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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국정원 창설 55주년을 계기로 바뀐 원훈과 엠블럼(문장)에 따라 개편된 국정원 누리집(2016년 6월 17일 갈무리)
 6월 10일 국정원 창설 55주년을 계기로 바뀐 원훈과 엠블럼(문장)에 따라 개편된 국정원 누리집(2016년 6월 17일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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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지난 6월 10일 창설 55주년을 계기로 원훈(院訓)과 엠블럼을 바꾸면서 '직원윤리헌장'을 폐기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국정원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IS의 테러 위협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자 국회 정보위에 거짓으로 보고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국정원이 'PC방 간첩' 검거와 관련해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지 않은 일부 내용을 특정 언론에 흘린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감독기관인 국회 정보위가 제 역할을 못하거나, 국정원이 정보위를 우습게 보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 사례를 제기하면 다음과 같다.

[사례 1] 직원윤리헌장 폐기하고 직원헌장으로 교체

국정원은 지난 6월 10일 창설 55주년을 맞이해 원훈(院訓)과 문장(紋章, 엠블럼)을 '소리 없이' 교체했다. 국정원은 6월 10일(금)부터 누리집(홈페이지)에서 새 원훈과 엠블럼을 사용했지만 별도의 보도자료를 발표하지 않아 언론에서 모르자 13일(월) 일부 언론에 교체 사실을 알렸다.

7년 만에 교체한 새 원훈은 '소리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이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2008년 10월 1일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無名)의 헌신'을 새 원훈으로 채택하고 원훈석(院訓石) 제막식을 했다. 이에 앞서 김대중 정부는 국가정보원으로 출범한 것을 계기로 중앙정보부 창설 때부터 사용한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부훈을 '정보는 국력이다'라는 원훈으로 바꾼 바 있다. 당시 안기부 엠블럼도 국정원 엠블럼으로 바꾸었다.

그로부터 18년 만에 교체한 새 엠블럼은 태극 문양 안에 횃불을 넣고 그 주변을 청룡과 백호가 감싸는 모습을 하고 있다. 태극과 횃불은 국정원의 숙명과 의지를, 청룡과 백호는 국정원의 소임을 각각 형상화한 것이라고 국정원은 밝혔다. 기존 엠블럼은 나침반 모양 안에 횃불이 위치한 것으로 '대국민 정보 서비스 기관'으로서의 이미지가 강조된 것이었다.

그런데 국정원은 창설 55주년을 계기로 기존의 '직원윤리헌장'을 소리 없이 폐기하고 새로운 '직원헌장'으로 교체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기존의 '직원윤리헌장'은 6개항의 행동강령으로 돼 있었으나 새 '직원헌장'은 4개항의 행동강령으로 돼 있다. 새 직원헌장과 행동강령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폐기 전의 국정원 ‘직원윤리헌장’의 6개 행동강령(위 왼쪽)과 현재의 ‘직원헌장’과 4개 행동강령(출처: 국정원 누리집 갈무리)
 폐기 전의 국정원 ‘직원윤리헌장’의 6개 행동강령(위 왼쪽)과 현재의 ‘직원헌장’과 4개 행동강령(출처: 국정원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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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가정보원 직원으로서, 국가안보와 국민보호를 위해 소리 없이 헌신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수호와 조국통일의 초석이 될 것을 엄숙히 다짐하면서 다음과 같이 행동한다.
하나.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생각하며, 먼저 알고 앞서 대비한다.
하나. 투철한 애국심과 사명감으로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한다.
하나. 국가정보기관요원으로서의 신의와 명예를 지킨다.
하나. 보안을 목숨같이 여기고 직무상 비밀은 끝까지 엄수한다.


김대중 정부의 이종찬 초대 국정원장은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국가안전기획부의 북풍(北風) 공작 같은 정치공작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고 새출발하기 위해 고심했다. 이에 '작지만 강한 정보기관'으로 개혁하는 취지에 맞춰, 정치 개입 관련 5개 부서를 폐지하고 인력을 11.2% 감축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행동양식과 활동규범을 담은 전문 및 6개항의 '직원윤리헌장'을 처음 제정했다. 직원윤리헌장이 제정된 것은 1961년 중앙정보부창설 이후 처음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까지 국정원 누리집과 직원들의 사무실에는 다음과 같은 직원윤리헌장과 행동강령이 게시되어 있었다.

