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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햇살의 일요일(27일) 오후, 너무 춥거나 덥지 않으면 수원천 어디서든 '개'가 수원천을 점령하는 걸 볼 수 있다. 썰매 끄는 개 '말라뮤트', 우아한 금발을 휘날리는 '리트리버'나, 짧은 다리 긴 허리로 유명한 일명 소세지도그 '닥스훈트'까지. 시내에서 보기 힘든 견종부터 우리가 흔히 아는 말티즈나 코커스파니엘과 같은 개들까지 우르르 초록 조끼의 아이들과 돌아다닌다. 이들의 정체는 바로 유기견과 경기도 청소년 동물사랑실천단이다.

힘들고 울 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계속 한다

매번 산책봉사 전에는 단체사진을 찍는다
▲ 출동! 매번 산책봉사 전에는 단체사진을 찍는다
ⓒ 김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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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이 있는 건물은 청소년 동물사랑실천단원들을 계속해서 도와주시는 유기견 새삶 대표님이 사는 곳이다. 그곳 옥상에 가면 말 그대로 '개판'이 벌어진다. 흔히 시내보다는 넓은 전원주택이 필요해 보이는 큰 개들이 살기 때문이다. 우리 마스코트이자 가끔은 애도 먹이는 '진상이'와 '제시'가 바로 이 옥상에 산다.

큰 개와 산책봉사를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좋은 일이지만, 어떻게 보면 좋지 않은 일 이기도 하다. 큰 개와 만나고 산책해본다는 것이 매우 희귀한 일이기 때문에 좋은 경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덩치가 크다 보니 길을 막기가 쉬워지고,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해 할 수도 있다. 가끔은 마구 달릴 때도 있고, 친해지자고 '멍멍멍멍!' 했는데 사람들이 왜 이렇게 짖고 사나운 개를 데리고 나오냐고 할 때도 있다.

한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일이었다. 산책 다녀오는 길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것 봐요. 다시 이렇게 지나다니면 신고할 거야."

날은 무척이나 좋았다. 추울지도 모르지만 우리에겐 산책하기 좋은 날 중 하나였다. 모두들 기분 좋게 산책했고, 그저 평소처럼 돌아오는 중이었다. 우리가 개를 좋아하는 만큼, 개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날이면 봉사자들도 시무룩해지고, 자기를 끄는 봉사자들이 힘이 없는 걸 아는지 애들도 조금 시무룩해 보인다.

"신고할 거야" 혹은 "여긴 문화재야, 개들을 데리고 와서 훼손시키는 곳이 아니라고"라는 말을 들으면, 아이들에게 조금은 미안해진다. 애들이 단순히 개라서, 유기견이라서 이러나 싶다가도 저 사람들도 그저 주말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하기도 하는 복잡한 마음이 돼 리드줄을 더 꽉 잡고, 아이들을 안아올리고, 청소 집게를 손에 꼭 쥐게 된다.

산책때 챙겨나가고 있는 화이트보드이다. 양해를 구하는 문구와 입양문의처가 적혀있다.
▲ 언제나 들고있는 피켓. 보면 욕하지 말아주세요 산책때 챙겨나가고 있는 화이트보드이다. 양해를 구하는 문구와 입양문의처가 적혀있다.
ⓒ 김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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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여기까지 읽은 사람이라면, 왜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하느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러면 우린 이렇게 대답한다.

"포기할 수 없어서요."

말 그대로 포기할 수가 없다. 수원천을 따라 걷다보면 시장에 나온 사람들이 아이들이 지나가면 난간에 다닥다닥 붙어서 보곤 한다. "강아지! 강아지야, 여기 봐!" 하고 소리지르는 아이, 한번 지나가면서 아이를 쓰다듬어주시는 어르신들, 이 아이들이 정말 유기견이냐고 같이 마음 아파해주시는 어른들, 행궁이나 창룡문에 가서 아이들을 만지게 하고 홍보를 할 때면 꼭 관심 두고 끝까지 들어주시는 어른들도 있다.

