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4일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임성열(46) 본부장을 비롯한 간부 3명이 구속됐다.

지역본부가 주최한 4.24총파업 당시 거리행진을 하면서 범어네거리에서 도로를 점거해 교통을 방해하고 경찰을 폭행했다는 혐의다.

그런데 당시 상황을 두고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 측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이날 구속에 대해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는 성명서를 통해 "무능한 정부가 잡으라는 메르스는 잡지 않고 노동, 민주세력을 무력으로 탄압하고 있다"며 규탄했다. 또한 대구민중과함께,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등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은 적법한 시위와 거리행진을 오히려 경찰이 폭력적으로 막았다며 "헌법에 보장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침탈한 것으로 박근혜 정권의 야만성과 폭거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전에도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집회에서 간부진들이 구속되는 경우는 많았다. 하지만 이번 구속을 두고는 유독 말이 많다. 4월 24일 범어네거리 점거를 두고 책임공방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당시 시위행렬이 범어네거리에 도착하기 전 이미 경찰이 행진 경로를 막고 시위대와의 마찰과 거리점거를 유도했다는 것이 민주노총과 시민단체들의 입장이다.

대구 4.24 총파업 당시 물대포를 쏘며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 시키고 있다.
 대구 4.24 총파업 당시 물대포를 쏘며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 시키고 있다.
ⓒ 김지형

관련사진보기


민주노총은 실제로 당시 현장에 시위대가 도착하기 전 이미 경찰들이 대열을 이루어 행진 경로를 차단한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전 집회신고를 통해 새누리당사로 가기로 예정됐던 시위행렬을 경찰이 무리하게 막고 불법집회가 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사진을 보면 실제로 경찰이 시위대가 행진할 경로를 차단하는 모습이 보인다.

당시 기자도 취재를 위해 현장에 있었다. 경찰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시위행렬이 지나는 경로에 경찰병력이 진입하고 행진을 방해한 것은 분명해 보였다. 경찰이 말하는 이날의 폭력행위들도 상당 부분 시위대 일부에서 이런 경찰의 방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특히 이날은 대구지역에서 보기 힘든 물대포까지 동원됐고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과정에서는 캡사이신이 살포되기도 했다. 단순 거리행진을 위한 조치라고 보기엔 경찰 측의 대응이 과도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4.24 총파업 당시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는 모습
 4.24 총파업 당시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는 모습
ⓒ 김지형

관련사진보기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헌법에서 보장한 기본권이다. 현재의 집시법 또한 이를 제대로 잘 보장하는 것이 본래 입법 취지이다. 따라서 경찰의 첫 번째 임무는 무엇보다 이러한 집회와 시위를 잘 보장하는 것이다. 그 다음이 법적 테두리에서 벗어날 경우 이를 잘 통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경찰이 보여준 모습은 적어도 평화적으로 진행되는 행진을 제대로 보장했다고 보기 어렵다.

최근 메르스를 비롯해 사회적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고 불안정한 상태에서 새로운 총리 취임이후 공안 정국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이루어진 민주노총 주요간부들에 대한 구속은 과도한 공권력의 적용이라는 의혹이 짙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가 제대로 구현되는 사회라면 비판적인 목소리에 대해 정부와 공권력이 보여주는 모습 또한 사회적 합의와 상식에 반하지 않아야 한다. 법이라는 이름으로 과도하게 입을 막고 억누른다면 이는 또다른 이름의 폭력이 될 뿐이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대구 강북지역 작은 언론인 대구강북신문(www.kbinews.com)에 함께 실렸습니다.



태그:#대구 민주노총 간부 구속, #민주주의, #4.24총파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에 살고 있는 두아이의 아빠, 세상과 마을에 관심이 많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