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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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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7일 120시간 일하고 있습니다(웃음)."


취임 후 지난 한 달을 어떻게 보냈는지 묻자 농담과 진담이 섞인 답이 돌아왔다. 위기의 더불어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등 뒤엔 '박지현이 듣고 민주당이 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 있었다.

박 위원장은 인터뷰 장소에 헐레벌떡 왔다가 헐레벌떡 사라졌다. 박 위원장의 일정표는 누군가와의 '만남'으로 가득 차 있었고, 이는 인터뷰 시간 앞뒤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듣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지난 한 달을 숨 가쁘게 달려왔다고 전했다.

14일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만난 박 위원장은 "이번 대선은 정치사에 기록될 만큼 혐오, 차별, 갈라치기가 성행한 선거였다"며 "이것부터 바로잡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들이 느끼고 있는 갈등을 해결하는 게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라며 "정치인이 된 입장에서 이 지점의 화합을 제 역할이라 생각하고 활동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그가 헐레벌떡 뛰어다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혐오'의 최전방에 있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선 "이 대표의 말을 보면 정치인은 쏙 빠지고 누군가와 누군가의 대결을 만든다"라고 지적했다. "갈등은 여성, 남성, 세대를 나누지 않고 우리가 다 같이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며 정치의 역할을 강조한 박 위원장은 "(이 대표가) 시민들에게 혐오의 마음을 심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낀다"고 꼬집었다.

박 위원장은 '2030 남성들이 박지현에 대해 가장 크게 오해하는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말엔 "'젠더 이슈밖에 모르는 어린 여자애'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제가 디지털성범죄 사건을 취재하고 그것을 근절하기 위해 활동한 것은 사회를 바꾸기 위한 운동의 개념"이라며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한 사람으로 봐주셨으면 한다. 여성, 나이, 학벌 등의 프레임으로 저를 바라봐주는 것 또한 좀 아쉽다"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박 위원장은 청년과 여성의 지방선거 공천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더불어민주당은 매번 지켜지지 못했던 30% 의무 공천을 이번에도 들고 나왔다. 박 위원장은 "이번만큼은 어떻게든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말 인구가 적은 지역엔 예외를 둘 수도 있겠지만 (부족한) 그만큼을 다른 지역에서 채우는 방안 등을 고민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의무 공천을 비롯해 가산점, 기탁금 면제·감면 등 청년·여성을 배려한 현재 공천 제도를 두곤 "저와 제가 만난 청년들의 입장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여전히) 청년의 운동장을 넓히는 게 아닌 무언가 떼어준다고 여기는 분위기"라며 "지금 구조에서 정치를 하려면 돈과 인맥이 필요한데 이 두 가지 잣대를 들이밀면 청년들이 무얼 내세울 수 있겠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돈과 인맥의 벽에 좌절하는 청년들이 많다"라며 "청년의 능력을 평가할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청년들이 자신을 소개할 장을 만드는 게 정치권의 역할이 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아래 박지현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삶에서 체감하는 민주주의, 여전히 숙제"
  
"이번 대선은 정치사에 기록될 만큼 혐오, 차별, 갈라치기가 성행한 선거였습니다. 이것부터 바로잡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결국 갈등은 우리가 다 같이 해결해야 하는 것입니다. 여성, 남성, 세대를 나누지 않고 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번 대선은 정치사에 기록될 만큼 혐오, 차별, 갈라치기가 성행한 선거였습니다. 이것부터 바로잡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결국 갈등은 우리가 다 같이 해결해야 하는 것입니다. 여성, 남성, 세대를 나누지 않고 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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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후 한 달이 지났고 지방선거를 50여 일 앞둔 상황에서 주로 어떤 기조로, 어떤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지요.

"큰 기조는 '박지현이 듣고 민주당이 하겠습니다'입니다. 듣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신규 당원, 기존 당원, 시도당위원장, 출마자 등 각계각층의 분들을 만나 뵙고 있습니다. 디지털성범죄 관련 간담회도 진행했고 오늘(14일)은 방송 스태프 노조와도 만났습니다. 사회의 각종 문제들에 공감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많은 분들을 만나는 중입니다."

- 비대위원장 취임 후 지난 한 달, 어땠나요.

"너무 바빠요(웃음). 주 7일 120시간 일하고 있습니다(웃음)."

