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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
▲ <데빌스 스타> 겉표지
ⓒ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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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소설을 읽다보면, 주인공들 중에서 알코올 중독에 가까울 만큼 술을 좋아하는 탐정 또는 형사들을 만날 수 있다.

<모스 경감 시리즈> <마이크 해머 시리즈> <매튜 스커더 시리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그런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이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술을 마셔댄다. 집에서도 마시고 음식점에서도 마신다. 하다못해 병원에서도 마신다.

이런 작품들을 읽다보면 '왜 작가는 이런 알코올 중독자인 인물을 창조했을까'라는 의문이 생겨난다. 여기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로 추측할 수 있겠다.

첫 번째는 작가 자신이 술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탐정이나 형사라는 직업이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이다. 이들은 아무래도 잔인하게 살해당한 시신이나 살인현장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러면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는 잊기 위해서 술을 마신다. 그러다보면 알코올 중독에 빠지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술은 모든 것을 잊게 만들어주니까.

오슬로에서 시신으로 발견되는 여인들

노르웨이의 작가 요 네스뵈가 창조한 형사 해리 홀레도 술에 대해서라면 만만하지 않다.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경찰청에 근무하면서 혼자 살고 있는 해리는 술 때문에 자주 문제를 일으킨다. 정상 출근시간을 지키지 못할 때도 많고 근무시간에도 술을 마신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술 생각이 날 때도 있다. 아니면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 잠에서 깨면 생각하기도 한다. 이 시간이면 자는 거 말고 다른 일을 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서 술을 마시든지.

작가가 2003년에 발표한 <데빌스 스타>에서 해리는 바로 술 때문에 해고될 처지에 놓이게 된다. <데빌스 스타>는 '해리 홀레 시리즈'의 다섯 번째 편이다. 작품의 도입부에서 해리의 상관은 해리에게 '더 이상 자네를 봐줄 수 없어'라고 말하면서 해리에 대한 해고장을 작성했다고 말한다.

이제 해리는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직업을 잃어버리게 된 것. 바로 이때 오슬로에서 연쇄살인이 터진다. 피해자인 젊은 여성은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 그리고 몸에서 별 모양의 불그스름한 보석이 발견된다. 일명 '악마의 별'이라고 부르는 문양의 보석이다. 해리 홀레는 술에서 깰 시간도 없이 이 사건에 휘말려들기 시작한다.

살인범이 남겨두고 떠난 흔적

어떤 연쇄살인범들은 현장에 자기만의 표식을 남겨두고 떠난다. 그것은 살인이 자신의 소행이라는 것을 알리는 수단이 될 수도 있고, 경찰을 조롱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살인범의 정체를 알려줄 일종의 암호가 될 수도 있다.

<데빌스 스타>에서 그 암호는 바로 별 모양의 보석이다. 범행현장에 범인의 흔적이 없을 수록 범인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어떤 연쇄살인범들은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경찰에게 자신을 추적하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서 현장에 이런 표식을 남겨둔다.

그것은 범인의 마음속에 경찰에게 잡히고 싶어하는 숨은 욕구가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계속해서 사람을 죽이는, 자기 안의 괴물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기에 누군가의 도움을 바란다. 지옥이 따로 없는 셈이다. 실존했던 연쇄살인범이자 끝내 잡히지 않았던 '조디악(Zodiac)'은 공개편지를 보내서 '제발 나를 도와주세요. 나 자신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이런 살인범들을 상대하다보면, 이런 살인범들이 만들어낸 범행현장을 수사하다보면 술을 마시게 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할 것이다. 매일 죽음을 접하게 되면 그 심정이 어떨까. 해리 홀레를 포함해서 범죄소설 속에서 알코올 중독에 빠진 주인공들의 모습도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덧붙이는 글 | <데빌스 스타>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비채 펴냄, 2015.04.17, 592쪽, 1만4800원



데빌스 스타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비채(2015)


태그:#데빌스 스타, #해리 홀레, #요 네스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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