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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꽃밥

거의 40년 만에 해당화 꽃밥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 제가 해당화색반을 잘 짓는 분을 알고 있습니다. - <야생초 밥상> 본문 64쪽 중에서

한국말사전을 보면 '꽃밥'이나 '색반'이라는 낱말은 안 나옵니다. '꽃밥'이란 꽃을 얹거나 꽃을 써서 지은 밥을 가리킵니다. 또는 꽃처럼 곱게 지은 밥을 가리키고, 꽃내음이 나는 밥을 가리킬 만합니다. '색반'은 '色飯' 같은 한자를 쓸 테고, 꽃빛이 감도는 밥을 가리킨다고 할 만합니다.

'전통향토음식'에 '해당화색반'이 있다고 합니다. 음식용어사전에서는 '해당화색반'처럼 '색반'이라는 낱말만 다루고, '꽃밥'이라는 낱말은 다루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면, 진달래꽃이나 개나리꽃을 얹어서 지진 떡을 두고 '화전(花煎)'이라고들 합니다. 더러 '꽃전'이라고도 하는데, 꽃을 얹어서 지진 떡이라면 '꽃지짐'이나 '꽃떡'입니다.

꽃밥, 꽃떡, 꽃빵, 꽃지짐

해당화꽃뿐 아니라 동백꽃으로도 밥을 지을 수 있습니다. 함박꽃이나 유채꽃으로도 밥을 지을 수 있고, 진달래꽃이나 개나리꽃으로도 밥을 지을 수 있어요. 이런 밥은 모두 '꽃밥'입니다.

꽃송이로 술을 담그면 '꽃술'이 됩니다. 꽃송이로 물을 들이면 '꽃물'을 들인다고 하고, 꽃송이를 우려서 찻물을 마시면 '꽃차'가 되어요.

찔레꽃밥을 먹을 수 있고, 모과꽃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민들레꽃차를 마실 수 있고, 국화꽃차를 마실 수 있어요.

꽃노래를 부르면서 꽃밥을 먹습니다. 꽃놀이를 즐기면서 꽃지짐을 먹습니다. 꽃밭에서 꽃내음을 맡으면서 꽃차를 마십니다. 떡을 찧거나 빵을 구우면서 꽃떡이랑 꽃빵을 신나게 누립니다.

ㄴ. 학교를 쉬다

휴업(休業)
사업이나 영업, 작업 따위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하루 또는 한동안 쉼

휴교(休校)
1. 학교가 학생을 가르치는 업무를 한동안 쉼
2. 학생이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일을 한동안 쉼

올해에 '쉬는 학교'가 부쩍 늘었습니다. 어느 고장에서는 무척 많은 학교가 쉬었다고 합니다. 학교가 갑작스레 쉬는 까닭은 사람들이 무섭다고 여기는 돌림병이 번지기 때문이었습니다. 돌림병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쉽게 퍼진다고 하는 만큼, 아이들을 지키려는 뜻에서 학교를 쉬리라 느낍니다.

그런데 학교를 쉬면서 '학교 휴업'이라는 말을 쓰는 이들이 꽤 많습니다. 신문하고 방송에서도 '휴교'라는 낱말이 아니라 '휴업'이라는 낱말을 자꾸 씁니다.

일을 쉬다 + 회사를 쉬다 + 가게를 쉬다 ← 휴업
학교를 쉬다 ← 휴교

한자말 '휴업'은 일이나 회사나 가게를 쉴 적에 씁니다. 한자말 '휴교'는 오직 학교를 쉴 적에 씁니다. 그러니, 무섭다고 여기는 돌림병이 번지지 않도록 '학교를 쉰다'고 할 적에는 '휴업'이 아니라 '휴교'를 써야 올바릅니다. 조금 더 헤아린다면, 초등학교 어린이한테 '휴업'이나 '휴교'는 어려울 수 있는 만큼, '학교를 쉬다'라고 함께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를 쉬는 일을 가리킬 적에는 '학교쉬기' 같은 낱말로 지어서 쓸 만합니다.

