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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영업자다' 기사 공모전 시상식이 21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오마이뉴스는 참여연대,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등 시민·자영업자단체와 함께 지난 8월 5일부터 '나는 자영업자다' 기사를 공모했다. 왼쪽부터 권성훈, 김태연, 윤경자(김우식씨 대리수상), 최은희, 이은하, 김진우씨가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나는 자영업자다' 기사 공모전 시상식이 21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오마이뉴스는 참여연대,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등 시민·자영업자단체와 함께 지난 8월 5일부터 '나는 자영업자다' 기사를 공모했다. 왼쪽부터 권성훈, 김태연, 윤경자(김우식씨 대리수상), 최은희, 이은하, 김진우씨가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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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이 축하 인사를 하면서도 이게 축하해야 할 일이냐고 조심스러워 해요. 그래도 상은 좋은 거죠.(웃음)"

동네가 뜨는 바람에 건물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서촌 궁중족발' 사연으로 우수상을 받은 김우식씨 아내 윤경자씨의 수상 소감이다. 건물주에 맞서 버거운 소송을 벌이고 있는 그의 눈에 다른 수상작들도 하나 같이 '눈물의 체험 수기'였다(우수상 수상작: '핫하다'는 곳에서 족발집 하는 사장입니다).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나는 자영업자다' 시상식 분위기는 여느 시상식장과 달랐다. 수상자들이 대부분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나 건물주의 '갑질'에 맞서 투쟁을 벌이는 와중이어서 상을 받는 기쁨에 마냥 들뜰 수만은 없었다.

"가맹본부 횡포에도 용기 냈지만... 더는 못 쓸 것 같아"

그래도 상은 상이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각자 싸움에 더 큰 힘을 낼 수 있게 됐고, 비슷한 처지인 600만 자영업자들에게도 큰 용기를 줬다. 이날 시상식에는 우수상 수상자인 이성관씨(우수상 수상작: 37세 사장님의 유언 "멋지게 살아, 장사는 하지 말고")를 제외한 수상자 6명이 참석했다. 서울과 인천, 대전 등지에서 생업까지 중단하고 일부러 시간을 냈다.

'1+1 피자' 비용을 가맹점주에게 전가하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온갖 횡포에 결국 피자 가게를 접고 다른 피자 가게 종업원으로 '전락'한 사연을 올려 대상을 받은 권성훈씨는 "벌이 아닌 상을 줘서 감사하다,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좋은 내용이 아니어서 즐겁지는 않다"면서 "이게 기회가 돼서 공정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뼈있는 수상 소감을 남겼다(대상 수상작: 1 1 피자에 숨은 비밀).

프랜차이즈 본사의 감언이설에 마사지 가맹점을 시작했다 '전과 3범'이 된 사연을 올려 우수상을 받은 김태연씨는 "안 좋은 일이라면 나만한 사람이 있겠나, 전과 4범이 될 위기에 처했고 (스트레스로) 머리카락이 빠져 언제 나올지 기약은 없지만 많은 분들이 도와줘 여기까지 왔다"면서 "힘을 모아 더 열심히 싸우라는 격려 차원으로 준 상으로 알겠다"고 말했다(우수상 수상작: 노년 위해 연 마사지 가맹점, 결과는 '전과 3범').

유명 피자 프랜차이즈의 '갑질'에 맞선 투쟁기를 올려 장려상을 받은 김진우씨는 12일째 본사 앞에서 농성을 벌이다 시상식장을 찾았다. 김씨는 "며칠 밤을 새 너무 힘들지만 농성할 정도로 절박하다, 계약할 때 본사가 약속해 놓은 것들을 지금에 와서 지킬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비상식적인 사회가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장려상 수상작: "가맹점은 자식들"이라더니 고통 외면한 회장님).

프랜차이즈 빵집으로 시행착오 끝에 나름의 '성공기'를 올려 장려상을 받은 최은희씨는 "본사 횡포를 걱정했는데 (가맹점주협의회장이) 그럴 일 전혀 없다고 해서 용기 내서 올렸다"면서 "계속 기사 쓰라고 하는데 다음에는 무서워서 못 쓸 거 같다"고 울먹였다(장려상 수상작: 떼돈 버는 프랜차이즈 빵집? '진짜'를 이야기해주마).

