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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공인중개사무소. 평일이지만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13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공인중개사무소. 평일이지만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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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온 김에 집을 알아보려 왔는데, 단속이 나온다는 걸 몰랐네요."

정부가 부동산중개업소를 대상으로 합동 단속을 실시하는 첫날인 13일 오후, 집을 알아보려 서울 서초구 잠원동 공인중개사를 찾은 정아무개씨는 헛걸음을 했다. 정부의 합동 단속 소식이 알려지면서, 잠원동 일대 부동산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정씨는 "예전에도 집값이 오르고 정부 단속이 뜬다고 하면, 부동산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면서 "한두 번 그런 일이 아니어서, 오히려 익숙하다"라며 발걸음을 돌렸다.

실제로 <오마이뉴스>가 이날 잠원동 대림상가 등 상가 3곳, 20개 부동산을 돌아본 결과, 문을 연 곳은 찾을 수 없었다. 한 부동산은 아예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잠원동 D부동산 관계자는 "정부가 단속을 한다고 해서 아예 문을 닫고, 멀리 와버렸다"면서 "영업이 재개되려면, 한 달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서초와 강남 부동산, 정부 단속 소식에 대부분 문 닫아

이날 국토교통부가 출입기자를 상대로 현장 단속 동행 취재를 실시한 서울 강남구 개포 5단지 일대 부동산들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그나마 오전에는 개포 4단지 상가에 문을 연 부동산 4곳에 대해 단속을 했지만, 오후에는 문을 연 곳을 찾기 어려웠다.

국토부 관계자가 수소문 끝에 부동산 1곳을 섭외했고, 겨우 현장 단속에 대한 취재가 이뤄질 수 있었다. 현장 점검에서 실거래가 내역과 개별 계약서 현황 등이 검토됐지만, 특이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단속 소식이 알려지면서, 문을 연 부동산을 찾기가 어려워졌다"라고 토로했다.

이번 정부의 합동 점검은 대대적으로 이뤄진다.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국세청 직원까지 모두 231명이 합동 현장 점검반을 구성했다. 2~3명이 조를 이뤄 지역 부동산과 견본주택관 등을 점검한다.

분양권불법전매와 청약통장 불법거래, 떴다방 등 공인중개사법 위반 여부가 중점 점검 대상이다. 이날은 서울 지역 5곳에 대한 단속이 이뤄졌으며, 다른 지역도 순차적인 점검이 실시된다.

박태진 국토부 사무관은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했거나, 청약이 과열된 지역, 재건축이 예정된 단지 등을 선정해 단속을 벌일 계획"이라면서 "신고된 실거래가 내역을 확인하고, 매매 계약서를 들여다보면서 불법성 여부가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예고단속'에 실효성 의문 지적도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부동산에서 정부합동점검반이 부동산 거래 내역 등을 점검하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부동산에서 정부합동점검반이 부동산 거래 내역 등을 점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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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이번 합동 단속을 두고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주부터 정부는 이번 주 부동산중개업소에 대한 단속이 이뤄질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혔다.

단속 시기가 알려지자 상당수 강남 지역 부동산들이 문을 닫았고, 단속도 할 수 없게 됐다. 불법거래를 했더라도 이를 감출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준 셈이다.

결국 '보여주기'식 단속이란 비판이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감시팀장은 "단속을 하겠다고 미리 예고를 하고 단속하는 것은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단속"이라면서 "기존에도 단속을 한다고 떠들썩했지만, 정작 단속 실적이나 성과 등은 제대로 공개된 적이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현장 단속에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들도 볼멘소리를 낸다. 서초구 B부동산 소장은 "집값이 급등한 것을 잡으려고 현장 단속을 실시하는데, 분양 떴다방이면 몰라도 오랫동안 터를 잡아온 지역 부동산까지 단속을 하는 것은 지나치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역에서 자리 잡은 부동산들은 내부 평판과 신뢰도 문제가 있어서, 큰 불법행위는 할 수 없다"면서 "그래도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곳 없다고 조그만 실수라도 발견될까 싶어서 아예 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속 실효성 여부와 관련해 국토부는 합동 점검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단속 종료 기간을 별도로 설정하지 않고 단속을 한다는 것이다. 문을 닫아 단속을 하지 못했던 부동산들도 재방문해서 단속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박 사무관은 "이번 단속은 한 지역에 1회 방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부동산이 문을 닫아 단속을 못한 지역에 대해서는 2차례 이상 재방문을 해 단속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단속#떴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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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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