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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미쓰비시의 2차 세계대전 강제노동 미군 포로 공식 사과를 보도하는 NHK 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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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기업 미쓰비시 머티리얼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포로 강제징용·노동을 공식 사과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미쓰비시 머티리얼 대표단은 19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유대인 인권단체 시몬 비젠탈 센터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제임스 머피(94)를 만나 사과했다.

기무라 히카루 미쓰비시 머티리얼 상무는 기자회견에서 회사의 전신 미쓰비시 광업이 경영하던 일본 내 4곳의 광산에서 일본군의 미국인 포로 약 900명이 노동을 강요당한 것을 인정하며 사과한다고 발표했다.

기무라 상무는 "당시 노동 환경은 매우 열악했고, 포로들에게 혹독한 노동을 강요했다"며 "과거의 불행에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머피를 비롯한 미국 전쟁포로들과 그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쓰비시는 앞으로 이같은 전철을 다시는 밟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각국에 진출한 미쓰비시는 사람과 사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정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필리핀에서 일본군에 포로가 되어 미쓰비시 탄광에서 강제노동을 당한 머피는 "미쓰비시의 사과를 주의 깊게 들었다"며 "진정성이 담긴 사과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히며 기무라 상무와 악수를 나눴다.

강제노동 미국인 포로의 대표를 맡고 있는 머피는 "전후 70년간 요구해온 것이 마침내 실현된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같은 방식의 노동을 강요당한 다른 일본 기업들의 사과도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왜 한국 등 다른 나라 피해자에 사과하지 않나"

그러나 미쓰비시 머티리얼의 곤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취재단은 왜 미쓰비시만 공식 사과에 나섰는지, 한국이나 중국, 영국, 네덜란드 등 다른 나라의 강제징용 포로들에 대해서는 왜 사과하지 않는지 질문을 쏟아냈다.

기무라 상무는 "앞으로 다른 나라 강제징용 포로들에 대해서도 사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른 나라 포로들에 대한 언급을) 일부러 빠뜨린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한국이나 중국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낸 것에 대해 "현재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의견을 밝히지 않겠다"며 "이번 사과를 계기로 미국과 일본의 관계가 더욱 진전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오타카 마사토 주미 일본대사관 대변인도 "이번 사과는 미쓰비시 머티리얼의 결정이며, 일본 정부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일본 정부도 미국인 포로 강제노동에 대해 2009년과 2010년 공식 사과한 바 있으나 일본 대기업이 나서 직접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현지 언론은 아베 정권이 집단 자위권 법안을 강행하며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다음달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앞두고 우호적인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일본 대기업이 나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