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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느낀 외로움이나 공허함을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과의 대화를 토해 해소해요. 같이 마주 앉아서 힘들었던 점을 토로하고 고민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돼요. 나를 가장 잘 알아주고 이해하는 친구들이 곁에 존재한다는 자체가 밖에서 만난 가식적인 관계를 버티게 하는 힘이에요."

대학생 이시형(24, 가명)씨의 이야기다.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을 같이 한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외로움을 해소한다. 각자 바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일단 만나면 마음이 행복하다. 대학이나 사회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수많은 관계를 맺지만, 그런 관계에서 과거의 친구들과 그랬던 것처럼 마냥 웃고 떠들며 서로의 진심을 얘기하는 일은 드물다. 그는 추억을 공유한 친구들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서로의 민낯을 다 보여주며 감정을 스스럼없이 얘기할 수 있는 옛 친구들, 서로의 존재 자체를 응원하고 의지하며 같이 울고 웃었던 바로 그 친구들 말이다.

경쟁사회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침투하여 사람들과의 다양한 관계에서 외로움을 느끼게 했다. 사회적으로 '너를 넘어야만 내가 산다'라는 생각이 지배했고 실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어릴 때부터 교육 받아왔다. 이로 인해 우리는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보다 그들을 견제하고 이기는 방법을 찾는 데 더 익숙해졌다. 생계가 걸려있는 취업의 문턱 앞에서는 더욱 더 인간관계가 경쟁관계와 같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심지어는 따뜻한 사회를 지향하여 모이는 단체나, 타인을 도와주는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봉사활동에서도 경쟁이 우선이 되는 관계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많은 단체들은 구성원들을 모집할 때 다른 곳보다 더 나은 점부터 홍보하고, 가입 시 어떠한 혜택이 있는지, 이 활동이 참여자들에게 어떠한 도움이 되는지부터 설명한다. 봉사활동이 갖는 의미를 이야기하는 것, 단체가 목표로 하는 지향점을 이야기하는 것은 뒷전이 되기도 한다. 이미 거기서부터 경쟁 논리를 기반으로 한 활동과 관계 맺기가 시작된다.

황준선(23)씨는 국제피플투피플(PTPI: People To People International)이라는 단체의 한국본부에서 회장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PTPI는 상호이해를 형성 시키는 관계맺기는 국경과 문화를 넘나들며 사람들 사이를 연결시키는 데서 나온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다국적의 회원들에게 다양한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단체다.

황씨는 이 단체를 운영하면서 "상대적으로 못 어울리고 공허하게 있는 사람들을 위해 직접 더 다가가 함께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에 중점을 두었다"며 "서로 다름을 배우며 배려하는 힘을 키움과 동시에 사람을 통해 위안을 얻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의 경험은 인간적인 유대감과 따뜻함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봉사활동 단체뿐만 아니라, 우리가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가치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난 2010년 <한겨레>가 10개 대학 학보사와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대학생들이 '대학 생활에서 우선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은 것이 바로 인간관계다. 복수응답 2765회 가운데 29.4%(812회)를 차지했다. 학점이나 영어점수 등의 스펙 쌓기(684회), 교양지식(487회)이나 취미생활(350회)은 인간관계의 뒤를 잇는 데 그쳤다. 경쟁사회의 대표적 인간형이라고 여겨져 왔던 대학생들이 그 어떠한 가치보다 인간관계를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우리는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미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찾아오는 외로움이나 어려움이 가장 견디기 힘들다는 사실을 말이다.

개인적으로 명상을 하거나 일상에 집중하여 잠시 회피하거나 즐겁게 느껴지는 집단에서 놀다가 잊는 등 외로움을 극복하는 것은 개인적인 방법으로도 가능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경쟁사회'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고 서로에게 집중하고, 공감하고, 존중하는 '우리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타인과의 관계를 맺을 때 그를 또 하나의 경쟁자로 바라보지 않고 다가갈 수 있다면 우리들의 외로움과 공허함은 보다 줄어들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김명섭 시민기자는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http://seoulyg.net) 대학생기자단입니다. 청정넷은 7월 13일부터 7월 19일까지 서울청년주간(http://youthweek.kr/)을 열었습니다.



태그:#인간관계, #경쟁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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