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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저녁 7시 전남 목포시 옛 도심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오거리 지구정거장 카페 오즈(Oz’)’에서 열린  ‘리멤버(Remember) 0416 음악회’에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와 누나 아름씨가 이야기 손님으로 참석했다. 이날은 ‘세월호 인양촉구와 진실규명’을 위해 3보1배로 진도 팽목항을 출발한 지 22일째 되는 날이다.
 지난 16일 저녁 7시 전남 목포시 옛 도심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오거리 지구정거장 카페 오즈(Oz’)’에서 열린 ‘리멤버(Remember) 0416 음악회’에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와 누나 아름씨가 이야기 손님으로 참석했다. 이날은 ‘세월호 인양촉구와 진실규명’을 위해 3보1배로 진도 팽목항을 출발한 지 22일째 되는 날이다.
ⓒ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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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산 저산 눈물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한계령 – 양희은>

노래 <한계령>의 가사는 누군가를 향해 읊조린다. 목포 지역에서 활동하는 '국도1호선 밴드'의 보컬 김나리씨가 <한계령>을 부르고 나자 한 여성이 '앵콜'을 외쳤다. 눈에는 눈물이 고인 채로.

<한계령>을 작사한 하덕규는 세상과 등지기 위해 한계령에 올랐다가 정덕수 시인의 '오색령'(한계령의 다른 이름)이라는 시에서 발췌해 이 가사를 썼다.

가사에서는 '울지마라 울지마라, 잊으라 잊으라' 했건만, 고 이승현(단원고)군의 누나 아름씨는 연신 눈물을 훔쳐냈다. 그렇게 눈물을 머금고 누군가를 부르듯 앵콜을 외쳤다.

목포서 열린 '리멤버(Remember) 0416 음악회'

지난 16일 오후 7시 전남 목포시 옛 도심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오거리 지구정거장 카페 오즈(Oz')'.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와 누나 아름씨가 '리멤버(Remember) 0416 음악회' 이야기 손님으로 참석했다. 카페 오즈를 운영하는 '함께평화협동조합 김영제 이사장은 "오즈는 지난해 문을 연 이후 매달 16일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리멤버(Remember) 0416 음악회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 오기 전 승현군의 아버지와 누나는 대형트럭과 중장비들이 지나갈 때 만들어내는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삭막한 영암 대불산업단지 도로를 지나왔다. 지난 2월 24일 '세월호 인양촉구와 진실규명'을 위해 3보1배로 진도 팽목항을 출발한 지 22일째 되는 날이다.

이날 '리멤버(Remember) 0416 음악회'는 여느 때와 달랐다. 승현군의 아버지와 누나를 맞이하는 특별한 음악회였다. 행위예술가 한영애, 어쿠스틱 기타 듀오 2Km, 국도1호선 밴드, 뮤즈앙상블, 가수 Kuro등 여러 문화예술인들이 무대를 꾸몄다.

서울에서 온 어쿠스틱 기타 듀오 2Km는 지난 주말 '카페 오즈'에서 공연을 한 뒤, 이날 음악회를 위해 상경을 미루고 참여했다. 행위예술가 한영애씨는 한 걸음에 전주에서 목포로 달려왔다. 그녀는 이날 가슴에 품고 있는 아이들을 하늘로 보내는 과정을 연기했다. 승현군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눈물을 흘리던 한씨는 "승현군 아버지께 너무나 죄송하고 미안하다"고 했다.

‘함께평화협동조합(이사장 김영제)이 운영하는 '카페 오즈'는 지난해 문을 연 이후 매달 16일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리멤버(Remember) 0416 음악회를 열고 있다”. 사진은 '국도1호선 밴드'의 공연모습.
 ‘함께평화협동조합(이사장 김영제)이 운영하는 '카페 오즈'는 지난해 문을 연 이후 매달 16일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리멤버(Remember) 0416 음악회를 열고 있다”. 사진은 '국도1호선 밴드'의 공연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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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저녁 7시 전남 목포시 옛 도심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오거리 지구정거장 카페 오즈(Oz’)’에서  ‘리멤버(Remember) 0416 음악회’ 가 열렸다.
 지난 16일 저녁 7시 전남 목포시 옛 도심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오거리 지구정거장 카페 오즈(Oz’)’에서 ‘리멤버(Remember) 0416 음악회’ 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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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한다고 뭐가 달라집니까, 이제는 말해야 합니다"

<한계령> 앵콜 곡을 마지막으로 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가 무대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그는 담담히 말문을 열었다.

