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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엄청 춥습니다. 매서운 한파가 몰아쳐 왔습니다. 사람들이 옷깃을 여미며 종종걸음으로 걷습니다.

서울에서 볼일을 보다 점심이 늦었습니다. 아내가 내 의향을 묻습니다.

"점심으로 뭐 먹을까요?"
"뜨끈한 국물이 있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난 매콤한 냉면이 먹고 싶어지네."
"이 추운 날 냉면을?"

매콤한 맛이 있는 회비빔냉면. 겨울철에 먹는 색다른 맛입니다.
 매콤한 맛이 있는 회비빔냉면. 겨울철에 먹는 색다른 맛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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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생뚱맞게 냉면을 먹자고 합니다. 지난 여름에 딸내미랑 인상 깊게 먹었던 냉면집이 있다며 내 손을 잡아끕니다.

"이한치한(以寒治寒)하자는 셈이야?"
"한번 먹어보세요. 겨울철 먹는 냉면이 색다른 맛일 테니까!"

'추위를 통해서 추위를 다스려보자'는 아내 말에 이끌려 냉면집으로 향했습니다. 넓지 않은 음식점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냉면을 먹는 사람들이 꽤나 많습니다. 밖은 차가운 날씨지만, 식당 안은 훈훈합니다. 방바닥이 따뜻합니다.

찾아간 냉면집은 여느 집과는 달리 물병 대신 스테인레스 주전자와 물컵이 배달됩니다.

"어거 냉면육수예요. 따끈하게 드세요. 오늘 같은 추운 날, 이거 드시면 몸이 따뜻해질 거예요."

컵에 따른 육수가 뽀얗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뜨끈한 사골국물입니다. 국물 맛이 구수합니다. 메뉴판에 만둣국이며 떡국도 있는 거 보니, 사골국물을 이용하여 만드는 것 같습니다.

아내는 생각할 것도 없이 주문을 합니다.

"우리 비빔냉면으로 주세요."
"냉면에 홍어회가 들어가는데, 괜찮겠어요? 톡 쏘면서 부드럽고 맛나요!"

홍어회냉면이라? 홍어의 톡 쏘는 맛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합니다. 벌써부터 침이 고입니다.

야채로 오이와 무가 섞여있습니다. 배도 들어가 단맛이 납니다. 톡 쏘는 홍어회가 들어가 입에 착 감깁니다.
 야채로 오이와 무가 섞여있습니다. 배도 들어가 단맛이 납니다. 톡 쏘는 홍어회가 들어가 입에 착 감깁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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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기다려 냉면이 나왔습니다. 음식이 아주 깔끔하고 정갈해 보입니다. 냉면 사리에 홍어가 무쳐진 빨간 고추장 색깔이 입맛을 다시게 합니다. 오이와 무가 섞여 있습니다. 요즘 고기보다 비싸다는 계란이 고명으로 얹어졌습니다. 깨소금을 술술 뿌려 더욱 맛깔스러워 보입니다.

우리는 사리를 가위로 자른 뒤 젓가락으로 쓱쓱 비빕니다. 비빌수록 색깔이 더 빨개집니다.

비빔냉면의 맛은 고추장 맛이 좌우합니다. 새콤하면서 매콤한 맛이 참 좋습니다.
 비빔냉면의 맛은 고추장 맛이 좌우합니다. 새콤하면서 매콤한 맛이 참 좋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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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을 먹어봅니다. 찬 냉면이지만 속이 확 달아오릅니다. 매콤한 맛에 침이 입 안 가득 고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며 맛나게 먹습니다.

"겨울에 냉면 먹는 이유가 있죠?"
"입맛이 확 살아나네."
"이한치한이라는 거가 이런 거예요."
"그런가? 아무튼 색다른 맛이야!"

나는 겨울철 냉면은 별로일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별미입니다. 홍어회가 들어가서 그런지 톡 쏘는 맛까지 내 입맛에 딱 맞습니다.

"여보, 좀 맵기는 하죠?"
"아냐, 나한텐 적당해."
"난 입 안이 조금 화끈거리네."
"그럼 따끈한 육수를 마시라구!"

따끈한 냉면 육수가 구수합니다.
 따끈한 냉면 육수가 구수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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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한 육수 한 컵을 호호 불며 마시니 속이 편안해집니다. 화끈거린 매운 맛도 싹 가십니다. 매콤한 회냉면 한 그릇으로 뱃속이 의외로 따뜻해집니다. 참 신기합니다.


태그:#냉면, #회냉면, #비빔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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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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