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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산 선암사 수각입니다.
 조계산 선암사 수각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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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오세요. 제가 선암사 안내할 테니."

동행했던 원일 스님, 인심 씁니다. 태고총림 조계산 선암사에서 행자 교육과 수계 등을 받은,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들린다는 스님의 가이드, 바라던 바였습니다. 스님들은 어떤 시각에서 사물을 볼까, 알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에.

권력화, 세속화 된 불교계 자정·정풍운동 필요

선암사 부도탑 앞에 세워진 “선교양종대본사” 표찰입니다.
 선암사 부도탑 앞에 세워진 “선교양종대본사” 표찰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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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일 스님이 추천한 것 중 추려 꼽은 선암사 매력 5가지입니다. 첫째, 승선교입니다. 보물 제400호 승선교는 조선시대 화강암으로 만든 아치형 석교입니다. 안내판에 따르면 "승선교는 아랫부분에서부터 곡선을 그려 전체가 완전한 반원형을 이루는데, 물에 비춰진 모습과 어우러져 완벽한 하나의 원을 이룬다. 조선 숙종 39년(1713)에 호암대사가 축조했다"고 합니다. 승선교가 물에 비춰져 하나의 원을 이루는 모습을 보아야 진면목을 보는 겁니다.

둘째, 부도탑 앞에 세워진 "선교양종대본사" 표찰입니다. 선종과 교종을 회통시킨 태고보우 종조의 수행가풍을 올곧이 계승한 선교양종의 대본찰이라는 표식입니다. 선암사는 호남제일의 선원과 화엄종주의 정맥을 이어 화엄, 선, 염불 등을 통섭하는 종풍을 잇고 있습니다. 이를 꼽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선암사 3무 중 하나인 대웅전(보물 1311호)에는 어간문이 없습니다.
 선암사 3무 중 하나인 대웅전(보물 1311호)에는 어간문이 없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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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는 화합대중이다. 과거에는 수행 방법이 다양해 율법을 중시하는 교종과 참선을 강조하는 선종 등으로 나눠졌으나, 현재는 교·선종을 다 같이 하는 통불교다. 이를 하나로 이끈 사찰이 선암사다. 다시 말해, 종으로 구분할 거 없이 불교계가 하나로 합쳐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권력화, 세속화 되어 있는 불교계 스스로 자정·정풍운동이 필요하다."

셋째, 선암사 가람의 특징인 삼무(三無)입니다. 먼저, 선암사는 조계산 주봉이 장군봉이라, 장군이 지켜주기에 사천왕상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다음은 대웅전 석가모니 부처님이 항마촉지인을 하고 계셔, 협시보살상을 두지 않았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다른 사찰은 정중앙 문(어간문)으로 사람 출입이 가능하지만 선암사는 부처님처럼 깨달은 분만이 어간문을 통하여 통과할 수 있다고 하여 어간문을 만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잠시 쉬었다 가죠.

선암사 발우공양 대신 콩국수, 맛이요? '고소해'

선암사 공양간입니다. 콩국수입니다.
 선암사 공양간입니다. 콩국수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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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양하러 가요."

11시 30분. 조계산 선암사 주지이신 호명 스님, 이야기 하다 말고 엉덩이를 들썩입니다. 천천히 가자는데 "스님들이 먼저 먹어야 행자들이 뒤에 먹는다"며 슬며시 종용합니다. 기독교 모태신앙이라 꺼렸던 사찰 음식, 언제부턴가 두 손 들어 환영하게 되었습니다. 절집에 다니다보니 많이 변했습니다. 암튼 기꺼이 주시겠다니 감사하지요. 선암사 공양간 처음입니다. 스님들 뒤만 졸졸 따릅니다. 공양간 입구에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사전에 공양 예약을 하지 않으신 분은 공양을 부득이 하실 수 없으니 양해 바랍니다."

안내문에 따르면 선암사 공양은 예약이 필숩니다. 배식구 앞에 행자가 서 있습니다. 사방 벽면에는 바루가 진열되었습니다. 하나하나 주인이 있답니다. 지금은 사정상 바루공양 대신 식판 배식으로 바뀌었답니다. 스님들 덕분에 제재 없이 배식 줄 서는데 성공. 스님 '빽'이 이렇게 큰 힘이 될 줄이야! 부처님 앞에서도 큰 '빽'이 되었으면 싶네요. 농담입니다. ㅋㅋ~^^.