우리는 국가정보기관의 일원으로서 힘의 원천이 국민의 사랑과 신뢰에 있음을 명심하여, 투철한 애국심과 사명감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굳건히 수호하고 통일조국 건설의 초석이 되며 자신보다는 국가와 민족을 먼저 생각하는 자랑스러운 안보역군이 될 것을 엄숙히 다짐하면서 다음과 같은 실천강령을 행동지표로 삼는다.
1. 우리는 언제나 정의와 진리의 편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
2. 우리는 먼저 알고 앞서 대비하여 국가의 안전을 확고히 보위한다.
3. 우리는 양질의 정보를 신속히 제공하여 국익증진에 기여한다.
4. 우리는 개인의 명예를 잃는 것이 전체의 명예를 잃는 것임을 자각한다.
5. 우리는 동료애로 화합하고 평생직원으로서의 긍지를 소중히 간직한다.
6. 우리는 보안을 생명으로 알고 직무상 기밀은 끝까지 엄수한다.

행동강령의 내용은 유사하지만, 명칭에서 '윤리'가 빠진 점과 기존의 6개 행동강령 중에서 "우리는 언제나 정의와 진리의 편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라는 제1항이 삭제된 것이 특징이다. 국정원은 지난 6월 13일 원훈과 엠블럼 교체사실만 고지했을 뿐, 직원윤리헌장 교체 사실은 고지하지 않았다. 소리없이 윤리헌장을 교체한 것에 대해서 뒷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직원윤리헌장 폐기에 대해서는 원내에서도 정보기관에 '윤리'를 강조하고, '정의와 진리의 편'에 설 것을 강제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으므로 직원헌장으로 교체하는 것이 맞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사무실에 "우리는 언제나 정의와 진리의 편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직원윤리헌장이 붙어 있는데도 대선 여론조작 사건이 일어났는데 그마저 팽개치면 이제 불의와 거짓에 편에 서는 일이 벌어져도 더는 '내부고발자'가 나오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사례 2] IS '살생부' 명단 공개 책임 언론에 전가하려고 거짓말까지

국정원은 지난 6월 17일(금) 테러단체 ISIL이 국내의 미군 공군시설(오산-군산 기지) 및 우리 국민 한 사람을 테러 대상으로 지목하고 시설 좌표와 신상정보를 메신저로 공개하면서 테러를 선동한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관련 보도자료를 누리집에 게시했다. 'ISIL, 駐韓 미군 시설과 우리 국민 테러대상 지목'이라는 보도자료의 일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ISIL은 최근 자체 해커조직 '유나이티드사이버 칼리파(United Cyber Caliphate)'를 통해 입수한 전세계 美ㆍNATO 공군기지 77개의 위치와 21개 국가 민간인의 신상정보를 해외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하며, '십자군과 싸워라. 무슬림을 위해 복수하라'고 테러를 선동했음. 우리나라의 경우 오산ㆍ군산 소재 美 공군기지의 구글 위성지도와 상세 좌표ㆍ홈페이지가 공개됐으며, 국내 복지단체 직원 1명의 성명ㆍ이메일뿐 아니라 주소까지 공개됐음."

문제는 국정원이 해커조직 '유나이티드 사이버 칼리파'(이하 UCC)의 테러 위협을 실감나게 전달하기 위해 UCC가 공개한 '살생부'에 오른 개인의 신상정보를 그대로 보도자료에 올려 이름과 이메일, 주소까지 공개한 것이다. 국정원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고있다가 19일(일) 일부 언론이 보도자료를 인용해 보도하면서 개인정보 공개가 논란이 될 조짐을 보이자 19일 보도자료를 누리집에서 돌연 삭제했다. 그리고 20일 아침 원래의 4쪽짜리 보도자료에 첨부된 'ISIL 해커조직이 유포한 테러선동 자료'라는 제목의 한글(HWP) 파일을 삭제한 채 2쪽짜리 보도자료를 '등록일'을 19일로 소급해서 복원해 놓았다.(관련 기사 : 'IS 테러 위협' 보도자료... 국정원, 삭제했다 다시 올려)

그런 가운데 6월 20일 국회 정보위가 소집되었다. 문제는 국정원이 '살생부'에 오른 인적 사항이 공개된 것에 대한 책임을 언론에 전가한 것이다. 이철우 정보위원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국정원은 자기들은 인적 사항을 안 밝혔는데 언론이 찾아냈다. 그래서 문제가 있었다면서도 테러 관련해서는 예방이 목적이기 때문에 철저히 예방에 주안점을 두기 위해 IS나 테러단체에 대한 정보수집을 철저히 해서 대응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국정원은 정보위에서 '테러 대상자의 신변보호를 어떻게 하느냐'는 질의에 "(테러) 대상이 도저히 아니기 때문에 그냥 뒀는데, 미국 올랜도 사건 등이 있어서 우리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발표해야 했다"며 "인적사항을 밝히지 않았는데 언론이 찾아냈다"고 답했다.