"국도1호선 노래(한계령)를 들으니 남일 같지 않았습니다. 내가 3보1배를 하며 광화문을 향해 가는 길도 국도1호선입니다. <한계령>을 앵콜 신청한 사람은 딸입니다."

이호진씨는 지난 1년 동안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다고 했다. 두 부녀가 500Km가 넘는 길을 3보1배라는 고행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1년이 지난 지금도 모든 게 똑같습니다. 밝혀진 것은 없고 잊혀가는 과정에 몸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말 한마디 못하고 하늘의 별이 된 후 지난해 900Km를 걸을 때에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3보1배를 하면서는 기도하지 않습니다. 기도만 한들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머릿속 기억에만 머무르는 것을 우려했다. 이호진씨는 낮지만 간절한 목소리로 "세월호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 왜 한 명도 살지 못했는지 모두가 말할 때"라고 고 했다.

"많은 분들이 잊지 말라고, 기억해 달라고 말씀합니다. 기억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지금은 세월호에 대해서 말해야 될 때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 아이들이 왜 한 명도 살지 못했는지... 국가와 정부가 있어도 아이들은 단 한 명도 살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말해야 됩니다. 그렇게 모두가 말할 때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퍼져나갈 수 있고, 민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면 세상이 이렇게까지 썩어 문드러지지 않겠지요."

머지않아 돌아오는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는 심경도 밝혔다.

"세월호 학살 사건을 기준으로 한국 사회는 둘로 나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진보든 보수든 자식에 대한 사랑만큼은 같지 않을까요. 곧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돌아오지만, 유족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10년이 되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 유족들에게 그저 흘러가는 1년, 2년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호진씨는 "물 속에서 희생된 억울한 영령들을 가슴에 품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은 진실을 향해 고행길을 계속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국민이 하늘이고 민심이 천심이다'라는 마음으로 3보1배를 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관심 가져 주시고, 세월호 희생자들을 진심으로 품어 주신다면 저희들이 바라는 선체인양과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은 이루어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말 한마디 남기지 못하고 물속에서 희생된 억울한 영령들을 따뜻하게 가슴으로 품어줄 수 있지 않을까요." 

"하늘에 있는 아이들이 왜 희생됐는지 밝혀질 수 있다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한 절 한 절을 정성스럽게 올렸고, 앞으로 남은 길도 국도1호선을 타고 한 절 한 절 정성스럽게 올리며 국민 여러분을 향해 가겠습니다."

진도 팽목항에서 서울 광화문까지는 약 500여Km. 지난 2월 24일 시작한 3보1배는 6월 중 서울 도착예정이었지만, 더워지는 날씨와 지친 몸 상태 등으로 더 늦춰질 예정이다.
 진도 팽목항에서 서울 광화문까지는 약 500여Km. 지난 2월 24일 시작한 3보1배는 6월 중 서울 도착예정이었지만, 더워지는 날씨와 지친 몸 상태 등으로 더 늦춰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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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7일 오후 3시께 승현군 아버지와 누나는 대불산업단지를 지나 영암과 목포를 잇는 영산호 방조제를 건넜다. 하루 평균 이동거리는 약 3~4km다. 유족들의 3보1배를 돕는 박철순씨는 "갈수록 날씨가 따뜻해져 유가족들이 더위 때문에 더 힘들어 한다"며 "애초 6월 광화문에 도달할 예정이었지만, 지금 7월이 되어야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승현군 아버지와 누나는 18일 오전 10시에는 아이쿱생협 목포옥암점에서 진행하는 '세월호를 기억하며' 타일만들기 행사에 참여한다. 만들어진 타일은 팽목항으로 보낼 예정이다.


태그:#세월호, #3보1배, #목포 오즈, #이승현 이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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