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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과 12일 이틀동안 일본 시가현 오우미하치만(近江八幡市) 사기초축제(左義長祭り)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3월 중순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동안 사기초 축제를 엽니다. 사기초 축제는 불놀이 축제로 마을 사람들이 신을 태운 다시 신가마를 만들어서 불에 태우며 놉니다.

          마을과 히무레하치만구 신사를 왔다갔다하며 지신을 밟던 다시 신가마가 신사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신 가마는 원래 남장한 여자가 어깨에 멨으나 지금은 남녀, 외국인 구분이 없어졌습니다. 사람들 생각이 바뀌고 시골에 사람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마을과 히무레하치만구 신사를 왔다갔다하며 지신을 밟던 다시 신가마가 신사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신 가마는 원래 남장한 여자가 어깨에 멨으나 지금은 남녀, 외국인 구분이 없어졌습니다. 사람들 생각이 바뀌고 시골에 사람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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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초는 일본에서 새해를 맞이하면서 집안팎에 꾸며좋은 장식물들을 불에 태우는 의식을 말합니다. 주로 동네 가운데 있는 신사에서 이 행사를 주관합니다. 무엇이나 함부로 버리면 동티난다*는 신념에서 정해준 날, 정해진 곳에서 불에 태웁니다.(* 동티난다, 영적인 존재를 건드려서, 보복성으로 벌을 받는 것)

일본 시가현 오우미하치만 사기초 축제는 히무레하치만구 신사 주변 마을 13곳이 힘을 합해서 엽니다. 1월부터 각 마을에서는 신을 태운 가마를 만들어서 마을 둘레를 돌고, 여러 마을과 같이 경쟁을 하고, 12일 일요일 밤에 히무레하치만구 신사 앞마당에서 불로 태웠습니다. 

마을 사람들에 따르면 오우미하치만 사기초 축제는 원래 정월 보름에 행하는 축제로 봄을 알리고 새해의 풍년과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의식이라고 합니다. 오다노부나가(織田信長, 1534.6-1582.6)가 이웃 아츠치성에 있을 때는 그도 마을 사람들과 같이 나와서 축제에 참가했다고 합니다.

          올해는 정유년 닭의 해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각기 개성을 발휘하여 닭을 만들어서 꾸몄습니다.
 올해는 정유년 닭의 해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각기 개성을 발휘하여 닭을 만들어서 꾸몄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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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부터 마을 사람들은 12 간지에 따라서 그해 동물을 꾸며서 다시 신가마를 만듭니다. 이 때 마을 사람들은 동물들 모습을 통해서 자신들의 희망, 기대, 현실과 바람들을 담아서 만듭니다. 동물상은 미역이나 다시마, 오징어나 콩 따위 농산물이나 수산물을 재료로 만듭니다.

12 간지에 따른 짐승상을 가운데로 하고 아래로는 바둑판 모양으로 받침대를 엮어서 사람들이 어깨에 멜수 있도록 하고, 동물상 위로는 높이 빨간색 종이를 길게 늘여뜨려 화려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종이 사이로는 행운을 상징하는 주사위나 삼각형 따위를 달아놓습니다.

11일 토요일 오후 13 마을에서는 마을사람들이 만든 다시 신가마를 메고 마을 가운데 있는 히무레하치만구 신사에 모입니다. 이 때 마을 사람들은 맞세 맞세, 야레 야레!!! 라는 구령을 외치면서 움직입니다.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서도 마을 사람들은 그 뜻을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다시 신가마가 불에 타면 마을 사람들은 볏짚을 들고 불 둘레를 돌면서 맞세맞세!!!, 야레야레!!! 하고 소리를 지릅니다.
 다시 신가마가 불에 타면 마을 사람들은 볏짚을 들고 불 둘레를 돌면서 맞세맞세!!!, 야레야레!!! 하고 소리를 지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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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마을 사람들은 다시 신가마를 어깨에 메고 마을과 히무레하치만구 신사를 몇 번이고 왔다갔다 합니다. 이 때에도 단순히 이동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시 신가마를 메고 제자리에서 돌기도 하고, 상하로 움직이기도 합니다. 혹은 이웃 다시 신가마와 만나면 함성을 지르면서 두 신 가마를 부딪혀 넘어뜨리기도 합니다.

일요일 저녁 8시 다시 신가마 다섯 기가 한 자리에 모이면 동시에 불을 붙여서 태웁니다. 다시 신가마가 불에 탈 때도 마을 사람들은 볏짚을 들고 흔들면서 불 둘레를 돕니다. 불이 다 꺼지면 히무레하치만구 신사에 가서 참배를 하고 무녀가 추는 춤을 신에게 올리고 풍요와 무병장수를 기원합니다.

           다시 신가마를 불태울 불씨는 신사 직원인 구지가 부정을 씻어서 정결하게 받아온 불씨입니다. 불씨는 가까이 비와코호수에서 잘라온 갈대로 만든 횃대로 옮겨갑니다.
 다시 신가마를 불태울 불씨는 신사 직원인 구지가 부정을 씻어서 정결하게 받아온 불씨입니다. 불씨는 가까이 비와코호수에서 잘라온 갈대로 만든 횃대로 옮겨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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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옵니다. 봄에 씨를 뿌리면 싹이 낳고, 여름에 자라서 가을에 수확을 합니다. 농사가 주요한 생산수단이었을 때 사람들은 늘 풍년을 기대하였습니다. 추위를 이기는 것은 따뜻한 봄바람입니다. 사람들이 신가마를 만들어 불에 태우는 것은 불길로 추위를 물리치고, 불길처럼 번저올라 풍년이 들기를 바라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불놀이 축제에서 사람들은 정성껏 만든 다시 신가마를 불로 태워서 따뜻한 봄이 와서 불길처럼 초목이 자라 가을에 풍년이 올 것을 기대했습니다. 불놀이 축제는 사람이 만든 풍년 기원 축제입니다. 추위 속에서 다가 올 따뜻한 봄을 기다리며 더 많은 생산과 더 안전한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불놀이를 마친 마을 사람들은 신사 노부타이에서 미코(巫女)의 춤을 보고 방울을 흔들어 축복을 받습니다.
 불놀이를 마친 마을 사람들은 신사 노부타이에서 미코(巫女)의 춤을 보고 방울을 흔들어 축복을 받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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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누리집> 오우미하치만 관광물산협회, http://www.omi8.com, 2018.3.15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사기초 축제, #오우미하치만 시, #불놀이, #다시 신가마, #시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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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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