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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닭정식. 된장국물도 같이 나와 그야말로 반주로 괜찮은 아이템
 통닭정식. 된장국물도 같이 나와 그야말로 반주로 괜찮은 아이템
ⓒ 이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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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반주를 할 수 있는 나홀로 밥상을 즐긴다고 했습니다. 종로 5가 삼보통닭정식은 이미 소개한 적이 있지요? 전기구이로 정식에 반마리가 올라갑니다. 자주 가니 이름이 '근성'인 사장은 '질리지도 않냐'고 묻습니다. 저도 '근성'있게 안 질린다 했지만, 사실 그 정도 가격에 반주까지 할 식사를 찾기가 쉽지 않으니 질리지 않는다고 해야지요.

초계국수의 닭다리와 날개.
 초계국수의 닭다리와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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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씨 덥지요? 시원한 음식이 그리워질 때인데 앞에 '초계'를 붙인 국수집들이 전보다 많이 눈에 띕니다. 초계탕이란 식초의 초와 겨자(계자)의 계가 합쳐져 만들어진 말로 식초와 겨자로 맛을 낸 닭 육수와 동치미 국물에 국수를 넣고 닭고기를 찢어 고명으로 올린 음식입니다.

막국수로 유명한 을지로 4가 산골면옥 막국수에 갔더니 이 초계막국수를 팝니다. 양이 짐작이 안돼 곱배기를 시킬까하니 일단 들어보시고 더 시키랍니다. 먼저 닭다리와 날개가 나옵니다. 껍질을 보시면 노계(난계)입니다. 마치 전기구이 통닭처럼 기름이 쫘악 빠졌습니다.

남대문 <ㄱ>집의 닭곰탕. 노게는 닭껍질이 그리 호감있게 생기진 않지만 그래도 이걸 추억으로 잡숫는 분들이 많습니다.
 남대문 <ㄱ>집의 닭곰탕. 노게는 닭껍질이 그리 호감있게 생기진 않지만 그래도 이걸 추억으로 잡숫는 분들이 많습니다.
ⓒ 이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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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계가 쫄깃쫄깃한 맛을 기치로 다시 부활하는 모양인데, 늙어서 근육이 질겨진 걸 아무리 조리를 잘 한다 해도 '쫄깃쫄깃'으로 화장해 바꿀 수는 없지요. 쫄깃하다는 건 과장이고 6~70년대에 먹던 닭들은 대부분 이 노계였습니다.

싸기도 하려니와 젊은 닭들은 현장에서 알을 낳느라 닭곰탕집까지 가기엔 너무 바빴던 겁니다. 그런데도 기사식당 원조격인 '버드나무집'에서 냄비에 끓여나오는 닭곰탕은 줄서서 먹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습니다.

값도 싸려니와 커다란 깍두기와 얼큰한 깍두기 국물이 매력적이었고 펄펄 끓는 국물에 다데기를 듬뿍 넣어 벌겋게 만들어 먹는 맛은 쉽게 잊혀지지 않지요. 위 사진은 겨우 명백을 유지하고 있는 남대문 시장 'ㄱ'집의 닭곰탕인데, 값싼 노계로 하는 닭곰탕 가격이 영 못마땅합니다. 아직도 질긴 껍질 맛을 잊지 못하는 나이드신 분들이 많이 찾는 집이지요. 요즘 암탉을 이렇게 키우려면 방사하면 모를까 사료값을 감당 못합니다.

맛배기가 아니라 온전히 나오는 막국수
 맛배기가 아니라 온전히 나오는 막국수
ⓒ 이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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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배기가 아닌 온전한 양의 막국수. 시원한 맛은 낮은 온도로 느낄 수도 있습니다. 시큼하면서도 매콤하니 코가 뚫리는 맛으로 시원함이 배가 됩니다.

닭다리와 함께 나왔던 무침을 함께 넣어 식초와 겨자도 좀 더 넣고 훌훌.
 닭다리와 함께 나왔던 무침을 함께 넣어 식초와 겨자도 좀 더 넣고 훌훌.
ⓒ 이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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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닭다리에 나온 닭고기와 무침도 같이 집어 넣고. 의정부 등지에 많은 초계탕 세트는 닭다리+날개, 육수에 찢은 닭고기와 야채를 듬뿍 넣은 초계탕, 막국수, 전 혹은 만두가 함께 나옵니다.

초계탕은 집에서 백숙이나 삼계탕 먹는 날 야채만 있으면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막국수만도 6~7천 원하는데 이 정도에 9천 원이면 괜찮은 가격입니다. 닭이 커서 닭다리 하나와 날개 하나면 보통 삼계탕 닭 반마리만 합니다.

백숙칼국수
 백숙칼국수
ⓒ 이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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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5가 파출소 옆에 158이라는 칼국수집이 생겼습니다. 1호선 5가역 8번 출구랍니다. 하여간 이 집에선 닭 반 마리가 들어가는 칼국수를 팝니다. 토요일 점심 때 가니 줄을 섭니다. 원래 있던 설렁탕집은 문을 닫고 그 자리에 개업해서 깔끔합니다.

밥을 먹으러 들어왔던 사람도 양이 남으니 한잔 생각이 날밖에...
 밥을 먹으러 들어왔던 사람도 양이 남으니 한잔 생각이 날밖에...
ⓒ 이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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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개 반주용으로 이 메뉴를 시키더군요. 아니면 칼국수가 밥으로만 먹긴 아까운 양이겠지요. 딱 기억에 남도록 맛이 있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반주용은 확실합니다.

칼국수외에 다른 것도 있지만 가성비를 보고 다른 걸 선택할 수 있을까?
 칼국수외에 다른 것도 있지만 가성비를 보고 다른 걸 선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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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 몇 가지 아이템이 있는데 대부분 백숙 칼국수를 먹습니다. 그런데 소주 4천 원이 아쉽습니다. 못 받을 건 없지만 칼국수집에서 소주 4천 원을 받으면 백숙 칼국수의 7천 원이 빛을 발하지 못하지요.

음식값과 술값을 합쳐 맨 위 치킨정식이 8천 원+3천 원, 초계막국수가 9천 원+3천 원, 아래 백숙칼국수가 7천원+4천 원. 여러 분이라면 나홀로 반주용으로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궁상 맞다구요? 맞습니다. 궁상 맞아서 그냥 집에서 드시겠다면 그게 행복이지요. 그러나 혼자서 사먹고 들어갈 수 있는 것조차 감지덕지 여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혼자서 밥먹는 '혼밥족'이 느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양한 나홀로 밥상 메뉴가 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 '오마이 닥다리로 가는 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나홀로밥상, #혼밥, #반주, #통닭정식, #초계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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