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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 용문역 앞에 있는 용문오일장(5, 10일장), 장의 규모는 상당히 큰 편에 속했다. 언젠가 주말에 중앙선을 타고 용문에 왔다가 운좋게 오일장을 만나 파전에 막걸리 한잔 맛나게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긴 가뭄 끝에 마른 장마도 모자라 폭염주의보까지 내린 10일. 하늘은 청명했지만 햇살은 그늘이 아니면 뜨겁게 느껴질 정도로 따가웠다. 그래도 오일장을 돌며 사람사는 냄새를 맡으면 그런 것쯤은 상쇄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한창 북적거려야할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오일장은 파장이라도 한듯 한산했다.

상인 한 분이 넋두리를 한다.

"어제는 양평장이었는데 장례가 두 건이나 있어서 사람들이 죄다 거기갔는지 사람이 없었어. 그런데 오늘 여기도 사람이 없네. 가물에 메르스에 폭염에 사람들이 집에서 나오고 싶겠어?"

집에서 거둔 채소들을 조금씩 놓고 파는 좌판의 채소들은 볼품이 없다.

그래도 맛은 좋으려니, 할머니들 무겁게 가져온 짐 조금이라도 덜어줄 마음에 호박, 오이, 깻잎, 콩 등을 샀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다. 최하 2000원에서 5000원 정도면 한 바구니씩 담아준다. 못생긴 오이지만 향이 좋아서 나눌 것도 샀다. 점심시간인데 이제 '마수걸이'했다며 장사가 안 되도 너무 안 된다고 한다.

오일장에는 그리 비싸지 않은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그런데 좌판을 벌리고 있는 분들은 저마다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고 있다. 그만큼 삶이 퍽퍽하다는 증거다. 오일장 구경도 하고, 사진도 담을 요량으로 갔는데 차마 미안해서 사진기를 들 수가 없었다. 그냥 몰카처럼 담을 수밖에 없었다.

참으로 덥다.

서민의 삶은 이렇게 퍽퍽한데, 그런 문제들을 잘 좀 해결해 보라고 국회를 보내고, 대통령으로 뽑아줬더니만 하는 짓들이란 '개뿔'이다.

햇감자에 햇옥수수가 오일장에 나왔다. 마늘, 양파, 호박, 오이, 가지 제철 채소들이 가뭄에도 불구하고 자라준 것이 고맙기만 하다.
▲ 용문오일장 햇감자에 햇옥수수가 오일장에 나왔다. 마늘, 양파, 호박, 오이, 가지 제철 채소들이 가뭄에도 불구하고 자라준 것이 고맙기만 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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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장이 너무 한산하다. 최근 방문했던 괴산오일장과 그리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 용문오일장 그런데 장이 너무 한산하다. 최근 방문했던 괴산오일장과 그리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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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북적여야할 시간(점심)이지만 거반 파장 분위기가 감돈다.
▲ 용문오일장 사람들이 북적여야할 시간(점심)이지만 거반 파장 분위기가 감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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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밭에서 거둔 노각과 이런저런 채소들을 진열하고 있다. 그런데 손님이 없다.
▲ 용문오일장 할아버지가 밭에서 거둔 노각과 이런저런 채소들을 진열하고 있다. 그런데 손님이 없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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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이 정도면 사람이 북적거리는 편이다. 오일장은 어깨를 부딛치며 다닐 정도는 되어야 흥이 나는데 흥이 사라진 탓인지 폭염때문인지 오일장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 용문오일장 그나마 이 정도면 사람이 북적거리는 편이다. 오일장은 어깨를 부딛치며 다닐 정도는 되어야 흥이 나는데 흥이 사라진 탓인지 폭염때문인지 오일장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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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때문에 과일의 당도가 좋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값이 싸도 겨우겨우 밭에서 거둔 채소를 가져와 파는 이들에겐 언감생심일지도 모르겠다.
▲ 과일트럭 가뭄때문에 과일의 당도가 좋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값이 싸도 겨우겨우 밭에서 거둔 채소를 가져와 파는 이들에겐 언감생심일지도 모르겠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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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용문오일장, #지역경제, #햇옥수수, #햇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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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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