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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중인 땅은 곡식 대신 풀을 기른다
어머니는 안식으로 풀을 기른다
풀을 기르며 풀에 대하여
이런 이야기 하나를 들려준다
풀처럼 살아라
내가 이기지 못한것은 저 풀밖에 없다.'
 - 조기조, 풀의 기술  중에서

시인의 어머니 말씀처럼 풀은 그 무엇도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존재다.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유전자변형농산물 (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은 풀을 없애기 위해 만들었다. GMO작물만 살아남고 모든 식물을 죽이는 전멸제초제는 핵폭탄처럼 모든 생명체에 위협적이다. 그러나 풀은 저항성을 가진 내성을 길러서 죽지 않는 슈퍼 잡초로 변신했다.
 
두둑에는 풀이 없도록 하고, 고랑에서 자라는 풀은 작물생육에 방해가 안된다
▲ 양배추 두둑에는 풀이 없도록 하고, 고랑에서 자라는 풀은 작물생육에 방해가 안된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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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도 키우도 흙도 살리고

풀은 자연생태계의 먹이사슬 가장 아래에 있으면서, 흙 속의 미생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양분을 제공한다. 또한, 흙 위의 곤충과 동물의 먹이가 되어 생태계를 유지하는 파수꾼이기도 하다. 즉, 풀은 생태계 모두를 지키기 위한 끊임없는 생명력으로 흙을 보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사에서 풀은 적대적 관계일 수 밖에 없으며, 풀을 헤치지 않고서 농사는 불가능하거나 어렵다. 그런 이유로, 풀 한 포기 허용하지 않으려는 농사는 끊임없이 제초제를 사용하여 풀과 흙으로 연결된 자연생태계의 순환을 단절시켰다. 농사에서 풀을 무조건 없애는 것은 위험하며, 작물도 키우고 흙의 지력을 높이면서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작물보다 크지 않도록 고랑의 풀을 키워도 된다
▲ 양파 작물보다 크지 않도록 고랑의 풀을 키워도 된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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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랑의 풀은 잘라서 그자리에 두면 풀의 성장을 억제한다
▲ 생강 고랑의 풀은 잘라서 그자리에 두면 풀의 성장을 억제한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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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둑은 작물에게 고랑은 풀에게 나눈다

농사를 짓는 밭의 이랑은 두둑과 고랑으로 되어있다. 지면보다 높은 두둑은 작물이 뿌리를 내리는 영역으로 풀이 가깝게 있으면 생육에 방해가 된다. 두둑은 작물만 있고 풀이 성장하지 못하도록 억제를 하는 것이 농사에 도움이 된다. 두둑 아래의 고랑은 물이 빠지는 배수와 통로의 기능을 하며, 풀이 있어도 작물 생육에 방해는 안된다.

작물이 생육하는 두둑에 올라오는 풀은 뿌리째 뽑거나, 낙엽 같은 유기물로 덮어주면 햇빛을 차단하여 풀의 생육을 억제한다. 고랑에서 살아가는 풀은 작물보다 크지 않도록 하고, 뿌리는 남겨둔채 줄기 밑둥만 잘라서 그 자리에 놓는다. 풀이 작물보다 크게 자라면 햇볕을 막아서 광합성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흙이 보이지 않도록 유기물 덮개를 하면 풀을 억제하고 수분유지와 미생물 활동을 돕는다
▲ 토란 흙이 보이지 않도록 유기물 덮개를 하면 풀을 억제하고 수분유지와 미생물 활동을 돕는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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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랑의 풀은 적절하게 키우면서 밑둥을 잘라내고 그 자리에 덮는다
▲ 고추 고랑의 풀은 적절하게 키우면서 밑둥을 잘라내고 그 자리에 덮는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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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맨살을 보이지 마라

작물생육에 방해가 안 되는 풀을 적절하게 키우면서 뿌리는 남기고 잘라주면 흙 속의 토양생태계는 유지된다. 또다시 올라오는 풀은 두세 번 잘라주는 사이에 작물은 성장하여 풀을 이겨낸다. 흙 속에 뿌리를 남기고 생육을 끝낸 풀은 또 다른 풀의 성장을 막는 방패 역할을 한다.

풀을 뿌리째 뽑는 행위는 흙 속에 묻혀있는 풀씨에게 햇볕을 보여서 더 많은 풀이 자라게 할 뿐이다. 풀씨는 햇볕을 차단하면 발아하지 못하기 때문에 흙을 햇볕에 노출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

잘라낸 풀은 그 자리의 흙에 덮어서 햇볕을 막아주면 수분 유지와 미생물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흙 속에 남은 뿌리는 미생물의 먹이로 분해되어 흙의 지력을 높이고 식물의 양분으로 순환된다.

지구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은 생명체의 다양성에서 시작되었다. 농사도 풀과 함께 공생하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해한다면 풀은 무조건 없애야 할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풀이 사라진 농사는 위험하며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지구온난화의 기후변화가 경고하고 있다.

태그:#풀, #흙, #미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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