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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준 전 부장검사가 지난 2012년 11월 13일 오후 특임검사팀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에 피의자신분으로 출두하고 있다.
 김광준 전 부장검사가 지난 2012년 11월 13일 오후 특임검사팀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에 피의자신분으로 출두하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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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용에게 돈 빌릴 때 이미 다단계 업체 수사받아"

-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최측근으로 알려진 강태용씨와는 어떤 사이인가?
"중학교, 고등학교 동기이고, 친한 편이다."

- 단순한 동창생인가 아니면 서로의 사정까지도 잘 이해하는 친한 친구인가?
"제가 전국을 돌면서 근무하기 때문에 서로의 사정을 잘 모르지만 제가 대구에 가면 여러 동창들과 같이 만난 적이 여러 번 있다."

- 강태용씨가 다단계 사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
"강태용은 대학을 졸업한 뒤 브리태니커사전 방문판매업을 했고, 그때도 방문판매업을 하는 것으로 알았지 (불법적인) 다단계 사업을 하는지는 몰랐다."

- 또다른 친구인 김상식씨를 통해 강태용씨를 다시 만난 2006년 말경 강씨는 대구지방법원으로부터 방문판매법 위반 죄 등으로 징역 1년, 집유 2년을 선고받았는데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나?
"나는 물론이고 (강태용을) 거의 매일 만났던 친구 김상식도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 강태용씨가 지난 2008년 5월과 7월, 10월 세 차례에 걸쳐 총 2억7000만 원을 건넸는데 각각 어떤 명목이었나?
"5월에 (여자) 협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상식이 주선해서 2억 원을 차용했고, 6.7월에 김상식을 통해서 5000만 원을 갚았는데 내가 주식해서 손해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강태용이 추가로 5000만 원, 2000만 원을 빌려주었다."

- 하지만 검찰과 법원은 2억7000만 원을 조희팔 다단계 사기 사건 수사 무가 대가로 받은 '알선수재 뇌물'로 판단했다.
"2008년 5월 돈을 차용할 때 벌써 강태용 관련 회사가 검찰, 경찰 등 전국 여러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수사를 무마한다고 거액을 줄 수 있었겠나?"

- 강태용씨로부터 돈을 받은 시기는 그가 중국으로 도피(2008년 11월)하기 전이었고, 당시 경찰과 검찰이 조희팔 다단계 사기 사건을 수사(내사)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을 근거로 검찰과 법원은 강태용씨가 '수사 무마' 등의 대가로 돈을 건넸다고 봤는데 어떤가?
"수사기관들도 2008년 11월 강태용이 해외로 도피한 후에서야 강태용의 범행 가담 사실을 포착했다. 제가 강태용 회사를 수사하고 있지 않는데 강태용이 범행사실을 저에게 말하면서 뇌물을 줄 이유가 없다."

"강태용이 나한테 미안해서 편지와 진술서를 보냈다"

- 검찰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강태용씨는 중국으로 도피한 상태여서 수사와 판결에 '한계'가 있어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추측으로 제가 강태용의 범행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수사를 무마해 달라는 묵시적 청탁을 받고 돈을 받았다고 판결했다. 이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 지난해 12월 국내로 송환된 강태용씨가 편지와 진술서 등을 보내 "친구를 통해 김광준이 돈 문제로 여자에게 협박당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돈을 건넸다"라고 주장했는데.
"(무응답)"

- 편지와 진술서는 강태용씨가 스스로 보낸 것인가, 아니면 당신이 요청해서 보낸 것인가?
"강태용이 2015년 12월 15일 국내에 송환되고 2016년 1월 2일 제 관련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한 것을 제가 2016년 3-4월에 알게 됐다. 혹시 강태용이 자살하면 저는 재심도 청구할 수 없고, 진실을 밝힐 수 없을까 봐 노심초사하다가 2015년 3-4월에 강태용에게 '희망을 버리지 말고 버티다 보면 무슨 수가 생기지 않겠느냐, 나도 자살을 생각했는데 애들이 눈에 밟혀서 못했다'고 하면서 '그래도 세월이 간다'고 위로하는 편지를 보냈더니 강태용이 미안하다는 취지의 편지를 보내고 나중에 진술서도 보냈다."

- 강태용씨가 이렇게 편지와 진술서를 보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나한테 미안해서 자살까지 생각했고, 자수하려고 중국에 있는 한국 영사관까지 찾아갔다고 하지 않나?"

- 강태용씨는 2억7000만 원의 출처를 회사자금(조희팔씨에게 보고)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결국 횡령(혹은 배임)한 회사자금을 받은 셈 아닌가?
"강태용 명의로 송금하였으니 당연히 강태용의 돈인 줄 알았다."

