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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테이크 아웃으로 주문하며 재사용 컵에 담아달라고 요청했다. 커피값은 5% 할인 받았지만 컵에 대한 보증금을 1유로 따로 지불해야 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해당 컵을 사용하는 카페라면 어디에서든 컵을 반납하고 1유로를 돌려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카페에서 나와 길을 걸으며 커피를 조금씩 마셔보았다. 맛도 나쁘지 않고 빠르게 식지도 않았다. 학교 수업이 끝난 후 집에 가는 길에 다른 카페에 들려 컵을 돌려주고 1유로를 받았다. 카페측은 식기세척기로 재사용 컵을 씻고 다음 고객을 위해 비치해 둔다.
 
테이크 아웃용 재사용 컵. 컵에 쓰여있는 return, reuse, recycle이란 문구가 재사용 컵의 철학을 잘 보여준다
 테이크 아웃용 재사용 컵. 컵에 쓰여있는 return, reuse, recycle이란 문구가 재사용 컵의 철학을 잘 보여준다
ⓒ 오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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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최근 독일에서 테이크 아웃용 재사용 컵(Mehrwegbecher)을 사용하는 카페가 많아졌다. 재사용 컵을 생산하는 기업이 카페와 제휴를 맺고 컵을 카페제공한다. 카페는 해당 시스템을 이용하는 소량의 비용만 지불한다. 내가 이용한 재사용 컵 업체의 경우 카페에 하루 1유로의 시스템 이용료만을 부과한다. 따라서 재사용 컵을 카페에서 사용하기 위해 한달에 30유로 정도의 비용만을 지불하는 셈이다.

카페는 재사용 컵을 사용함으로써 쓰레기를 줄이게 된다. 또한 고객들이 재사용 컵을 많이 이용할수록 일회용 컵을 적게 사용하기 때문에 일회용 컵을 구입하는 데에 드는 비용도 줄어든다. 카페에서 고객에게 돌려준 컵 보증금은, 후에 재사용 컵 기업이 카페에 돌려준다 . 재사용 컵에 대한 광고나 홍보는 재사용 컵 생산 기업에서 전담하기 때문에 카페 입장에서는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에 주저할 이유가 없다.
 
카페에 비치되어 있는 모습.
 카페에 비치되어 있는 모습.
ⓒ 오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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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이용하는 고객 역시 재사용 컵을 사용할만한 충분한 동기가 있다. 무엇보다도 커피값을 할인 받는다는 경제적 요인이 크다. 또한 내가 직접 이용해 본 재사용 컵은 500번까지 카페에서 재사용 할 수 있어 환경보호에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지역에 해당 컵을 사용하는 카페가 많기 때문에 보증금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재사용 컵에 대한 우려도 있다. 업체는 유해 성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홍보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아직은 안전성을 100% 확신할 수 없다. 특히 독일 정부기관에서 대나무 소재 재사용 컵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70도가 넘는 음료를 담을시 멜라닌이 녹아나올 수 있다고 한다 (사진의 초록색 컵은 대나무 소재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재사용 컵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독일에 늘어나고 있다. 각 기업마다 재사용 컵의 소재와 디자인도 다르고, 홍보 방식도 다르다. 이미 특정 주 정부에서 지원을 받는 재사용 컵 기업도 생겨났다. 또 카페 뿐만이 아니라 일반 기업에서도 이런 재사용 컵을 사용하기도 한다. 볼프스부르그에 위치한 폭스바겐 본사가 대표적이다.

재사용 컵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한결같이 독일에서 일회용 컵이 사라지게 하는 것을 목표라고 말하고 있다.

태그:#커피, #테이크아웃, #재사용컵,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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