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12일, 13일 일본 시가현(滋賀県) 오우미하치망(近江八幡) 사기초 축제를 보고 왔습니다.

이곳 오우미하치망 히무레하치만구(日牟礼八幡宮) 신사에서는 해마다 3월 15일이 가까운 토요일과 일요일 사기초 축제를 엽니다. 지역에 따라서 다르지만 사기초는 연말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서 집안에 꾸며놓은 장식을 거두어서 불태우는 것을 말합니다.

     마을사람들이 만든 신가마 다시 장식입니다. 올 병신년 원숭이해입니다. 각 마을마다 개성적인 원숭이 장식을 만들었습니다.
 마을사람들이 만든 신가마 다시 장식입니다. 올 병신년 원숭이해입니다. 각 마을마다 개성적인 원숭이 장식을 만들었습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이곳 오우미하치망 히무레하치만구 신사 둘레 마을 13곳에서는 새해를 맞이하여 마을의 번영을 기원하고 가내 평안을 기원하는 사기초 축제를 엽니다. 원래 음력 2월 15일에 행하던 것을 양력으로 바꾸어 열면서 음력 3월 중순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1월부터 그해 12간지에 해당되는 짐승 모습을 중심으로 자신만의 개성적인 신가마 다시를 만듭니다. 신가마 다시는 바둑판 모습으로 막대기를 엮어서 만든 받침대와 위에 짐승 모양 장식과 이것을 지탱하는 기둥으로 되어 있습니다. 특히 짐승 장식은 콩, 미역, 다시마, 김, 고추, 매실, 검은 콩, 버섯, 목화, 생강, 양하 따위 농수산물을 사용하여 만듭니다. 그리고 기둥 둘레에도 빨강색 종이를 길게 잘라서 술을 답니다. 술에는 주사위나 삼각형 꾸미개를 매달기도 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신가마 다시를 어깨에 메고 마을을 돌거나 신사로 오면서 지신을 밟습니다. 풍년을 기원하고 잠자는 대지 신을 깨운다고 하기도 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신가마 다시를 어깨에 메고 마을을 돌거나 신사로 오면서 지신을 밟습니다. 풍년을 기원하고 잠자는 대지 신을 깨운다고 하기도 합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신가마 다시는 크고 무겁기 때문에 30~40명이 들어야 합니다. 원래 각 마을 남자들이 여장하여 어깨에 멨습니다. 그러나 최근 마을 인구가 줄어들어 지금은 여자들도 적극 참여합니다. 신가마 다시를 메고 마을 둘레를 돌기도 하고, 축제가 열리는 히무레하치만구 신사 앞마당에 가기도 합니다. 이때에는 신가마를 멘 사람들이 '야레야레!!!', '맞세맞세!!!'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이 말은 아무 뜻이 없이 이 축제 때만 쓰는 말이라고 합니다.

신가마를 메고 이동하다가 이웃 마을 신가마 다시를 만나면 서로 부딪히며 힘겨루기를 하기도 합니다. 정면으로 부딪혀 솟아오를 땐 우리나라 전남 광주 부근에서 전해오는 차전놀이와 비슷하기도 합니다.

12일 토요일, 13일 일요일 이틀간 마을 주위를 돌거나 신사에 와서 소리를 지른 신가마는 13일 저녁 신사 앞에 놓고 하나씩 불태웁니다. 불을 지르기 전 신사에 가서 불씨를 받아서 불을 지릅니다. 이때에도 마을 사람들은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야레야레!!!', '맞세맞세!!!'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밤 8시부터 시작된 신가마 다시 불태우기는 11시 무렵이 되어야 끝납니다.

     오우미하치망 히무레하치만구(日牟?八幡宮) 신사 하이덴 앞에서 불씨를 받습니다. 이때에는 비와코 호수에서 베어온 갈대로 불씨를 옮깁니다.
 오우미하치망 히무레하치만구(日牟?八幡宮) 신사 하이덴 앞에서 불씨를 받습니다. 이때에는 비와코 호수에서 베어온 갈대로 불씨를 옮깁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자기 마을 신가마 다시가 다 타고 나면 마을 사람들은 신사에 가서 기원하고, 신사 노무대에서 미코(巫女)가 추는 춤을 보고, 미코가 기원해주는 복을 받고 마칩니다. 이것으로 석 달간 준비해온 축제가 모두 끝납니다. 오우미하치망은 이웃 아스치성 성 아랫마을로 번영을 누렸던 곳입니다. 성 아래 마을은 성에서 필요한 물건이나 성에 드나드는 사람이 필요한 물건을 공급하던 곳입니다.

한때 오우미하치망이 번영했을 때 시작한 축제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처음 농사의 풍년을 위해서 농작물로 신가마 다시를 만들고 이것을 메고 마을을 돌면서 지신을 밟아 풍년을 지신에게 기원했습니다. 이제 농사일과 멀어졌지만 옛 전통을 이어서 지금도 축제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마을 사람들보도 몇 배가 되는 구경꾼들이 찾아옵니다.

     신가마 다시를 불태운 마을 사람들이 신사 노무대 앞에서 미코(巫女)가 추는 가구라(神?)를 보고 미코의 축수를 받습니다.
 신가마 다시를 불태운 마을 사람들이 신사 노무대 앞에서 미코(巫女)가 추는 가구라(神?)를 보고 미코의 축수를 받습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가는 법> JR오사카역(82km)이나 교토역(40km)에서 비와코센 전차를 타고 오우미하치망역에서 내려 걷거나 버스로 갑니다. 오우미하치망역에서 축제가 열리는 오우미하치망 히무레하치만구 신사까지 걸으면 30분 버스는 10분 정도 걸립니다.

참고누리집> 오우미하치망시 관광물산협회, http://www.omi8.com/topics/, 2016.3.15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오우미하치망 사기초 축제#시가현#원숭이 장식#마을 축제#미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