좋은 소식도 있었다. '1인 기업' 가운데 유일한 수상자(장려상)인 이은하씨는 "그동안 부모님 자서전 대필 계약 건수가 0건이었는데 기사가 나간 뒤 의뢰가 많이 들어와 3건이나 성사됐다"고 기쁨을 함께 나눴다(장려상 수상작: "데이트 해주면 계약"... 1인기업 수난사).

'나는 자영업자다' 기사 공모전 집담회가 21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에서 열렸다. 오마이뉴스는 참여연대,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등 시민·자영업자단체와 함께 지난 8월 5일부터 '나는 자영업자다' 기사를 공모했다.
 '나는 자영업자다' 기사 공모전 집담회가 21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에서 열렸다. 오마이뉴스는 참여연대,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등 시민·자영업자단체와 함께 지난 8월 5일부터 '나는 자영업자다' 기사를 공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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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보다는 차라리 투쟁이 쉬워... 자영업자 어려움 세상에 많이 알려야"

오마이뉴스는 참여연대,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등 시민·자영업자단체와 함께 지난 8월 5일부터 '나는 자영업자다' 기사를 공모했다. 그동안 물밑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애환을 알리자는 취지였다. 저마다 생업 때문에 글을 쓸 짬조차 없는 자영업자들이지만 27건의 사연이 들어왔고 이 가운데 7편이 이날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수상작 발표 기사: 피자집 주인에서 종업원으로, 가슴 아픈 '인생 역전').

최경준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본부장(편집국장)은 "권성훈씨 글을 비롯한 '나는 자영업자다' 기사들은 (공모가 끝난) 추석 연휴에도 페이스북 등 SNS로 퍼지면서 조회수가 계속 늘고 있다"면서 "글 하나하나에 자영업자들의 땀과 눈물과 애환이 담겨 독자들이 공감한 탓"이라고 밝혔다.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부회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그동안 자영업자들은 자기의 절박함을 잘 드러내지 않고 쉬쉬하고 숨겨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이번 기사 공모를 계기로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세상에 알리고 국민 여론을 모아 우리 사회 불공정한 문제들, 자영업자 몰락, 중산층 위기를 알려내길 바란다"고 밝혔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공모 기사 <오마이뉴스> 조회수만 수십 만 건인데, 네이버, 다음 등 포털에 달린 기사 댓글만 수천 건인 걸 감안하면 수백만, 수천만 명이 봤을 것"이라면서 "직장인들이 힘들어 자영업은 나을까 하고 왔더니 가맹점 본사와 대기업에 횡포에 시달리고 있는데, 우리 국민 모두가 열심히 일하면 먹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다같이 힘을 모아야겠다"고 밝혔다.

자신도 공모에 참여했지만 아쉽게 채택되지 못했다는 이재광 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공동의장은 "공모 기사 내용들이 600만 자영업자들의 공통된 내용을 표출하고 있다"면서 "우리 가맹점을 비롯해 자영업 수탈 구조가 고착화돼 가는데 여러분의 용기를 계기로 국민들도 더 많이 응원하고 지지해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신사동 가로수길 가수 리쌍 건물에서 곱창집 '우장창창'을 임차해 운영하다 지난달 강제집행(철거) 당한 서윤수 맘상모 운영위원은 "요즘 장사는 못하고 투쟁만 하는데, 장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면서 "영업하면서 투쟁할 때는 하루하루 힘든 일에다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압박감까지 함께 왔다"고 털어놨다.

서 운영위원은 "장사 5년 하면서 자영업 세계에서는 상식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가맹본부와 건물주의 갑질에 맞선) 이런 노력이 헛되지 않아 자영업자들이 열심히 일하면 처자식이 굶기지 않고 먹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수상자와 주최 단체 대표들의 공감대는 시상식에 이어 진행된 집담회에서도 계속됐다. 바닥경제전문가인 시명준씨 사회로 1시간 넘게 진행된 집담회에는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도 깜짝 출연했다.

평소 경제민주화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는 곽 전 교육감은 "자영업자들이 최장시간 노동으로 '저녁 없는 삶'을 살고 있을 뿐 아니라 저마다 바빠서 뭉치지 못하다보니 '목소리 없는 삶'도 살고 있다"면서 "자영업자들이 정책적 뒷받침도 전혀 못 받고 경제민주화 내용에도 자영업자를 위한 내용이 빠져 있는데, '장사보다 투쟁이 쉽다'는 분들이 중심이 돼 채워나갈 거라고 믿는다"고 당부했다.

[특별기획] 나는 자영업자다 기사 공모 글 바로 가기


태그:#나는 자영업자다, #자영업자, #프랜차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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