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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저녁, 구마모토의 시민단체와 충남방문단이 환영간담회를 한 후 결의를 다지고 있다.
▲ "구마모토 교과서 네트워크"와 "충남방문단" 6일 저녁, 구마모토의 시민단체와 충남방문단이 환영간담회를 한 후 결의를 다지고 있다.
ⓒ 문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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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 채택을 앞두고 충남 지역 시민단체대표들이 구마모토 교육위원회를 직접 찾아가 역사왜곡 교과서 채택을 하지 말아줄 것을 촉구했다.

방문단은 이상선 충남참여자치연대 대표와 김순제 전교조 세종충남지부 수석부지부장, 김지훈 충남시민재단 실행위원장 등 충남도 시민단체와 전교조·언론인·공무원 등 14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일본 왜곡 교과서 불채택을 위한 구마모토 현 충남 방문단(아래 충남방문단)'으로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3박 4일 동안 일본 구마모토를 방문했다.

이들 충남방문단은 일본 시민단체들과 함께 구마모토 현 교육위원회와 히토요시·야마에무라 등 12개 시·군 교육회원회를 방문해 역사왜곡 교과서인 '이쿠호샤 역사 공민교과서'나 '지유샤' 교과서의 불채택을 촉구했다.

3박 4일 동안 구마모토 순회한 방문단

2011년도의 교과서 채택 시기 당시 구마모토현 교육위원회가 현립 중학교 3개교에서 사용하는 사회과 공민의 부교재로 '이쿠호샤' 교과서를 사용 결정한 것에 대해 충남도 의회는 2012년 2월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반대하는 결의를 올렸다. 그러나 구마모토현은 이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런데 또 올해 8월에 있을 중학교 교과서 채택에 대해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채택 가능성이 높은 교과서에 영토 문제, 위안부, 식민지배를 왜곡해서 기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그동안 시민사회·교육·농민 분야별로 교류를 해온 충남시민사회단체와 구마모토 시민단체는 교과서 채택 권한을 가진 구마모토 현 교육위원회와 시·군 교육위원회를 방문해 교과서 불채택 요청서를 전달했다.

충남방문단은 지난 6일 일본에 도착, '구마모토 교과서 네트워크'와 환영 간담회를 가졌다. 이 단체는 다나카 노부유키씨와 호리 교수가 공동 대표로 있으며, 올해 일본에서 진행되는 역사교과서 채택이 공정하게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

"역사 교과서가 사실 담아야 미래 평화 보장"

지난 7일 오전 11시. 이츠키무라 교육위원회에 방문단이 도착했다. '구마모토 교과서 네트워크'와 구마모토 시민단체인 '우레에루카이(憂える会, 역사 왜곡 교과서를 슬퍼하는 모임)'의 사전 예약을 통해 방문단은 회의실로 안내됐다. 이츠키무라 교육국장이 방문단을 맞았다. 인사를 나눈 방문단은 준비해온 요청서를 낭독했다.

"우리는 항의나 반대를 하러 찾아온 것이 아니다. 우리가 찾아온 이유는 미래 한국과 일본의 평화를 증진시키기 위함이다. 미래의 평화는 결국 교육의 문제. 그것은 곧 교과서의 문제로 귀결되며, 특히 한일관계가 얽혀있는 역사에 관련된 문제다.

역사 교과서는 사실을 그대로 담고 있어야 한국과 일본의 어린이들의 미래와 평화가 보장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쿠호샤 역사 공민교과서나 지유샤 교과서는 일본의 가해 사실을 무시하거나 왜소화하고 있다. 한일 간의 미래 세대 평화 정착을 위하여 역사 교과서 채택을 공정하게 해주길 바란다."(이상선 대표)

또한, 구마모토 시민단체에서는 "교과서를 읽으며 가장 놀란 것은 영토문제에 대해서 '영토를 돌려받는다'라는 표현이 있다, 또 태평양전쟁을 '아시아를 해방시킨 전쟁'이라고 미화했다"라면서 "아직 국회에서도 의논중인 '집단적 자위권' 또한 교과서에 기술돼 있다, 징병제에 대한 표도 들어가 있다, 아이들이 공부해야 하는 책인데 문제가 많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츠키무라 교육국장은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 제기하셨는데, 거기에 대해서 불평등이 없게끔 우리 쪽에서 공정히 결정하겠다"라면서 "교과서 채택내용에 관해서 교육위원회가 공정하게 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아달라"고 답했다.

면담은 40분가량 진행됐지만 때때로 교육국장과 방문단이 함께 웃기도 하는 등 좋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교육위원회 밖으로 나온 방문단은 바로 사가라무라, 히토요시 시청, 야마에무라 교육위원회 순으로 이동했다.

"침략 전쟁 있었느냐고 물어보는 일본 아이들 있다"

사가라무라 교육위원회에서 이상선 충남방문단 대표가 요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 사가라무라 교육위원장에게 요청서를 전달하는 이상선 충남방문단 대표 사가라무라 교육위원회에서 이상선 충남방문단 대표가 요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 문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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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방문한 야마에무라 교육위원회. 구마모토 시민단체의 구로사카씨는 침략 전쟁에 관해서 "나는 75살인데, 5살 때 폭탄이 떨어져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덜덜 떨던 기억이 난다"라면서 "그때 침략전쟁을 직접 겪어보았는데도 현대의 아이들은 침략전쟁이 정말로 있었냐고 물어본다, 아이들에게 진실한 역사를 알려줘야 한다"라고 교육장들의 양심에 호소했다.

열 차례의 간담회는 대체로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또한, 교육장들은 간담회에 참여해 긍정적인 검토를 약속했다.

특히 구마무라 교육위원회에서는 교육위원장이 직접 "14년 전에 대마도에 간 적이 있다, 대마도 자체에도 한국 사람이 많았고 또 밤이 되면 한국이 보이기도 했다"라면서 "그때 한일은 정말 가까운 곳이고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다시금 느꼈다"라고 당시 경험을 전했다. 이어 그는 "오늘 받은 요망서도 모두 이해했으며, 역사 왜곡없이 공정하게 사실이 그대로 적혀있는 교과서가 채택되도록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구마모토 시민단체의 미야무라 히로시씨는 "지금 교육장님께서 교과서 문제를 인지하시고 있다"라면서 "한쪽에 치우쳐서 교과서 선택을 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기쁨을 표했다.

사뭇 다른 분위기 보인 구마모토 현청

방문단은 이날 10개의 교육위원회를 돌며 요청서를 전달했고, 8일에는 구마모토 현청을 방문했다.

그러나 8일 방문한 구마모토 현청은 상황이 달랐다. 구마모토 현청에서는 "채택 기간이지만 실무 담당자가 부재 중"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사전에 연락을 하고 찾아갔음에도 구마모토 현 교육위원회는 회의 공간조차 마련해놓지 않았다.

이틀 동안 12개의 교육위원회를 순회한 방문단은 8일 밤 다시 간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번 방문을 통해 한일 국민들의 뜻을 교육당국에 명확히 전달한 점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했다. 다만 구마모토 현청 당국이 보여준 태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교류와 활동을 펼치기로 하고, 8월에 나올 중학교 역사교가서 채택 결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태그:#교과서 왜곡, #구마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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