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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티구안
 폭스바겐 티구안
ⓒ 하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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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게이트', 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물의를 일으킨 폭스바겐그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당국과 합의를 도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합의안이 최종 승인될 경우 미국에서 현재 운행 중인 2.0ℓ TDI 차량인 폭스바겐 46만대와 아우디 1만5000대의 소유주들은 ▲차량 환매나 ▲리스 종결 ▲배출가스 장치 개선 등의 조치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폭스바겐그룹은 100억 달러의 펀드 설립 이외에 환경 신탁금 27억 달러와 무공해 자동차 인프라 및 접근, 인지도 제고에 20억 달러 등 미국 소비자들을 위해서는 총 150억 달러(한화 약 17조1379억원)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붓는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서도 미국에서와 같이 배출가스가 임의로 조작된 폭스바겐과 아우디 차량은 총 12만5000대에 달한다. 그러나 한국 소비자들에 대한 폭스바겐그룹의 태도는 미국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지금까지 약 10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한국에서는 구체적인 리콜 계획이나 소비자들에 대한 보상금에 대해서는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실상 묵묵부답(默默不答)인데, 한국 소비자들에 대한 이런 태도는 솔직히 말하면 '물'로 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폭스바겐그룹 측은 한국에서 판매된 디젤차는 미국에서 판매된 디젤차와는 서로 다르다고 주장한다. 국내에 판매된 폭스바겐과 아우디 브랜드는 가솔린 차량의 경우에는 미국 환경 기준에 맞추고, 디젤차는 유럽 환경 기준에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한국에서 팔린 디젤차에는 전자적으로 연료 분사를 제어해 주는 배출가스 저감 장치인 EGR 시스템이 적용됐는데, 미국의 디젤차에는 EGR(Exhaust Gas Recirculation)과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LNT((Lean NOx Trap) 시스템 등이 더 적용됐다는 얘기다.

이들 시스템은 질소와 산소의 화합물로 고온에서 산화돼 발생하는 질소산화물(NOx)의 배출을 임의로 줄여주는 기능을 맡는다. 일산화질소나 이산화질소의 경우에는 대기오염뿐 아니라 암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폭스바겐 제타
 폭스바겐 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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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그룹은 한국 디젤차는 2.0ℓ는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 하기만 하면 되는데, 불과 30분이면 끝난다고 말한다. 1.6ℓ는 하드웨어적 조치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최대 1시간에 불과하다는 것.

폭스바겐그룹은 그러나 미국 디젤차는 한국에서 판매한 차와는 달리 몇몇 시스템이 추가된 구조적 차이로 배출가스 시스템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 디젤차는 정비소를 여러 차례 방문해야 수리가 완료되고, 시간도 더 걸리는만큼 한국 디젤차와는 다르다는 생각이다. 수리 후 배출가스 기준도 한국은 충족되지만, 미국 디젤차는 미충족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게 폭스바겐그룹의 태도다.

폭스바겐 측 관계자는 "현대차가 미국에 수출한 차량과 국내에서 판매되는 차량이 서로 다르다는 주장도 결국은 국가별 차량 공인기준이 다른 까닭으로 보인다"며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디젤차도 이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하는 거 아니냐"는 설명이다.

이 같은 폭스바겐그룹의 기본적 입장에 대해 국내의 자동차 정비 전문가들은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시스템이 약간 다르더라도 기본적인 차량의 구조에는 큰 변함이 없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아우디 A3
 아우디 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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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자동차 전문가는 차량의 구조적 차이보다는 미국의 경우에는 임의의 거짓 행태에 대해 형벌뿐 아니라 경제적 제재를 가중시켜 강력한 반응을 보이는 반면, 우리나라는 몇몇 관련자에게만 단순한 형사적 제재를 가하는 등 문화적 차이점이 큰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폭스바겐은 작년 한해 동안 국내 시장에서 총 3만5778대를 팔았다. 2014년의 3만719대 대비 16%가 증가한 수치다. 아우디 역시 작년에는 3만2538대를 팔아 전년의 2만7647대 대비 18%가 증가했다.

폭스바겐은 올해들어 지난 5월까지 국내에서 1만629대, 아우디는 1만246대가 각각 판매됐다. 같은 기간에 25개 수입차 브랜드가 총 9만3314대를 판매했다.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메르세데스-벤츠(1만9953대)와 BMW(1만8334대)에 이어 3위와 4위를 각각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은 폭스바겐이 11.3%, 아우디가 10.9%를 보이고 있다. 이들 두 개 브랜드를 합치면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무려 22.2%에 달한다.

미국에서 폭스바겐 골프 TDI는 권장소비자 가격 기준으로 2만4720달러(한화 약 2848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제타 TDI는 2만6665달러(한화 약 3072만원)에 판매된다. 한국에서는 골프 TDI가 3270만~3880만원, 제타 TDI는 3160만~3650만원 수준이다.

폭스바겐과 아우디 브랜드는 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판매가 줄고 있는 반면,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이들 브랜드의 인기가 여전히 높다. 폭스바겐이 수시로 진행되는 할인 혜택이나 아우디의 몇몇 딜러에서 암암리에 대당 1000여만 원을 깎아주는 판매 방식에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공익성보다는 개인의 이기적 사고가 만연한 소비자 문화도 한국을 '물'로 보도록 스스로 차별을 부추기는 이유다.

폭스바겐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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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하영선 기자는 자동차전문지 <데일리카> 국장을 맡고 있습니다.



태그:#폭스바겐그룹, #폭스바겐, #아우디, #골프, #티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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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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