쉼터 ← 쉬는 터, 쉬는 곳
쉼날 ← 쉬는 날

한국말은 '쉬다'입니다. '쉬다'를 한자로 옮기면 '休'가 되고, '休息' 같은 낱말도 씁니다. "쉬는 곳"을 가리켜 '쉼터'라 하며, "휴식하는 장소"를 가리켜 '휴게소'라 합니다. 곰곰이 살펴보면, "쉬는 날"을 가리키는 한국말을 쓰는 한국사람은 아직 드물지 싶습니다. "휴식하는 기간"을 가리키는 한자말 '휴일'만 쓰곤 합니다.

한국말사전에서 한자말 '휴일(休日)'을 찾아보면 "쉬는 날"로 풀이합니다. 말뜻 그대로 누구나 한결 쉬우면서 즐겁게 한국말을 살려서 쓸 수 있도록, 앞으로는 '쉼터·쉼날'처럼 한국말로 쉽고 알맞게 쓰면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ㄷ. 낮밥

"으째 말을 안 했것서! 그란디 낮밥 묵고 쓸씨거니 나가드니 오도가도 안 한당께!" - <밥은 묵고 가야제!> 본문 233쪽 중에서

한국말사전을 보면 '아침밥·저녁밥' 두 가지 낱말이 실립니다. '아침'하고 '저녁'은 때를 가리키는 낱말이면서, 밥을 나타내는 낱말입니다. 하루 흐름은 '아침 낮 저녁'입니다. 이 흐름 가운데 '낮'은 때만 가리킬 뿐, 밥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밤'하고 '새벽'도 때만 가리키고, 밥은 나타내지 않아요.

점심(點心)밥, 오반(午飯), 주식(晝食), 중반(中飯)

한국말사전에는 네 가지 한자말로 '낮에 먹는 밥'을 나타낸다고 나옵니다. 네 가지 한자말 가운데 '점심·점심밥'을 가장 자주 씁니다. 다른 세 한자말인 '오반·주식·중반'은 거의 안 쓰거나 아예 안 씁니다. 더 헤아려 본다면, '오반·주식·중반' 같은 한자말을 굳이 쓸 일은 없습니다. 이런 한자말은 한국말사전에서 털어야지 싶습니다.

낮밥, 샛밥, 사잇밥, 참, 새참

한겨레는 예부터 '아침저녁'이라는 말마디를 씁니다. '아침낮저녁'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아침저녁'은 때이면서 끼니입니다. '끼니때'예요. 다시 말하자면, 아침하고 저녁에 제대로 밥상을 차려서 먹었다는 뜻이요, 사이인 낮에는 '샛밥'이나 '사잇밥'을 먹었어요.

그리고 '참'이라는 말마디를 씁니다. '참'은 "살짝 쉬는 동안"을 가리키고, "살짝 쉬는 동안 먹는 밥"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그래서 '샛밥'하고 '새참'이라는 말을 나란히 써요.

낮에는 일을 살짝 쉬면서 배를 가볍게 채운다는 뜻으로 '샛밥·새참' 같은 말마디를 썼구나 하고 느낍니다. 그런데 오늘날 사회에서는 아침하고 낮하고 저녁을 뚜렷하게 가릅니다. 하루 세 끼니 문화와 사회로 달라집니다. 그러면, 이제는 '낮밥'이라는 낱말을 쓸 만해요. 지난날에는 '아침밥·저녁밥'이라고만 했으면, 오늘날에는 '아침밥·낮밥·저녁밥'이라고 하면 잘 어울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글쓴이 누리사랑방(http://blog.naver.com/hbooklove)에도 함께 올립니다.



태그:#우리말 살려쓰기, #한국말, #우리말, #꽃밥, #낮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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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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