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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쓰레기로 인해 바다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은 바다거북이 부검에서도 드러난다. 한반도의 서해와 남해, 동해에는 다양한 종류의 바다거북이 살고 있다. 붉은바다거북과 푸른바다거북이 주종을 이루지만 매부리바다거북이나 장수거북, 올리브바다거북도 종종 발견되고 있다.

국립생태원은 지난 2018년부터 최근까지 51개의 바다거북 사체를 부검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바다거북들의 장기에서 인간이 쓰고 버린 각종 비닐과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된 것이다. 그중 해양 쓰레기를 먹이로 오인한 바다거북 34개체의 장내 쓰레기 현황을 확인한 결과 바다거북 1마리당 평균 39개의 플라스틱 해양 쓰레기를 섭식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연 중인 이혜림 서천 국립생태원 수의사.
 강연 중인 이혜림 서천 국립생태원 수의사.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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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현실은 이혜림 국립생태원 동물복지부 수의사가 지난 16일 충남공익활동지원센터 강연에서 전한 내용이다. 그는 충남 서천에 있는 국립생태원에서 바다거북의 부검을 담당하고 있다. 멸종 위기에 처한 바다거북의 폐사 원인은 대부분 인간이 제공하고 있다는 게 이 수의사의 진단이다.

이날 바다거북과 해양쓰레기를 주제로 강연한 이혜림 수의사는 "바다거북은 종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종마다 식습관이 다르고, 바닷속 분포 깊이가 다르다. 활동범위가 넓은 상위포식자"라며 "그 때문에 해양 생태계의 오염도를 쉽게 볼 수 있는 지표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다거북 부검을 통해 밝힌 피해 상황은 예상대로 심각했다"며 "해양쓰레기로 인한 장 병변은 32건, 어망 피해로 인한 질식사가 6건, 선박 충돌 피해사례도 2건에 달했다"고 말했다. 바다거북의 멸종은 인간의 생활 방식과 관계가 깊다는 것이다.

바다거북들이 플라스틱 해양 쓰레기를 먹는 이유는 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하기 때문이다. 장기간 플라스틱을 섭취한 바다거북들은 결국 장기 손상으로 고통스럽게 죽어간다. 인간이라면 응급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바다거북들은 제때 치료도 받지 못하고 바다에서 죽음을 맞고 있다.

"바다거북 장기에서 대남·대북 전단까지 나와"
 
 바다 거북의 장기 배치도
 바다 거북의 장기 배치도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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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이 수의사는 "바다거북들은 바닷속에 있는 그물이나 섬유 형태의 쓰레기를 해초로 오인한다. 그걸 먹고 장이 꽉 막히곤 한다"며 "거북이의 장 안에서 부표나 스티로폼, 택배 봉지가 발견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 남북이 만든 대남·대북 전단도 발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다거북이 해양 쓰레기를 구분해 골라 먹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바다 쓰레기의 양 자체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다. 바다에 분포하는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의 쓰레기는 1km²당 2만 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바다거북들은 해초를 좋아한다. 하지만 해초를 섭식하는 과정에서 해초 사이에 숨어있는 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해 먹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 수의사는 "바다거북들은 식도의 해부학적 구조 때문에 먹이를 삼키면 토해내기가 어렵다. 목구멍(식도)에 가시 형태의 돌기가 많다"며 "플라스틱이나 비닐 쓰레기와 같은 오염물질을 먹어도 거꾸로 뱉어낼 수가 없는 구조"라과 말했다.

이어 그는 "바다거북 부검을 통해 확인한 것은 인간이 의도치 않게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라며 "바다거북의 죽음은 결국 인과응보처럼 인간에게도 돌아올 수 있다.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국립생태원#바다거북#해양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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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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