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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의 집단 처형에 반발한 이란 군중의 사우디대사관 공격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사우디아라비아의 집단 처형에 반발한 이란 군중의 사우디대사관 공격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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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수니파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아파 지도자를 포함한 테러 혐의자 47명을 집단 처형하자, 이를 두고 시아파 국가인 이란이 반발하면서 이슬람 내 수니파와 시아파의 종파 갈등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AP·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내무부는 2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테러 혐의로 사형이 선고된 피고인 47명의 형을 집행했다고 발표했다. 사형은 12곳에서 나뉘어 집행됐고, 사우디는 이례적으로 사형수의 실명을 모두 공개했다.

이날 사형 집행 명단에는 사우디의 시아파 운동가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도 포함됐다. 알님르는 2011년 소수 시아파의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돼 사형이 선고됐다.

사우디는 지난해 테러를 방지한다는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개혁을 요구하거나 부패를 폭로하는 등 반정부적 행동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테러 혐의로 처형할 수 있도록 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사우디가 사형수를 집단 처형한 것은 1979년 '이슬람 성지' 메카 대성전을 침투했던 극단주의 무장조직원 68명을 사형시킨 이후 처음이다.

성난 이란 군중, 사우디 대사관 공격

시아파는 즉각 반발했다. 이란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사우디는 테러리스트와 극단주의자를 지원하면서도 비판 세력을 처형으로 제압한다"라면서 "사우디의 정책은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란 외무부는 주이란 사우디 대사를 불러 집단 처형에 강력하게 항의했고, 이에 사우디도 주사우디 이란 대사를 불러 "노골적인 내정 간섭과 과격한 적대 발언을 중단하라"라고 요구했다.

이란의 고위 성직자 아야톨라 사이드 알모다레시도 "알님르를 처형한 것은 선전포고와 다름없다"라며 격노했고, 이는 시아파 반발 여론에 기름을 부으면서 과격한 집단 행동으로 이어졌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는 사우디의 집단 처형을 규탄하던 시위대가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하면서 불이 났고, 이란 제2도시 마슈하드의 사우디 총영사관 앞에서도 시위대가 총영사관의 향해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사우디 국기를 훼손했다.

사태가 악화되자 사우디와 가까운 서방 국가들도 집단 처형을 비판하고 나섰다. 미국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집단 처형은) 종파적 긴장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사우디 정부는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유럽연합(EU)의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안보 대표도 "사우디가 알님르를 처형한 것은 종교와 표현의 자유, 시민의 정치적 권리를 침해한다"라며 "종파 갈등으로 인한 위험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니파-시아파, 이슬람 종파 갈등 '격화'

수니파를 이끄는 사우디와 시아파의 본산인 이란은 중동 이슬람의 패권을 놓고 다투는 앙숙이다. 두 국가는 최근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계기로 관계가 좋아지는 듯했다가 이번 사건으로 다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란이 지난해 서방과 역사적인 핵 협상을 타결하면서 경제 제재가 해제되고, 막대한 양의 원유 수출이 가능해지면서 사우디에서는 자신들의 중동 패권이 위협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이란은 사우디가 같은 종파라는 이유로 IS 격퇴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자국 교도소에 수감된 수니파 성직자 20여 명을 집단 처형해 보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사우디는 안보가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형을 집행한 것"이라며 "사우디가 반테러를 앞세워 정치적 반대자를 억압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태그:#이슬람, #수니파, #시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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