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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교섭단체 대표연설하는 김종인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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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를 통해 포용적 성장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최고통치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아무리 의회에서 좋은 법과 제도를 만들어도 최고통치자의 의지가 없다면 법과 제도는 화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따끔한 질책이었다.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집권했지만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서 경제민주화가 사라진 것은 결국 대통령의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재차 꼬집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에 대한 질타가 전부는 아니었다. 김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의회의 본분 ▲저성장의 시대 ▲민주주의의 발전 등 현 시대와 그 과제 등을 짚어가며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총 25페이지의 연설문 중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분량이었다. 헌법 119조 2항을 기초했던 '경제민주화의 대부'가 첫 국회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펼친 것이다.

상법 개정·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등 천명, "경제민주화 위해 의회 존재"

김 대표는 "다가올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경제 구조의 틀을 새롭게 준비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의 대전환기에 있는 우리나라는 '거대 위기'와 '거대기회'가 교차하는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고 주장했다.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새로운 산업관계의 출현에 발 맞춰 경제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그는 4차 산업혁명으로 '기계'가 '인간'을 점차로 대체하는 과정을 맞이하더라도 '인간의 일자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이 행복하고 지속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결국 일자리의 문제"며 "일자리가 자존감, 공동체, 사회참여, 건강가치, 구조(救助), 근면 등 수많은 중요한 것들을 얻는 주된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또 기계와 인간의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모든 국민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할" 국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가의 구성요소 중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곳은 국회였다.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는 거대경제세력이 나라 전체를 지배하는 것을 방지하자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의회에서 다양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서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래야 정치민주화도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며 "경제민주화를 위해서 의회가 존재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거대경제세력의 '의회 로비'를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 의회에서도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거대경제세력의 '의회 로비' 때문이다, 우리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며 "의회의 본분은 거대경제세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견제하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하라"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실천을 위한 입법도 천명했다. 김 대표는 "재벌의 의사결정 민주화를 위한 상법개정, 대기업의 횡포를 막기 위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등은 더불어민주당이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공언했다.

"경제민주화가 경제활성화, 부채 주도의 성장 중단해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교섭단체 대표연설하는 김종인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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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대한민국 경제는 '경제민주화'를 통해 '표용적 성장'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것이 '세계적 추세'라고도 못 박았다.

이와 관련,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대침체를 맞이했고 저성장이 '뉴노멀'이 된 유례없는 시기를 겪고 있다"며 "대침체 이후 세계의 석학 및 국제기구, 선진국의 싱크탱크들은 새로운 성장전략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포용적 성장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포용적 성장 전략은) 지난 30년 대기업중심 경제정책으로 벌어진 소득격차를 해소하여 내수를 확보하고 성장을 모색하자는 전략"이라며 "경제성장의 혜택이 공평하게 분배돼 다시 새로운 성장을 위한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제 과거 방식으로는 우리 경제의 당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소득을 늘리기 보다는 국가와 가계 빚만 눈덩이처럼 불리는 '부채 주도의 성장'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대 저성장은 이제 향후 경제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서 대전제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그런데도 4%대 이상의 고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거짓말이거나 무지하다는 것을 실토하는 것"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 역시 정부의 경제정책 전환을 요구한 것이다.

김 대표는 "2%대 저성장 경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정한 분배구조로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라며 "경제민주화가 경제활성화다, 경제민주화를 통해 포용적 성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은 다시 '국회의 본분'이었다. 김 대표는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정치의 부단한 노력으로 시장의 기능을 보호해야 한다"며 "정치의 영역, 의회의 기능을 통해 시장이 바르게 작동하도록 조정하고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탐욕을 제어하는 역할은 결국 정부가 할 수밖에 없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해결하지 못하면 국가라는 '보이는 손'이 해결할 수밖에 없다"면서 "(더불어민주당이) 경제민주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는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여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희망의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일자리 창출한다는 것은 낡은 생각", 부자감세 철회 천명

김 대표는 "대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은 낡은 생각"이라며 부자감세 철회 및 세출 구조조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조세부담률을 감세 정책 이전으로 되돌려야 한다, 세출 구조의 대대적인 변화로 세출에서의 재원확보도 함께 해야 한다"며 "그래야 저성장 양극화 시대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를 위해 국회에서부터 세제개편 관련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 예산의 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꿔서 추가적인 재원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복지도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즉,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정부 예산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세제를 개편하겠다는 얘기다.

구조조정 위기에 처한 해운·조선업과 관련해선 "'철의 삼각동맹'에 대한 국회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그는 "지금까지 막대한 국민혈세로 부실기업의 생존을 연장시키는 것은 IMF시기는 물론이며 과거 모든 정권이 반복했던 실패한 대책"이라며"정부가 그동안 정상적인 구조조정을 외면하고 국민세금을 쏟아 붓는 정부와 국책은행, 기업 간의 부패사슬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 밖에 ▲전관예우와 법조비리 근절을 위한 관련법 개정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시대 실현 ▲청년고용할당제 한시적 확대 ▲소득하위 70% 노인 기초연금 20만 원 지급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남북 국회회담 추진 등도 제안했다.

특히 개헌론과 관련해선 "정당, 정파를 초월해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은 자주 지적됐다, 경제적인 측면만 보더라도 5년 단임제는 중장기 경제정책을 수립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다"면서 개헌 필요성에 동의했다. 다만, "개헌은 정치영역에만 국한한 것이 아니다, 민생을 위한 개헌, 경제를 살리는 개헌이다"며 권력구조만이 아니라 기본권까지 포함한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동료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교섭단체 대표연설 마친 김종인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동료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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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종인, #경제민주화, #박근혜, #포용적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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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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