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성향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의 당선 후 학생의 인권과 참여를 강조하던 인천시교육청이 백남기 농민 사건 진상규명 촉구 시국선언에 참여한 고등학생을 색출하라는 듯한 지침을 일선 학교에 전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 8일 인천지역 고등학생들이 '고(故)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인천지역 고등학생 시국선언문'을 발표하자, 이틀 후인 10일 학교생활교육과 장학사가 시국선언에 참여한 학생을 파악해달라는 메시지를 인천 지역 모든 고등학교에 전달한 사실이 있다고 11일 밝혔다.

해당 장학사는 시교육청 통신망 메신저로 일선 고교에 "첫째, 고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 규명 시국선언에 참여한 학생들이 학교에 소속돼있는지 파악해 연락줄 것과 둘째, 앞으로 학생들의 집회 참여 등과 관련해 정보 수집 시 즉시 시교육청 학교생활교육고로 알려주고 학생 안전 지도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내용을 보냈다.

메시지 말미에는 "혹시 파악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인권 침해 등의 문제가 야기되지 않게 유의해달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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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인천시교육청 학교생활교육과 장학사가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진상규명 시국선언에 참여한 학생을 파악하라는 메신저를 일선 고교에 보내자, 한 고교 교감이 교사들에게 보낸 메신저 갈무리 사진(원본 사진에서 글씨를 보기 좋게 자르고 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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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시지는 일선 고교의 교감에게 전달됐는데, 일부 학교에선 실제로 교육감의 지시사항이라며 시국선언에 참여한 학생을 파악해달라는 교감의 지시가 교사들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사진 참고)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천지역 청소년단체 한 관계자는 "학생 인권과 참여를 강조하던 이 교육감이 사회 비판적인 의식을 가지고 목소리를 낸 학생들을 색출하려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라며 "사실 관계를 파악해서 관련자를 문책하고 시교육청은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고교생들의 시국선언이 발표된 후 교육부에서 담당 장학사에게 실태 파악을 해달라는 연락이 와 장학사 개인이 휴일에 업무 처리한 것"이라며 "현재 학교에서 실태를 파악해서 교육청에 보고한 것은 한 건도 없으며, 앞으로도 정보 수집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충분히 일선 학교에서 시국선언에 참여한 학생들을 색출하기 위한 정보 수집으로 오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국선언이 마치 잘못된 선언이고, 그 학생들을 교사들이 찾아내게 하도록 교육청이 지시한 것처럼 보인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지역 고등학교 17곳의 학생 57명은 지난 8일 시국선언문을 통해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석한 고 백남기 어르신께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317일 후인 지난달 25일 숨을 거두셨다. 그러나 사건의 책임자인 정부와 경찰은 현재까지 어떠한 사과 또는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