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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이굿을 앞두고 터주가리를 고체하기 위해 짚단을 다듬고 있는 고성주씨
▲ 터주가리 맞이굿을 앞두고 터주가리를 고체하기 위해 짚단을 다듬고 있는 고성주씨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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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나라가 온통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시끄럽다. 그런 와중에 최순실의 부친인 최태민과 최순실 일가의 비리 등이 불거져 나오고 급기야는 최순실이 무당이라는 설까지 돌고 있다.

최순실이 무당이든 아니든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최순실의 행태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날이 새면 또 다른 의혹이 꼬리를 몰고 이어진다. 조사받아야 할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국민들은 기절초풍할 상태에 빠졌고 경제는 곤두박질을 치고 있으며 국제적인 망신살이 뻗쳤다.

이런 '최순실 무당설'이 흘러나오고 있을 때 가장 마음 아파하는 사람이 있다. 수원시 팔달구에 사는 고성주(남, 63세)씨. 고성주씨는 경기안택굿보존회를 이끌며 전통 안택굿의 보존, 전승에 애를 쓰고 있는 사람이다. 한 마디로 남자 강신무당인 '박수'다. 고성주씨가 마음 아파하는 것은 무속인들의 무분별한 행위 때문이다. 10월 31일부터 11월 3일까지,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모형이 완성된 터주가리. 고성주씨의 집에는 남터주와 여터주를 모신다
▲ 터주가리 모형이 완성된 터주가리. 고성주씨의 집에는 남터주와 여터주를 모신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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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전보다 더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나라가 큰일 나겠어요. 나라가 어려우면 사람들이 살아가기가 버거워져요. 경제가 바닥을 치면 결국 내 자식(고성주씨는 신도들을 자식이라고 표현한다. 나이가 더 많아도 모든 신도를 아들 혹은 며느리라는 칭호로 부른다. 옛 단골과 판의 관계이기 때문이다)들이 어려움을 당하게 되니까요."

그래서일까. 매년 음력으로 3월 7일과 10월 7일에 두 차례씩 올리는 맞이굿을 준비하면서 다른 때보다 더 정성을 들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맞이굿이란 신을 모시는 무속인이 자신이 섬기는 신령들과 단골들을 위해 축원을 하는 축원굿을 말한다. 흔히 '진적굿'이나 '맞이굿'으로 부르는데 봄에 하는 것을 '꽃맞이 굿' 가을에 하는 굿을 '단풍맞이 굿'이라 한다.

고성주씨는 맞이굿에 쓰이는 제물을 일일이 집에서 만든다
▲ 약과만들기 고성주씨는 맞이굿에 쓰이는 제물을 일일이 집에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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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부터 준비하기 시작하는 맞이굿


고성주씨는 40년이 넘게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봄, 가을 두 차례씩 맞이굿을 행했다. 진적상에 올리는 제물만 해도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 그런데 이 상차림을 일주일 전부터 준비한다. 제수를 사다가 하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준비하기 때문이다. 진적상에 오를 잣이며 호두, 대추 등을 하나하나 정성 들여 쌓는다.

고성주씨의 맞이굿에는 보통 200~300명의 단골이 찾아온다. 아침부터 자정이 될 때까지 이어지는 굿은 여느 굿판에서는 만나볼 수 없이 장엄하다. 정성을 들인 음식으로 모든 사람들을 배불리 먹인다. 자신이 무속인이기 때문에 남들을 잘 먹이고 많은 정성을 들여야 단골들이 잘 된다는 것이다. 이 모든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일주일도 짧다고 한다.

제수는 모두 집에서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다식을 만들고 있다
▲ 다식만들기 제수는 모두 집에서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다식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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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색을 입힌 다식도 굿상에 올린다
▲ 다식 여러가지 색을 입힌 다식도 굿상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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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가을 맞이굿은 11월 6일(음력 10월 7일)이다. 지난 10월 31일부터 맞이굿을 하기 위해 준비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집안에 모신 터주가리의 옷을 갈아입히는 것이다. 터주가리는 집터를 관장하는 신인 터주신이 좌정하고 있는 곳이다. 고성주씨는 매년 가을이 되면 터주가리를 새로 만들어 터주고사를 드린 후 교체한다.

"이 터주가리를 묶는 이유는 바람에 날려 풀어지지 않기도 하지만 이유가 있데요. 이 터주가리가 사람을 의미한다고 해요. 아래묶음의 아래쪽은 사람의 하반신에 해당하고 위 묶음 쪽은 가슴을 의미한데요. 그리고 이 윗부분은 머리를 상징하기 때문에 상투를 틀어 묶어놓는 것이라고 해요."

잣이며 대추 등도 일일이 집에서 하나씩 붙여 만든다
▲ 잣고이기 잣이며 대추 등도 일일이 집에서 하나씩 붙여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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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이상에 올릴 대추며 잣, 호두 등도 정성여 들야 직접 만들어 쓴다
▲ 맞이상 맞이상에 올릴 대추며 잣, 호두 등도 정성여 들야 직접 만들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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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들이 마음의 평정 찾기를 빌어야죠"

첫날 터주가리를 교체하고 난 뒤, 약과이며 다식 등을 준비하느라 신도들까지 힘을 보탠다. 잣 열매를 한 알씩 실에 꿰면서 일일이 기원한다는 고성주씨.

"올해는 정성을 더 들이려고요. 아무래도 나라가 힘들 땐 그저 누구든지 정성을 다해 빌어야죠. 사람들은 남을 헐뜯고 안 좋은 이야기만 할 줄 알았지 정작 자신이 정성을 다해 간구하지는 않잖아요."

4대 100년 이상을 가계로 전해진 무계(巫系)이다. 고성주씨는 매년 불우한 이웃을 돕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새벽 3시면 일어나 옥수를 갈고 자신이 모시는 신령님께 정성을 들인다고 한다. 그런 정성이 없으면 자식들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무당'은 신의 말을 전하는 사람들인데 올바른 말을 전하지 않고 사리사욕이 앞선다면 이미 무당이 아닌 사기꾼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맞이굿을 할 때마다 모두에게 나누어주고 누구든지 집을 찾아오면 한 상 그득하게 차린다.

진적굿상에 올라갈 모든 음식은 집안에서 준비를 한다. 준비하는데만 일주일이 걸린다
▲ 제수준비 진적굿상에 올라갈 모든 음식은 집안에서 준비를 한다. 준비하는데만 일주일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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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맞이날 고성주씨의 전안을 찾아온다. 그 사람들에게 먹을 만큼 먹고 싸갈 수 있으면 싸가라고 한다. 그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눌 때 자신의 단골들이 복을 받는 것이라고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무당이 욕심을 내면 신령님들이 내쳐요. 욕심을 부리는 무당들이 말년이 좋지 않은 것도 신령님을 자기 멋대로 생각하기 때문이죠." 

고씨는 굿판에 누구나 찾아오라고 한다. 굿은 나누며 함께 즐기는 덕을 나누어가는 자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고성주씨의 맞이굿이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와 티스토리 블로그 '바람이 머무는 곳'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고성주, #맞이굿, #수원, #지동, #진적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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