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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새누리당 최고위원회가 열리는 대표최고위원 회의실에 '정신차리자 한순간 훅간다' '생각하고 말하세요' '알바도 니들처럼하면 바로 짤린다' 등 당 페이스북 공모를 한 네티즌 쓴소리를 담은 백보드판이 설치되었다. 서청원 원내대표가 발언하는 가운데, 원유철 원내대표, 김무성 대표가 발언을 듣고 있다.
 29일 오전 새누리당 최고위원회가 열리는 대표최고위원 회의실에 '정신차리자 한순간 훅간다' '생각하고 말하세요' '알바도 니들처럼하면 바로 짤린다' 등 당 페이스북 공모를 한 네티즌 쓴소리를 담은 백보드판이 설치되었다. 서청원 원내대표가 발언하는 가운데, 원유철 원내대표, 김무성 대표가 발언을 듣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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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파동의 중심에 있는 김무성 대표가 국민에 죄송하다는 말씀 안 한 것, 대단히 유감스럽다."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의 말이다. 그의 뒤엔 "정신 차리자, 한순간 훅 간다"라는 글귀가 적힌 새로운 백보드가 자리하고 있었다. 공격당한 김무성 당대표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야당의 테러방지법 반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가 135시간을 돌파한 29일 오전, 새누리당은 '살생부 논란'으로 내홍에 직면했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26일 "김무성 당대표의 측근으로부터 '김 대표가 친박 핵심으로부터 현역의원 40여 명의 이름이 담긴 '물갈이' 명단을 받았다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라고 밝히면서 시작된 논란이다.

이 '살생부'에는 서청원·이인제·서상기·김태환·안홍준 등 친박(친박근혜) 다선 중진 의원들과 이재오·유승민·정두언·김용태·김성태·김세연·박민식·조해진 등 비박(비박근혜) 의원들의 이름이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대표가 "명단을 받은 적 없다, 정치권에 회자되는 이름들에 대해 얘기를 나눴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비박 측은 "예상했던 일이 닥쳤다"라면서 청와대와 당내 친박에 대한 경계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반면, 친박 측은 이를 사실상 친박 주도의 공천관리위원회를 무력화시키려는 김 대표 측의 언론플레이로 보고 있다. 이한구 당 공천관리위원장의 우선추천지역 확대 방침 등으로 점화됐던 계파갈등이 과거의 '공천학살'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당장, 서 최고위원을 비롯한 친박 성향 최고위원들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를 지적하면서 김 대표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당대표가 논란 중심에 있어 심각한 일, 진상조사해서 책임 가려야"

가장 먼저 모두발언에 나선 김 대표는 이날도 살생부 논란에 대해 재차 해명했다. 그는 "저는 누구로부터 어떠한 형태로든지 공천 관련 문건을 받은 일 없고, 말을 전해 들은 바도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제 입으로 그 누구에게도 공천 관련 운운, 살생부 운운 한 바 없다"라면서 "다만, 최근 정가에 떠도는 유언비어를 종합하면 이런 말이 들린다고 얘기했을 따름이다, 이 문제에 대해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의 뒤를 이은 서 최고위원은 "과거의 공천학살설이 불거진 것에 대해 정말 참담하고 부끄럽기까지 하다, 당대표가 그 말을 안 했더라도 그 중심에 있던 것도 일찍이 보지 못한 심각한 일"이라고 김 대표를 정조준했다.

서 최고위원은 또 "분명히 진상규명해야 한다, 철저히 가려야 할 책임이 있다"라면서 "이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정두언 의원도 오후에 불러 철저히 진상을 파악해야 한다, 다시는 이런 공작과 같은 일이 우리 새누리당에서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라고도 주장했다.

즉, 당 차원의 진상조사를 통해 살생부 논란의 원인을 제공한 이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도 "누가 그런 소리를 했는지 그런 사람부터 찾아내서 당에서 솎아내야 한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인제 최고위원 역시 "지금 나도는 살생부 논란은 공관위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우리 당의 단합을 저해하는, 있을 수 없는 낡은 정치 유산"이라면서 "친박 핵심 인사가 그런 명단을 당대표에게 말했다면 그 인사는 당에서 당장 출당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정두언 의원도 소상하게 진실을 얘기하고 대표도 협조해서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묻고 해서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우리 당이 서서히 자중지란 모습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대로라면 땅을 치고 통곡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얘기한 바 있다"라면서 당 공천관리위원회(아래 공관위)에 전권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앞서 공관위와 갈등을 빚었던 김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다.

긴급최고위 열어 정두언 '진술' 듣기로, '살생부 논란' 청와대로 확산?

이 같은 친박의 공세는 지도부 내에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출발 새 아침>에 출연, "당대표란 사람이 찌라시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의원들한테 전달해서 이렇게 논란을 일으킨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참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이건 정확한 공식 사과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논란은) 청와대나 친박이 공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유권자나 당원들에게 인식시켜주고 지금 새누리당 공천이 불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공관위의 신뢰나 권위를 실추시킨 것"이라며 "그냥 덮고 갈 문제가 아니고 정리를 확실하게 하고 가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살생부 논란'은 이날 오후 재차 다뤄질 예정이다. 특히 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정두언 의원을 불러 진상조사를 할 예정이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어차피 논란이 되고 있으니 정 의원을 불러서 서로 진실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했다"라면서 "진실공방이 된다면 진상조사위원회를 가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두언 의원은 "김 대표가 친박 핵심으로부터 살생부 명단을 받았다"는 주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 논란이 불거지자 김 대표 측에서 "말을 맞춰달라"라고 양해 전화를 걸어왔다고 부연하고 있는 중이다.

정 의원은 이날 <뉴시스>와 한 전화통화에서는 "김 대표가 나한테 '청와대 관계자가 자기한테 살생부 명단을 언급했다'고 말했다"라고도 말했다. '친박 핵심'으로 알려진 살생부 논란 '진원지'가 청와대라고 처음 언급한 것이다.


태그:#살생부, #김무성, #정두언, #친박, #공천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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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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