- 강태용씨로부터 2억7000만 원을 받을 때 차명계좌를 이용한 이유는 무엇인가?
"제가 월급계좌를 보냈더니 강태용이 좋지도 않는 일에 쓰는 돈인데 월급계좌 말고 다른 계좌를 보내라고 해서 지인 최○○ 계좌를 보냈다."

- 그런데 차명계좌를 이용한 것이 뇌물수수의 증거가 됐다. "은밀한 방법으로 금품을 수수했다"라는 것이다. 
"최○○ 계좌는 제가 빌려서 몇 번 사용하던 계좌였고, 제 계좌하고 수도 없이 거래한 내역이 찍혀 있는 계좌여서 은밀하다고 할 수 없다. 또한 2억 원을 제 계좌로 그대로 이체해서 사용했으니 은밀하다고 할 수 없다."

- '여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태용씨로부터 2억 원을 받았지만 그 돈이 김OO씨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왜 그렇게 된 것인가?
"2억 원을 차용한 후 주려고 하니까 (김OO가) '2억5000만 원 주고 변호사 개업하면 매달 1000만 원씩 주겠다'는 각서를 써 달라고 해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친한 형에게 얘기했더니 그 형이 그녀를 협박하고 회유하여 돈 안주고 헤어지기로 했다."

"내연녀가 검찰에 내 비리를 제보하겠다고 협박"

- 강태용씨에게 돈을 빌리기 전에 이미 김OO씨에게 2억5000만 원을 위로금 명목으로 건네지 않았나?
"위로금이 아니라 (김OO가) '집에 알리겠다', '회사에 알리겠다'고 해서 뺏긴 돈이다."

- 그렇게 위로금 2억5000만 원을 줬는데, 또 돈을 줘야 할 정도로 김OO씨의 협박이 심각했나?
"제가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는 우울증, 공항장애가 극심해 겁을 주고 난리를 피우면 버틸 정신적 여유가 없었다."

- 김OO씨와는 무슨 사이인가?
"(대학 때) 결혼을 전제로 5-6년 사귀었던 연인이었고, 결혼을 약속한 후 관계가 깨졌다."

- 어떻게 재회해 내연관계까지 유지하게 됐나? 
"그녀가 뉴스를 보고 찾아왔다."

- 김OO씨가 어떻게 돈을 요구하고 협박했나?
"제 앞에서 대검찰청 당직실에 전화해 '김광준 검사의 비리를 제보하겠다'고 하고 '서울검사장에게 찾아가겠다'고 했다."

- 김OO씨가 그렇게 돈을 요구하고 협박한 이유가 무엇인가?
"돈 욕심도 있었던 것 같고, 저와 헤어지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약사였던 김OO씨는 약국을 운영해 적지 않은 돈을 번 것으로 안다. 그런데 왜 과거에 결혼까지 하려고 했던 남자에게 거액의 돈까지 요구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2010년 벤처기업에 투자했는데 이익금을 주지 않는다고 회사 사장을 (국정원 직원이었던) 남편과 같이 협박해 8억 원을 받아내었다가 공갈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형했다. 재심을 청구한다고 했는데 그 결과는 모르겠다. (김OO는)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 있다."

- 김OO씨의 남편이 국정원 직원이라고 들었는데 남편은 두 사람의 내연관계를 알고 있었나?
"그때에는 전 남편하고 이혼한 상태였다."

- 남편이 두 사람의 내연관계를 알고 있었다면 남편이 국정원에 '정보보고'를 했을 것 같은데. 검찰 간부가 관련된 내연관계이기 때문에 말이다.
"(무응답)"

- 부인이 암에 걸렸고, 검찰 간부인데도 과거 여자친구와 내연관계를 유지한 것은 윤리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처가 암 진단을 받은 것은 2009년 10월이고, 그때는 이미 1년 전에 그녀와의 관계를 끝낸 상태였다."

"명동성 지검장, 김수남 3차장이 사퇴를 만류했다"

- 김OO씨에게 돈 요구와 협박에 시달렸을 당시 김수남 서울중앙지검 3차장(현 검찰총장)에게 여자문제를 털어놓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사의를 표했다가 만류해서 계속 검사 생활을 했다는 사실이 법무부에까지 알려져서 (법무부) 검찰과장이 확인전화까지 했다."

- 그런데 김수남 3차장은 왜 사직을 만류했나?
"유능한 후배를 계속 잡아놓고 싶었을 것이고, 갑자기 사직하면 3차장 입장도 곤란해질 우려도 있었다."

- 김OO씨의 돈 요구와 협박은 명동성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게도 보고됐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그렇다."