-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지방선거 역시 '정치교체'가 화두로 떠올랐고, 결국 '공천'이 지방선거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위원장님이 생각하는 정치교체의 중요성과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공천 기조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정치교체의 필요성을 느끼셨고, 그 결과가 이번 대선에서도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정치교체는 헌법 1조 2항(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에 나와 있는 정신을 오롯이 실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께서 정치인을 그렇게 바라보지 않습니다.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정치인들을 위한 정치, 일부 기득권만을 위한 정치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하십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가 여러 노력을 해온 것은 분명합니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민주주의의 제도적 완성 측면에서 상당 부분 진전했습니다. 다만 국민들이 삶에서 민주주의를 체감해야 하는데 그건 우리의 여전한 숙제입니다.

제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청년과 여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우리가 정치인 하면 떠오르는 '5060 남성'이란 이미지가 있잖습니까. 그들로 대표되는 정치가 여태까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많습니다. 다양성을 더 보장해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정치권으로 들어와야 합니다. 청년과 여성들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은 '여성' 부문에서 큰 희망을, 반면 '청년' 부문에선 과제를 안기도 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새로이 시선을 준 여성 유권자를 붙들면서도 민주당에 실망한 청년 유권자를 끌어 오기 위한 복안은 무엇입니까.

"이번 대선은 정치사에 기록될 만큼 혐오, 차별, 갈라치기가 성행한 선거였습니다. 이것부터 바로잡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청년들이 느끼고 있는 갈등을 해결하는 게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힘이 청년 공약이라고 내세운 '여성가족부 폐지'의 경우 사실상 '개편'으로 이야기되는 모습입니다. '병사 200만원 월급' 공약에 대해서도 인수위 측이 '지금은 그 이야길 안 했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말한 걸 기사를 통해 봤습니다. 공약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취임도 하기 전에 청년들과의 약속을 헌신짝 취급하는 것을 보며 저보다 2030 남성분들이 더 배신감을 느끼셨을 겁니다.

결국 갈등은 우리가 다 같이 해결해야 하는 것입니다. 여성, 남성, 세대를 나누지 않고 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서로를 적대시하게 만든 것엔 정치와 언론이 큰 역할을 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정치인이 된 입장에서 이 지점의 화합을 제 역할이라 생각하고 활동 중입니다. 민주당에도 좋은 청년 공약들이 많습니다. 그 공약을 지켜나가야 청년들을 끌어올 수 있습니다. 결국 제일 중요한 건 소통의 장을 많이 만드는 것입니다. 오해를 풀고, 원하는 것을 듣고, 해답을 찾는 과정이 정치권의 역할입니다."

- 2030 남성들이 박지현에 대해 가장 크게 오해하는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제가 디지털성범죄 사건을 취재하고 그것을 근절하기 위해 활동한 것은 사회를 바꾸기 위한 운동의 개념이었습니다. 하지만 '젠더 이슈밖에 모르는 어린 여자애'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를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한 사람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여성, 나이, 학벌 등의 프레임으로 저를 바라봐주시는 것 또한 좀 아쉽습니다."

"온정주의로 돌아가는 정치권, 청년들 좌절"
  
"많은 기성 정치인들이 청년들을 향해 '너는 나이가 젊으니 앞으로 할 게 많지 않냐'는 이야길 많이 한답니다. 정치를 그들만의 것이라고, 청년의 운동장을 넓히는 게 아닌 무언가를 떼어준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많은 기성 정치인들이 청년들을 향해 "너는 나이가 젊으니 앞으로 할 게 많지 않냐"는 이야길 많이 한답니다. 정치를 그들만의 것이라고, 청년의 운동장을 넓히는 게 아닌 무언가를 떼어준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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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비대위 회의 등을 통해 청년·여성 공천을 강조하고 있고, 당에서도 가산점 및 의무 공천 등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청년과 여성 출마자뿐만 아니라 많은 출마자들을 만나고 있을 텐데 반응은 어떤가요.

"우선 당내에서도 '이번 선거만큼 청년과 여성에게 문을 연 선거는 처음'이란 말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와 제가 만난 청년들의 입장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많은 기성 정치인들이 청년들을 향해 '너는 나이가 젊으니 앞으로 할 게 많지 않냐'는 이야길 많이 한답니다. 정치를 그들만의 것이라고, 청년의 운동장을 넓히는 게 아닌 무언가를 떼어준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청년을 동료로 봐야 하는데 아직 그 부분이 미진해 아쉽습니다.

지금 구조에서 정치를 하려면 돈과 인맥이 필요합니다. 이 두 가지 잣대를 들이밀면 청년들이 무얼 내세울 수 있겠습니까. 청년의 능력을 평가할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청년들이 자신을 소개할 장을 만드는 게 정치권의 역할이 돼야 합니다."

