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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지 축제에서 참가자들의 제주의 옛 서민혼례식을 재연하고 있다.
 혼인지 축제에서 참가자들의 제주의 옛 서민혼례식을 재연하고 있다.
ⓒ 온평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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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는 온화하고 태평하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 마을이다. 제주시에서 동쪽 일주도로로 51km, 서귀포 시내에서 39km지점에 위치하며, 제주에서 자연 마을로는 가장 긴 6km의 해안선을 끼고 있다. 

마을의 면적은 1035ha에 이르고 밭 317ha, 과수원 105ha, 임야 448ha, 기타 132ha로 분포돼 있으며 땅이 넓은 만큼 사람도 많이 모여 산다.

단일부락으로 469세대 1302명(2014년 12월)이 모여 살며, 아열대 식물이 울타리마다 마을 전체를 덮을 만큼 울창하다. 3km에 걸쳐 해안선을 따라 취락이 길게 형성돼 있다. 

서귀포 칠십리 축제에 읍·면 대표가 아닌 유일하게 마을(里) 단위로 출전하기도 했다. 전국에서 모인 지역 명물 자랑대회에서 제주도 대표로 나가 해녀춤으로 대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소박한 운치, 아름다운 풍광에 매료되는 마을

혼인지의 사진
 혼인지의 사진
ⓒ 온평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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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해안의 멋진 풍광, 소박하고 운치 있는 마을에 매료돼 여행객들과 이주민들의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에 자리를 잡아 많은 여행객들에게 대평리의 매력을 알렸던 <물고기 카페>의 장선우 영화감독도 이곳에 새로운 터를 잡았다. 그 정도로 제주에서 '명소'로 뜨고 있는 마을 중 하나다.

온평리는 제주의 시조인 고·양·부 삼신인(三神人)과 벽량국의 세 공주가 혼례를 올린 마을이라 해 과거에는 '열혼'. '여을온' 또는 '열운이'로 불렸다. 1653년에 펴낸 탐라순력도에는 '열운포'라 소개되기도 했다.

탐라국 역사의 시작 '혼인지'
혼인지 신방굴.
 혼인지 신방굴.
ⓒ 온평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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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국 개국신화 본토라 할 수 있는 온평리는 '혼인지 마을'로 불리기도 한다.

전설로 구전되고 있는 삼성신화에 의하면 제주의 시조인 고·양·부 삼신인이 어느 날 한라산에 올라 바라를 바라보니 오색찬란한 나무상자가 떠밀려 오고 있었다. 삼신인이 바닷가로 나가 상자를 열어보니 돌함과 사자(使者)가 있었고 돌함을 다시 열자 푸른 옷을 입은 세 공주와 송아지, 망아지, 오곡의 씨가 있었다.

사자는 "나는 벽랑국의 사자인데 임금님께서 이곳에 배필이 없는 것을 아시고 세 따님을 보내셨으니 배필을 삼고 대업을 이루소서"라고 말한 뒤 구름을 타고 사라졌다. 삼신인은 나이순에 따라 세 공주를 각각 배필로 정하고 혼인지에서 혼례를 올린 뒤 신랑굴에서 첫날밤을 보내며 그때부터 탐라국의 역사가 열렸다고 한다.

이때 목욕 재계했던 곳이 바로 혼인지(도기념물 17호)다. 처음 신방을 꾸렸던 신방굴 입구는 하나인데 내부를 들여다보면 세 갈래로 나뉘어 있어 설화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는 전통혼례 장소로 꾸미고 여러 가지 편의 시설을 해 두어 국내외 신혼부부들이 혼례를 치르고 신혼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관광자원화 하고 있다.

방목터가 없는 마을로 옛날부터 돌미역·톳·건고사리 등을 수확해 왔으며 최근에는 감귤(180t)이 주 수입원이며 한라봉·옥수수·무·콩 등이 부 수입원이 되고 있다.  

온평리는 또한 '탐라의 만리장성'이라고 부르는 환해장성(도 기념물 49호)이 보존 돼 있는 지역이다. 해안에 약 2km가 정도가 이어져 있으며, 성벽에는 약 20m 간격으로 방어초소와 유사한 정사각형의 석곽이 유존하고 있다.

현재 한동리·애월리·고내리 등과 더불어 14곳 가운데 하나로 성벽이 남아 있는 곳으로 문화재 관리와 보존이 요구되고 있다.

한편 온평리는 난타·색소폰·기타동아리를 비롯해 연극·홈패션·천연잔디 힐링 동아리 등 다양한 동아리들의 활동을 통해 마을 주민들 간의 화합과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또 열운이 도서관을 건립, 4500권의 장서를 보유(지난해 12월 8일)하고 지식의 갈급함을 마을 자체적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혼인지 종합센터(방문자 센터)를 리모델링해 관광객들에게 혼인지 마을을 알리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이승이 온평리 이장 "즐기지 않으면 못합니다"
이승이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장이 영상을 통해 마을 소개를 하고 있다.
 이승이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장이 영상을 통해 마을 소개를 하고 있다.
ⓒ 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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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한기인 10월 마지막 주말에 혼인축제를 하는 마을은 전국에서 우리 마을밖에 없습니다. 앞으로도 축제를 통해 제주도만의 혼례 모습을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마을들의 축제와 차별화 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로 7회째에 접어든 혼인지 축제를 소개하는 이승이(58) 이장은 마을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이 가득했다.

혼인지 축제 때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마을 사람 거의 모두가 전통옷을 입고 퍼레이드에 동참하는 것을 보면 가히 마을 사람들 또한 마을과 축제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30여 년 가량 원양선을 타고 해외 여러 나라들을 둘러본 이 이장은 고향 온평리로 돌아와 이장이 되고 난 후 건강하고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3년 4월 19일 농어촌체험 휴양마을 지정을 시작으로 농림부와 행안부의 지원을 받으며 현재 창조적마을만들기, 마을공동체활성화 등 마을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리더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주민들의 생각과 편의에 대해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며 "어떤 분들은 격무에 시달리는 저를 보며 미쳤다고 하는데 즐기지 않으면 이 일을 못한다"고 밝게 웃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역일간지 <제주신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혼인지, #온평리, #이승이, #제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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