- 그런데 명동성 지검장은 왜 사직을 만류했나?
"김수남 3차장과 같은 이유였을 것이다."

- 돈문제, 여자문제 등은 검사로서 치명적인 문제인데 당시 명동성 지검장이나 김수남 3차장이 사표를 수리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무응답)"

- 만약 당시 김수남 차장이나 명동성 지검장이 사표를 수리했다면 자신의 사건이 '뇌물수수 사건'을 비화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보나?
"사표가 수리되었다면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해서) 그때는 (전관 변호사로서) 바로 서울중앙지검 사건을 맡을 수 있을 때니까 특수3부장 출신이 개업했으니 상당한 돈을 벌였을 것이고, 협박을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 여자문제를 해결하라고 받은 그 돈으로 오히려 유진그룹 주식을 매수했다(9000만 원+8800만 원)는 점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원래 기한이 1년으로 예정되어 있었고, 단기적으로 주식에 투자했다가 계속 손해를 보게 되어 변제가 기한보다 조금 늦어졌다."

- 강태용씨에게 받은 2억 원 가운데 1억 5000만 원을 2009년 12월에서야 반환한 이유가 뭔가?
"2009년 중반이 (돈을 반환해야 하는) 기한이었다. 그래서 돈을 갚으려고 김상식에게 '강태용 연락되느냐'고 했더니 2009년 12월 (김상식이) '강태용이 돈 갚으라고 한다'고 해서 김상식을 통해 (1억5000만 원을) 갚았다."

- 검찰과 법원은 당시 조희팔과 강태용씨의 다단계 사기, 도피행각 등이 알려져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었을 때여서 2억 원 수수가 문제가 될 것 같아서 반환한 것으로 봤다.
"2심 황병하 판사가 고의로 강태용 해외도피일이 2008년 11월이 아니고 2009년 11월인 것으로 판단했다고 본다. 그러면서 판사가 강태용 해외 도피 직후에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시점에 돈을 갚았으니 정상적인 채무변제가 아니고 뇌물이라고 본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 2억 원과 별도로 강태용씨로부터 7000만 원(5000만 원+2000만 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끝까지 숨기려고 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처음 경찰에서 2억 원을 수사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검에 진술서를 제출하면서 2억 원을 차용한 것으로 적었기 때문에 끝까지 속인 것은 아니었다. 5000만 원, 2000만 원은 주식 손해 회복하고 한꺼번에 갚으라고 해서 (나중에) 다시 되돌려준 것이어서 (제가 실제로 강태용에게) 차용한 돈은 2억 원이다."

"검사들이 돈 문제에 엄격하지 못한 이유는..."

- 최근 홍만표 변호사가 수임료 탈세 혐의 등으로 구속됐고, 진경준 검사장도 공짜 주식을 받아 126억 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 고위 간부들의 연이은 구속을 어떻게 보고 있나?
"개인적인 행위로 보이며 두 사람 다 잘 알지만 욕심이 과한 것이 원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 검사들이 돈문제에 엄격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본가가 여유롭지 못하고 처하고 연애결혼해 처가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지 못한 검사들은 노후에 대한 불안이 있어서 최소한의 재테크를 해서 노후자금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다 보니 무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우병우 수석은 부잣집으로 장가갔고, 홍만표·진경준은 평범한 집으로 장가갔다."

- 본인은 검사로 재임하는 동안 돈문제에 엄격했다고 생각하나?
"이수창 등 몇 사람에게 회식비 신세를 지기도 했으니 엄격했다고 볼 수는 없다. 챙길 직원들이 많다 보니 회식비, 수사비가 늘 부족했는데 그러다 보니 몇 번 신세진 것을 후회하고 있다."

- 검찰 간부들이 '권력'과 함께 '부'까지 거머쥐려고 하는 세태를 어떻게 보나?
"(무응답)"

-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특별히 느낀 문제점이 있나?
"아마도 제가 검찰청이 생긴 이래 평검사로나 부장검사로나 특수수사를 제일 오래한 사람일 것이다. 원칙에 입각해 적법절차를 지키려고 노력했고, 크게 어긋나는 점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검사들이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고 증거까지 조작하는 줄은 상상도 못하였다. 교도소에 와서 보니 무리한 수사를 하는 검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검사가 가끔 있다는 것을 보고 엄청 놀랐다."

- 앞으로 검찰이 어떻게 개혁해야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보나?
"검찰총장을 전 국민 직선이나 검찰 직원 직선으로 뽑고, 검찰 인사권을 검찰총장에게 주면 확실히 나아지리라 생각한다."


태그:#김광준, #조희팔, #강태용, #김수남, #명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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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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