그러나 국정원이 인적사항을 밝히지 않았는데 언론이 찾아냈다는 국정원의 해명은 거짓말이다. 국정원은 명단 공개의 책임을 언론에 전가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다. 필자가 19일 다운로드 받은 원래의 4쪽짜리 보도자료에는 '텔레그램상 살해명단 유포'라는 친절한 사진설명과 함께 일부 명단이 실려 있는데, 한국인 명단은 뉴질랜드와 스웨덴 국적인 사이에 있다.

필자가 6월 20일 테러 위협을 과장한 국정원 보도자료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는 원래의 보도자료를 기사에 싣지 않았는데 국정원의 거짓말을 입증하기 위해 공개하면 다음과 같다(국정원이 제공한 이 참고자료를 그대로 인용한 일부 기사는 지금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된다).

삭제하기 전 국정원 보도자료에는 뉴질랜드와 스웨덴 국적인 사이에 한국인 명단이 있다(출처 : 국정원 보도자료). 원 자료에는 개인정보가 명시돼 있으나 편집하면서 가렸다.
 삭제하기 전 국정원 보도자료에는 뉴질랜드와 스웨덴 국적인 사이에 한국인 명단이 있다(출처 : 국정원 보도자료). 원 자료에는 개인정보가 명시돼 있으나 편집하면서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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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3] 'PC방 목사 간첩'은 국정원 '언론 플레이' 의혹

'PC방 간첩' 체포 사실을 맨 먼저 보도한 것은 <중앙일보>였다. 중앙일보는 7월 2일자(인터넷판은 2일 새벽 2시30분) "북에 정세 보고 PC방 간첩체포"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간첩 혐의로 2명의 남성을 체포해 조사 중인 사실을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특히 이들 중 한 명은 공공장소인 PC방에서 북한에 정보를 보내다가 붙잡혔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전날(1일) 열린 국회 정보위에서 국정원이 검거 동영상을 보여주며 브리핑한 내용을 복수의 정보위원으로부터 취재한 내용이었다. 'PC방 간첩 검거'는 이미 지난 5월 체포 당시 YTN이 보도했지만, 국정원이 국회 보고를 통해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문제는 중앙일보 보도에 이은 <연합뉴스> 기사였다.

연합뉴스는 2일 오전 "PC방 간첩은 현직 목사…탈북지원 활동으로 위장"(종합) 기사를 내보냈다. 연합은 "국가정보원이 최근 서울 시내 한 PC방에서 체포한 간첩 혐의자는 현직 목사로, 탈북자구명 운동을 한다면서 주위를 속여온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 남성은 보수 성향의 목사로 활동하는 척하면서 주위의 의심을 피했으며, 국내정세를 담은 보고를 USB에 담아 수시로 PC방에서 북측에 보고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역시 전날 국정원이 정보위에 보고한 내용이지만 문제는 취재원이 정보위원이 아니라 공안당국 관계자였다는 점이다.

‘PC방 간첩 체포’ 사실을 전한 7월 2일자 중앙일보(위 왼쪽)와 ‘PC방 간첩이 현직 목사’임을 보도한 연합뉴스 기사.
 ‘PC방 간첩 체포’ 사실을 전한 7월 2일자 중앙일보(위 왼쪽)와 ‘PC방 간첩이 현직 목사’임을 보도한 연합뉴스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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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는 "공안당국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국정원이 지난 5월 동작구의 한 PC방에서 체포한 남성은 탈북지원 운동가를 사칭한 목사인 것으로 최근 수사 결과 드러났다'고 말했다"고 공안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국회정보위가 발칵 뒤집혔다. 국정원은 정보위에 동영상을 보여주며 간첩 혐의자 검거 사실을 보고했지만 신원에 대해서는 보고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회 정보위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간사는 정보위에 보고도 되지 않은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데 대해 강력 항의했다. 국정원은 보고 내용이 대부분 비밀이어서 정보위는 다른 상임위와 달리 교섭단체 간사들이 공개하기로 합의한 내용만 언론에 발표할 수 있다.

<뉴스1>에 따르면, 국정원 출신 더민주 간사 김병기 의원은 "비공개를 전제로 회의한 내용을 공개하려면 미리 (간사들의) 의견을 물어야 하는데 어떤 절차도 없었다"며 "이같은 내용이 공개된 것에 대해 정보위원장에게 직접 항의했다"고 밝혔다. 또한 정보위 소속의 한 야당 의원은 "국정원의 언론플레이든, 아니면 다른 곳에서 새어나갔든 이런 식으로 되면 정보위를 문 걸어 잠그고 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이번 사안은 반드시 따지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국정원, #PC방 간첩, #직원윤리헌장, #살생부, #UCC 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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