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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근형 전 인천시 교육감의 인사 비리 등으로 비리 교육청이란 오명을 벗고 청렴도를 높이겠다며 이청연 교육감 당선 직후 인천시 교육청이 발표한 일명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사실상 속 빈 강정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 교육청 감사관실은 지난 2014년 9월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으면 금액에 관계없이 무조건 형사고발하는 내용을 담아 '범죄 고발 지침(원 스트라이크 아웃제)'을 개정했으며, 이 지침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시 교육청은 발표 당시만 해도 '소액이라도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내부 징계는 물론 의무적으로 형사고발하겠다'고 강조하며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해당 지침 안에 '이 지침에도 불구하고 범죄 혐의 사실의 고발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100만 원 미만의 소액인 경우에는 고발의 실효성을 고려해 감사처분심의회의 결정으로 고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는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시 교육청은 발표 당시에는 이 단서 조항을 전혀 알리지 않았다. 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처럼 밝혔지만, 100만 원 미만의 금품을 받은 공무원은 형사고발하지 않아도 되게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지침 발표 뒤 3년 가까이 지났지만, 금품을 받은 혐의로 형사 고발된 공무원은 한 명도 없다.

이러한 단서 조항은 최근 '회식비 카드깡 교장'으로 알려진 A초등학교 교장과 관련해 학부모들이 시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답변을 받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A초교 학부모 B씨는 교장이 시 교육청의 1차 감사에서 계약직 교직원에게 13만 원 상당의 스카프를 선물 받은 사실이 적발됐는데 '범죄 고발 지침'에 따라 형사고발해야함에도 왜 하지 않았는지, 민원을 시 교육청에 계속 제기했다.

1차 감사 후 시 교육청이 교장을 형사고발했으면, 감사 결과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학부모와 교사가 다시 진정서를 내고 시 교육청이 2차 감사를 하는 과정을 밟지 않아도 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 교육청은 학부모 B씨의 민원에 계속 '범죄 고발 지침이 맞다'고 하면서도 위법 사항에 대해 관련 법령과 지침에 따라 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했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이에 학부모 B씨는 <시사인천>에 제보했고, 취재 과정에서 해당 교장을 형사고발하지 않은 이유가 '범죄 고발 지침'의 단서 조항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B씨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사실을 최근 알게 돼 '왜 교장은 형사고발하지 않았느냐'고 민원을 제기했다. 똑같은 답변으로만 일관했는데, 결국 단서 조항 때문이었다니 분통이 터진다. 완전히 속은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대대적으로 알린 시 교육청 공보담당관실도 이번 취재 과정에서 단서 조항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당황하는 분위기다.

공보담당관실 관계자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에 이런 단서 조항이 있는 사실을 지금까지 몰랐다"며 "감사관실에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금품 수수 시 금액에 상관없이 고발한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고 한 뒤 "다만 실제 고발됐을 경우 수사가 끝날 때까지 인사 조치가 어렵기 때문에 빠른 학교 정상화를 위해 감사처분심의회에서 실효성 여부를 판단해 고발하지 않을 수 있는 단서 조항을 넣은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http://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인천시교육청, #비리공무원 엄벌, #원스트라이크아웃, #감사관, #카드깡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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