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터질 게 또 터졌다. '관료에 의한' 세월호 유골 은폐 사건말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었다.

우리 사회는 1987년 치열한 민주화 투쟁을 통해 마침내 독재를 물리치고 6.29라는 절반의 민주주의를 쟁취했다. 하지만 정작 그 민주주의와 자유화의 많은 과실은 관료 조직에게 돌아갔을 뿐이었다.

지난해 시작된 촛불시민의 위대한 공헌으로 나라를 바로세웠지만, 시민의 권리는 여전히 한 치도 전진하지 못한 채 또다시 관료들은 우리의 일상을 점령했다. 관료 집단은 민주주의와 자유화를 이용해 자신들에 대한 견제와 규제는 폐기하는 대신 국민에 대해서만 규제를 적용하면서 조직을 살찌우고 권한을 급속하게 강화한다. 그리고 국민의 공복(公僕)인 관료는 국민 위에 완벽하게 군림하게 됐다.

관료집단이 '진정한' 주인이 된 사회

관료들은 우리 사회 일상을 지배하는 유일한 룰(Rule) 제정자이자 유일한 운용자다. 

관료들에게 장관이란 그저 찰나의 권력욕에 취한 부나방일 뿐이고 대통령은 기껏 '청와대 5년 하숙생'이다. 국회의원도 기껏 '4년 계약직'이다.

관료들은 자기 자신은 실제 힘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고 공언한다. 그저 조직이 시켜서, 조직의 일원으로서 규정대로 할 뿐이라고 한다. 그러니 누구도 책임을 질 위치에 있지 않고 책임자가 아니다. 이런 문화야말로 가장 최악의 문화다. 아무도 현실을 바꿀 생각도 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무책임과 무능으로 점철된다. 그러면서 언제나 '관행'을 앞세우고 매사에 장단점을 논하며 은근하고 끈기 있게 변화와 개혁을 저지시킨다.

주로 정당과 연결돼 각급 기관장으로 임명되는 사람(여기에 장관도 포함될 수 있다)들은  대체로 보아 출세 지향적이다. 조직의 개혁에는 관심이 거의 없고, 오직 '자리'와 '출세'에 올인한다. 그러면서 대부분 관료집단에 부화뇌동한다. 자기 임기 내에 큰 일이 터지지 않기만을 바란다. 이를테면 내부 고발자에 대해서도 오히려 더 처벌 지향적이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에서 언제나, 결국은 관료집단이 승리를 거두게 된다. 관료집단은 명실상부,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이다.

관료집단에 대한 감독 책임, 국회에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이들 관료집단에 대한 감독시스템은 철저히 결여돼 있다. 하루바삐 우리도 미국의 회계감사원처럼 의회에 설치되거나 독일이나 프랑스의 감사원처럼 독립기관으로 설치돼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모든 공공기관의 사업과 활동에 대해 철저하고 투명한 회계감사가 이뤄져야 한다.

관료집단에 대한 감독은 본래 공무원 소환제를 비롯해 시민들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시민의 권리가 전혀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지 않은 현재, 시민의 대표로 선출된 국회의원이 시민에게 감독의 권리를 위임받아 이들 관료집단에 대해 감독하고 관리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 나라 국회의원들은 그런 일은 '지체 높은 내가 어찌 그런 하찮은 일을 하리!'라는 식으로 근본적으로 철저히 방기하는 듯하다. 관료조직에 대한 감독이야말로 국가의 운용을 좌지우지하는 대사 중 대사다. 국회의원이 바로 서야 관료집단도 바로 설 수 있다. 

젊은이가 움직이지 않으면... 사회는 미래가 없다

우리 사회는 지금 공무원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뭉친 젊은이들로 넘치고 넘친다. 그리하여 해마다 엄청난 수의 젊은이들이 공무원으로 진입한다. 본래 생각이 젊고 기존 사회 관행에 물들지 않은 젊은이들이 많아지면 관료조직 역시 맑아져야 당연할 일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젊은이들 역시 진입 이후 매우 빠른 속도로 관료조직의 관행과 문화에 완전히 동화될 뿐이다.

조직이 바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젊은층이 개혁과 조직문화의 쇄신에 활약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생각이 없고 움직이지 않으면 그 조직은, 그 사회는 그리고 그 국가는 미래가 없다.


태그:#세월호, #유골은폐, #관료, #국회, #시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