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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박미숙은 아들 장덕준의 1주기 제사상에 피자와 치킨, 햄버거를 올렸다. 모두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엄마 박미숙은 아들 장덕준의 1주기 제사상에 피자와 치킨, 햄버거를 올렸다. 모두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 사단법인 김용균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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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박미숙은 아들 장덕준의 1주기 제사상에 피자와 치킨, 햄버거를 올렸다. 모두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엄마 박미숙은 아들 장덕준의 1주기 제사상에 피자와 치킨, 햄버거를 올렸다. 모두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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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엄마 박미숙은 아들 장덕준의 상에 피자와 치킨, 햄버거를 올렸다. 모두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하지만 맛있게 먹어야 할 아들은 엄마 곁에 더 이상 없다. 1주기 제사상 위에 올려진 영정사진 속 흰모자에 뿔테안경을 걸친 모습으로만 정면을 응시할 뿐이다.

1993년에 태어난 아들 장덕준은 대학에서 로봇응용학과를 전공했고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제대했다. 이후 생활비라도 벌어 부모님 부담을 덜해주고자 2019년 여름부터 약 1년 4개월간 칠곡 쿠팡물류센터에서 일용직 신분으로 일했다. 태권도 4단 자격증을 보유할 만큼 건강했고 평소 75kg의 몸무게를 유지할 정도로 건장했던 그는 지난해 10월 12일 심야근무를 마치고 귀가한 뒤 쓰러졌고, 그것이 마지막이 됐다. 

엄마 박미숙에 따르면 아들 장덕준은 마지막 근무 중 가슴을 움켜쥐고 통증을 호소하며 주저앉았다. 그런데도 회사는 아들을 잠시 쉬게 했을 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심야근무를 마친 아들은 집에 돌아온 뒤 샤워를 하러 들어갔고 오전 6시께 욕실에서 숨이 멈춰 있는 것을 가족들이 발견했지만 끝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아들을 허망하게 떠나보낸 뒤 엄마는 남은 가족들과 함께 쿠팡에 공식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쿠팡은 <오마이뉴스>에 "고인은 택배 분류가 아닌 포장 지원 업무를 맡았다. 주 52시간을 넘기지 않았으며, 매월 쿠팡이 상시직 전환을 권유했지만 자발적으로 일용직을 선택했다"면서 "유족과 택배노동자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의 (과로사)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아들이 남긴 숙제... 일상을 포기했다"

1년이 흐른 12일, 엄마는 아들의 사망 1주기에 맞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고 장덕준 산재사고 1년 추모 및 법제도 개선안 마련 촉구 회견'에 참석했다.

이날 기자회견 후 <오마이뉴스>를 만난 엄마 박미숙은 "덕준이가 없는데 어떻게 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있냐"면서 "일상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 솔직히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들이 준 숙제라 생각하고 이런 비극적인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라고 현재 심경을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들이 떠난 뒤 엄마와 남은 가족들은 산재 인정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놓고 쿠팡과 지난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 지난 2월 근로복지공단이 아들 장덕준의 죽음을 '산업재해'라고 인정하자, 그제야 쿠팡은 "근로자들이 안전한 환경 속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엄마는 쿠팡의 발표에 대해 "지금도 덕준이 친구들은 생명을 담보로 내놓은 채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면서 "쿠팡은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 구체적인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쿠팡물류센터 근무 환경이 아들 장씨가 일하다 사망했을 당시나 1년이 흐른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7월 말 쿠팡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쿠팡은 물류센터 내 폭염대책 마련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동탄과 인천 등 물류센터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당시 노동자들이 든 피켓에는 ▲에어컨 즉시 설치, 냉방시설 확충 ▲휴게시간과 휴식공간 제공 ▲냉방물품 지급 및 개인소지 허용 등의 요구사항이 담겨 있었다.

당시 현장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난 쿠팡 물류센터 야간근무자도 "폭염 속에 오후 6시께부터 다음날 새벽 4시께(연장근무 미포함)까지 일을 하지만, 휴식 시간은 식사시간 50분과 새벽 2시께 주어지는 20분이 전부"라고 고백했다. 
 
장덕준씨 부모님이 1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장덕준씨 부모님이 1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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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적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12일 오후 <오마이뉴스>에 "쿠팡은 근로자들의 안전과 건강 관리를 최우선으로 해오고 있다"며 "야간근로자를 위한 특수건강 진단 대상을 현행 법정 기준보다 대폭 확대해 시행하고 업계 최초로 유급으로 건강을 증진시키는 쿠팡 케어 프로그램도 시행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그동안 유족 지원 등을 위해 유족과의 직접적인 협의를 요구해왔지만 민주노총 대책위가 협상자로 나서 여러 요구사항의 선제적 수용을 요구했다"면서 "유족과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협의를 하지 못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엄마 박미숙씨는 <오마이뉴스>에 "왜 자신에게 직접 연락 한 번 하지 않고 언론에만 협의가 안돼 안타깝다는 말만 하냐"면서 "번호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언제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연락 한 번 없는 건 쿠팡이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씨는 "쿠팡의 이러한 태도 때문에 오늘 국회 앞에 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면서 "유족을 기만하는 쿠팡에 대해 국회가 야간 노동을 제한하거나 야간 물류센터 운영 시간을 제한하는 식으로 규제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장덕준씨의 유족과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는 국회에 ▲노동법 개정을 통한 야간노동 제한 ▲유통법 개정을 통한 야간 물류센터 운영시간 제한 등 관련 법안 마련을 촉구했다.

태그:#쿠팡, #장덕준, #대구, #칠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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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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