모든 사람들이 "보신탕집에나 가져다 줘라" "신고할 거다"라는 말만 하는 게 아니라서, 저 위에서 힘내라고 소리쳐주시고, 명함을 받아가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해보겠다는 분들이 계서서, 그렇게 산책이 입양으로 이어지는 일이 있어서 산책 봉사를 포기할 수 없다. 지난 27일 산책을 할 때 "파이팅!"이라고 외쳐준 분 옆에서 "왜 그러냐"고 말린 분은 아실까. 그 외침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진상이가 아이들이 만지기 쉽도록 누웠다.
▲ 진상이 만지기 체험 진상이가 아이들이 만지기 쉽도록 누웠다.
ⓒ 김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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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아이를 만질때면 꼭 이름을 알려주게 된다,
▲ 얘는 숑숑이야. 안녕--해볼까? 누군가 아이를 만질때면 꼭 이름을 알려주게 된다,
ⓒ 김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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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

산책봉사자들을 모아놓은 메신저 방에는 자그마치 84명이 들어가 있다. 그 84명이 매주 나오지는 않는다. 몇 주 걸러 나올때도 있고, 사정으로 갑자기 빠질 때도 있다. 봉사자들이 매번 나오지 않는 것처럼, 강아지들도 매주 같은 애가 나오는 건 아니다.

예를 들자면, '커피'가 있다. 매우 작지만 애교 많은 아이였는데, 그 아이를 데리고 올 때 내가 커피를 타고 있었기에 커피라 불리게 된 아이다. 커피는 2주 정도 병원에 있다가, 내가 아파서 빠진 그 주를 마지막으로 입양갔다. 언제 어떻게 입양을 간다는 게 정해져 있는 아이가 거의 없다 보니 봉사를 하는 매순간이 아이들에겐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아이들과 걷는다.

27일도 산책을 마치고 마무리하는데 '총총이'의 입양자가 왔다는 말에 아이를 안고 전속력으로 달리기도 했다. 그 자리에 있는 봉사자들 모두 총총이가 그렇게 갈 거라곤 생각 못했을 거다. 들고 뛴 나도 상상 못 했으니까.

꼭 마지막이라고 하면 우울한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심지어 우리는 유기견을 데리고 봉사를 하니까 '안락사'를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마지막이었다면 이런 글을 쓰는 대신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마지막은 입양이다. 유기견들은 생각보다 밝고 당차다. 가끔은 사람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밝다. 이런 밝은 아이들을 주사 하나로 멀리 떠나 보낸다는 것은 너무 손해이지 않냐고 입양을 할 때마다 말하곤 한다.

주사 한 방보다 산책봉사가 더 힘들지만, 대신 아이들을 다시 출발선에 놓아줄 수 있다. 실제로 산책봉사 때 문의하셨다가 입양을 결정하는 분들도 많다. 한 마리를 콕 찝어 저아이는 누구냐, 입양이 가능하냐라고 물으시던, 유기견이 많아 불쌍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밝게 지내니 나도 입양해서 돕고 싶어졌다고 하신다. 우리로서는 감사한 일이다. 무작정 맨땅의 헤딩이 아니라, 이렇게 우리를 도와주시는 분이 많구나 하는 마음에 다시 산책봉사를 나서고 피켓을 든다. 오늘도 누군가가 좋은 가족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얼마 안되었지만 우리가 봉사하면서 정화활동도 하면 좋을 것 같아 시작한 정화활동. 엄청 깨끗해졌다.
▲ 정화활동과 산책봉사. 얼마 안되었지만 우리가 봉사하면서 정화활동도 하면 좋을 것 같아 시작한 정화활동. 엄청 깨끗해졌다.
ⓒ 김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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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수원시 동물보호센터, #유기견 새삶, #청소년 동물사랑실천단, #유기견, #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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