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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슈가시크릿 민정희 원장
▲ 민정희씨 대전 슈가시크릿 민정희 원장
ⓒ 이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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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산 인생.

사람의 삶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 놀라웠다. 슈가 공예가 민정희(38)씨. 그는 슈가시크릿원장이기도 하다.

"설탕하면 달달하다는 생각밖에 못하잖아요. 설탕의 비밀이 또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대전에서 슈가공예 학원을 경영하는 그는 슈가시크릿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달달한 맛을 내는 데 쓰이는 설탕이 내가 가지고 싶은 물건으로 탈바꿈'하는 데 반했다는 것.

설탕으로 못 만드는 것이 없었다. 루이비통 가방도, 내 아이의 생일케잌도, 신고 싶었던 브랜드 구두도 그의 손길을 거치면 모두 실물처럼 바뀌어 있었다. 마술 같았다. 슈가 공예가로 일하면 재밌고 보람도 클 것 같았다.

"건축을 전공했지만 흥미를 못 느꼈어요. 다른 직업도 가져봤지만 마찬가지였죠."

슈가로 만든 루이비통 가방
▲ 민정희씨가 만든 루이비통 가방 슈가로 만든 루이비통 가방
ⓒ 이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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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곧바로 슈가공예 자격증을 땄다. 대전역 근처에 가게도 열었다. 민 원장 자신이 큰 아이 돌잔치에 쓸 특별한 케이크를 만들려고 슈가공예를 배우다 그 매력에 빠진 케이스라, 누구보다 손님의 마음을 잘 알았다.

주문하는 물건이 꽃이든 케잌이든 책이든 특별해서 잊을 수 없는 선물을 하려고 노력했다. 주문이 쏟아져 들어왔다.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 아이들이 늦게 오는 엄마를 계속 찾았다.

"공예가로서 보람을 많이 느꼈지만, 어느 순간 지치더라고요. 아이들도 엄마를 찾구요."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무렵 대전에는 슈가공예 학원이 없다는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슈가시크릿은 이렇게 시작됐다. 항상 수강생이 많았다. 일대일로 지도하는 데다 일자리 알선까지 해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저에게 주문이 많이 들어왔거든요. 유명인사들의 책 출판 선물처럼 특별한 물건은 제가 만들지만, 다른 것들은 모두 학생들이 제작할 수 있게 연결해줬어요."

재능기부도 했다. 대전 중구와 동구 청소년들을 위한 축제 '와락'에서 무료 교육을 한 것.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슈가공예를 배우겠다고 중 고등학생 아이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어요. 제과제빵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이 스펙을 쌓기 위해 오는 겁니다."

수강생들을 데리고 국제대회에 참가해 입상도 했다. 지난해 런던국제대회에서는 금상을 거머줬다. 11월에는 버밍엄 국제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민정희씨가 학생들과 만든 작품
▲ 민정희씨가 만든 또 다른 작품 민정희씨가 학생들과 만든 작품
ⓒ 이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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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 참가자 중 남성이 있어요. 남성을 데리고 국제대회에 참여하는 건 처음이예요. 우송대 제과제빵학과 학생인데 기대가 큽니다."

민 원장은 슈가공예를 배우겠다는 남성이 늘고 있다며 수강생들을 통해 사회가 빠르게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여자 친구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서든 자신의 스펙을 쌓기 위해서든 필요하면 찾아와 교육을 받는 요즘 젊은이들을 통해 성별고정관념이 깨지고 있음을 느낀다는 것이다.

"내후년쯤 슈가공예의 본고장 영국으로 유학을 가고 싶어요. 돌아와서는 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세 번 째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는 민 원장의 말에서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가는 사람만이 지니는 힘을 느꼈다면 과장된 표현일까?


태그:#인생 역전 주인공, #인생역전, #슈가공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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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밥 대표이자 구술생애사 작가.호주아이오와콜롬바대학 겸임교수, (사)대전여민회 전 이사 전 여성부 위민넷 웹피디. 전 충남여성정책개발원 연구원. 전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 여성권익상담센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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