선암사 공양간 벽면에는 각자의 발우가 진열되어 있습니다.
 선암사 공양간 벽면에는 각자의 발우가 진열되어 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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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든 질서유지를 위한 규율이 있는 법. 스님 따라 가는데, 어느 스님 좌석을 명확히 구분합니다. 알고 보니 공양간 입구의 출입문과 배식에 이어, 좌석까지 스님과 신도용을 따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대신, 스님에 한해 경계가 느슨한 편입니다. 주중이라 공양간을 찾는 사람들 한산합니다. 사람들, 공양간에 들어서더니 잠시 멈춰 합장 후 배식구로 갑니다.

어, 밥인 줄 알았는데 콩국숩니다. 십여 년 전 수덕사에서의 바루 공양 이후 두 번째 바루 공양을 기대했는데 빗나갔습니다. 콩국수 공양. 큰 그릇을 들어, 국수를 담은 뒤, 콩물을 붓고, 취향에 따라 설탕을 얹은 후, 작은 그릇에 배추김치와 갓김치를 담는 시스템입니다. 여기에 약밥을 곁들였습니다. 어째, 공양 맛에 대해 말이 없냐고요? 아주 고소했습니다.

"나를 위해 몸을 버리는 건 보리심이 아니다"

선암사 원통전에서는 천일기도가 진행 중입니다. 원통전의 전설이 기도 효능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선암사 원통전에서는 천일기도가 진행 중입니다. 원통전의 전설이 기도 효능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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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원일 스님이 권하는 선암사 매력 중 추려 꼽은 네 번쨉니다. 관음전 혹은 원통전입니다. 이곳은 중생 구제를 위한 대자대비 원력으로 친근한 관세음보살을 모신 곳입니다. 영험한 전설을 간직한 원통전에서는 천일기도가 한창 진행중이대요. 대단한 공력이요, 정성입니다. 안내판에 소개된 호암대사와 아들 없던 정조가 아들 순조를 낳은 전설입니다.

"호암대사가 관음보살을 보기 위해 바위에서 기도했으나 보지 못하자 벼랑에서 몸을 던졌다. 이때 한 여인이 나타나 그의 몸을 받아 '나를 위해 몸을 버리는 건 보리심이 아니다'라고 하고선 사라졌다. 여인이 관세음보살인 걸 뒤늦게 깨달은 대사는 그때 보았던 관세음보살 모습대로 불상을 조성, 'J자'각 형태의 원통전을 짓고 불상을 봉안하였다.

아들이 없던 정조가 선암사 눌암대사에게 백일기도를 하게 한 후 아들(순조)을 얻게 되었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人' '天' '大福田'이라는 현판을 하사하였는데, 현재 건물 내부에 현판이 걸려 있다."

다섯째, 선암매입니다. 안내판에는 "봄, 공중을 향기로 채우는 선암매는 원통전, 각황전을 따라 운수암 오르는 담길에 50주 정도가 위치한다. 원통전 담장 뒤편 백매화와 각황전 담길 홍매화가 천연기념물 제488호로 지정되었다. 600여 년 전에 천불전 앞 와송과 함께 심어졌다고 전한다"고 소개합니다.

그러고 보니, 봄철 매화꽃 필 때 선암사 홍매 볼 생각은 왜 못했을까 싶네요. 봄, 아내 손잡고 함께 찾아 볼 생각입니다. 그동안 선암사 외형만보고 그 속에 담긴 깊은 정신은 간과하고 있었다는.

선암사 원통전 담장 뒤편 백매화와 각황전 담길 홍매화가 천연기념물 제488호라고 합니다. 암튼 벌써부터 매화의 향이 날리는 듯합니다.
 선암사 원통전 담장 뒤편 백매화와 각황전 담길 홍매화가 천연기념물 제488호라고 합니다. 암튼 벌써부터 매화의 향이 날리는 듯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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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선암사, #태고총림, #원일스님, #승선교, #발우공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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