기로 시끌벅적한 청와대 문고리 3인방 사건, 종북논란을 불러온 신은미-황선 토크콘서트, 대한항공의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사건이 모두 공교롭게 그 주인공이 여성이다.

일견 세 가지 사건은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그 뿌리를 캐고 들어가 보면 질곡의 세월을 살아온 우리의 일그러진 원형이 그 모습을 드러내 씁슬한 미소를 머금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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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고 박정희 대통령의 장녀로 태어나 청와대에서 공주처럼 살다가 프랑스 유학 중 1975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 어머니 육영수가 사망하는 바람에 졸지에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하다가 5년 뒤 아버지마저 총탄에 잃고 청와대를 떠났다.

그녀는 청와대의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하는 기간에 만난 최태민 목사와 함께 새마음봉사단을 조직한다. 후에 이 조직을 기반으로 국민정신 개조운동인 새마음운동을 전개하게 되면서 최 목사의 다섯 번째 부인 딸인 최순실씨의 남편 정윤회씨와의 인연이 시작된다.

그녀는 1997년 한나라당에 입당하여 제15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이회창 후보를 지원하며 정계에 입문하고, 이듬해 치러진 대구 달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설 때까지 정윤회씨를 비서실장으로 옆에 두었었다.

일명 '땅콩리턴' 논란을 빚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도착, 취재진이 준비한 포토라인으로 걸어오고 있다.
이날 조 전 부사장은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사과하겠냐는 질문에 "진심으로 사과하겠습니다"고 말했다.
▲ 모습 드러낸 조현아 "진심으로 사과하겠습니다" 일명 '땅콩리턴' 논란을 빚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도착, 취재진이 준비한 포토라인으로 걸어오고 있다. 이날 조 전 부사장은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사과하겠냐는 질문에 "진심으로 사과하겠습니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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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0시 50분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KE086 항공기에서 땅콩을 봉지채 줬다는 이유로 승무원을 질책하고 사무장에게 고성을 지른 뒤 해당 항공편을 되돌려 사무장을 내려놓고 떠나게 해 물의를 일으켰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처음에 대한항공은 사과인지 조 부사장을 비호하는 것인지 헷갈리는 이상한 '사과문'을 발표하지만, 여론이 계속 들끓자 그다음에는 부사장직은 유지한 채 보직 사퇴 결정을 내렸다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면피용 대책을 발표한다.

그러나 여론은 대한항공과 조현아 그녀의 '갑질 횡포'에 분노하기 시작했다. 결국 10일에는 부사장직에서 사퇴하기로 하고 이후 검찰의 대한항공 압수수색, 국토부 조사까지 이뤄졌고 해당 승무원, 사무장, 목격자의 진술이 터져 나왔다. 사태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 19일(미국시간) 모국방문 비행기에서의 신은미씨
 지난달 19일(미국시간) 모국방문 비행기에서의 신은미씨
ⓒ 신은미씨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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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부터 일련의 토크콘서트에 나서 북한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종북논란을 불러온 재미동포 신은미씨에 대해 경찰이 이틀째 국가보안법 저촉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그녀를 종북으로 몰아부치며 심지어 '저능아' 수준으로 비하하고 있다.

2011년부터 작년까지 6차례 북한을 방문하고 <오마이뉴스>에 여행기를 연재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두 권의 책을 내 유명세를 타며 지난 4월에 이어 전국순회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그녀의 책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우수도서로 선정됐으며 통일부에서 다큐 인터뷰도 찍었다.

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공안당국의 조사를 받는 이유는 70년 가까이 3대째 대를 이어 독재권력을 휘두르는 북한의 비참한 인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단편적인 면만 보고와서 '아름다운 나라'라고 북한을 찬양 고무하며 국민들에게 호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거금도 익금해수욕장을 지나다 보면 추억의 박바가지를 팝니다
 거금도 익금해수욕장을 지나다 보면 추억의 박바가지를 팝니다
ⓒ 정보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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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가지 사건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권력'이다.

최태민 목사와 가까이 지내는 누나에게 불만을 보이던 동생 박지만은 정윤회와의 악연을 20년 가까이 이어가며 마치 대하소설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는 후대 역사가들에 의해 '그림자권력'의 비화로 기록될 것이다.

아직도 그 공과가 낙점되지 않은 재벌의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금권력'을 무기로 한 갑질횡포는 한동안 돈 없고 빽없는 민초들의 반향을 잠재우기 힘들 것이다. 진정한 반성과 경제민주화의 특단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

북한의 3대 '세습권력'과 인권은 이야기하지 않고 백성들의 소박한 삶을 미화했다는 이유로 조사받고 있는 신은미씨는 자신의 몸에 묻은 오물에서 나는 악취는 애써 외면하려는 모국의 권력자들의 잘못된 이기심을 소원없이 느끼고 미국으로 돌아갈 것 같다.

아버지 대통령과 누나 대통령을 두게 돼 의심받는 박지만씨의 '그림자권력', 황제경영으로 회자되는 재벌 3·4세의 몹쓸 '금권력', 그리고 3대 '세습권력'의 북한을 두고 벌이는 갑론을박은 '쪽박권력'도 누리지 못하는 백성들로서는 사치스런 논란에 불과한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세종뉴스 (http://www.sjenews.com/)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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