- 현 가산점만으로 기성 정치인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할 것인지, 청년·여성 30% 의무 공천이 실현 가능할 것인지 물음표가 찍히기도 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요.

"우선 중앙당에서 지침을 내려도 시도당에서 아주 중요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게 왜 우리당에 필요한 것인지 합의를 도출하고 강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정치권이 온정주의라고 할 수 있는, '나눠먹기' 식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 사람 자체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게 기준을 세우는 노력을 더 해야 합니다.

청년들 중에 돈과 인맥의 벽에 좌절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광주 청년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결혼자금 5000만 원을 선거 자금으로 썼는데 이번에 떨어지면 결혼도 정치도 못한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기성정치인에겐 얼마 안 되는 돈일 수 있지만 청년들에게 5000만 원은 엄청난 돈이지 않습니까. 이런 부분도 잘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 청년·여성 30% 의무 공천이 이번엔 달성될 수 있을까요.

"당헌·당규에 담겨 있는 내용인데 그동안 안 지켜진 것입니다. 이번만큼은 어떻게든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인구가 적은 지역엔 예외를 둘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을 다른 지역에서 채우는 방안 등을 고민해봐야 합니다."

- 희망이 보이나요.

"희망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고민 없는 무조건적 능력주의, 과연 정의일까"
 
"무조건 능력주의를 우선시하는 게 과연 정의인지 묻고 싶습니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배제된 공정이 과연 공정일까요. 돈과 인맥이 우선시되는 정치 구조에서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는 걸 잘 알 텐데 왜 그걸 인정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인식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조건 능력주의를 우선시하는 게 과연 정의인지 묻고 싶습니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배제된 공정이 과연 공정일까요. 돈과 인맥이 우선시되는 정치 구조에서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는 걸 잘 알 텐데 왜 그걸 인정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인식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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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도 여성·청년·장애인에 대한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했지만 이준석 대표의 기조는 '가산점은 없다' '할당제는 없다'였고, 실제로 할당제는 공직선거법상 최소한을 제외하곤 적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기조의 근본엔 '공정주의' '능력주의'가 깔려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 없이 무조건 능력주의를 우선시하는 게 과연 정의인지 묻고 싶습니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배제된 공정이 과연 공정일까요. 그동안 청년이나 여성에 기회의 문을 넓히지 않은 정치가 계속돼 왔는데, 그들만의 정치가 잘 흘러왔나요. 돈과 인맥이 우선시되는 정치 구조에서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는 걸 잘 알 텐데 왜 그걸 인정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인식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준석 대표의 '공정주의'에 적극 동참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 대표의 말을 살펴보면 일부 맞는 말이 섞여 있습니다. 때문에 수긍하시는 분들도 많죠. 하지만 전체 맥락을 보면 결국 누군가를 배제하거나 갈등을 조장하는 말들입니다. 정치인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 대표의 말을 보면 정치인은 쏙 빠지고 누군가와 누군가의 대결을 만듭니다. 최근에 시민과 장애인의 대결을 만든 게 대표적이죠.

이 대표에게 '혐오 발언을 사과하라'고 요구하면 이 대표는 '내가 언제 혐오했냐'고 이야기합니다. '나는 너를 혐오해'라고 말하는 것만 혐오인 것이 아닙니다. 시민들에게 혐오의 마음을 심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낍니다.

언론을 보니 이 대표가 박경선 전장연 대표에게 '(이슈가 됐으니) 전장연 사무실에 제 동판을 세워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합니다.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대표 때문에 장애인 분들이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찍히고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데 그런 말을 하다니요. 같은 정치인으로서 안타깝고 죄송스러운 마음이었습니다."

- 국민의힘이 내세운 게 지방선거 자격시험인 '기초자격평가(PPAT·People Power Aptitude Test)'입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공정이란 가치를 고민했다는 점 자체는 평가할만한데 그 공정을 담보하는 방법이 틀렸습니다. 시험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얻지 못하면 공천 심사를 받지 못하도록 한 것에 부작용이 크다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심지어 수험서가 나오면서 사교육 이야기도 나옵니다. 돈을 낼 수 있는 누군가는 시험 준비를 더 잘 할 수 있겠지만 돈을 낼 수 없는 누군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인터뷰 ②]그런 적 없던 박지현이 손을 덜덜 떤 이유 http://omn.kr/1ydn0 로 이어집니다.

태그:#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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