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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벌이 가정에서 부부간 갈등이 악화될 경우, 생활비를 제대로 주지 않거나 전혀 주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생활비를 주지 않는 것을 부부 간 우위를 점하기 위한 권력의 수단으로 삼는 사람도 있습니다. 

심지어 이혼을 원하는 유책배우자(혼인 관계가 파탄하게 된 데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상대방이 이혼에 응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방법으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배우자가 생활비를 주지 않으면 이혼해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받는 것 외에 법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생각해 일어나는 일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방법은 있습니다. 이번에는 혼인관계를 유지하면서 배우자로부터 생활비를 받기 위한 법적 조치를 소개해드립니다.

민법, 부부간 부양의무 규정

민법 제826조 제1항 본문은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부간 부양·협조는 서로 자신의 생활을 유지하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상대방의 생활을 유지해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민법 제974조는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간, 기타 생계를 같이하는 친족간에도 부양의무를 지는 것으로 규정합니다. 예를 들면 부모가 성년의 자녀에 대해 또는 성년 자녀가 부모에 대해 직계혈족으로서 친족간 부양의무를 부담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친족간 부양의무는 제2차 부양의무로서, 자기 생활에 여유가 있음을 전제로 부양받을 사람이 자력 또는 근로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때에만 그의 생활을 지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부부간 부양의무에 비해 의무이행 순위가 후순위일 뿐만 아니라 의무이행의 정도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이처럼 부부간 부양의무는 제1차 부양의무이므로 부양받을 배우자가 배우자 대신 다른 친족(그 부모 혹은 성년 자녀 등)으로부터 부양을 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부부간 부양의무를 면할 수 없습니다. 또 다른 사람이 부부 중 일방을 부양했다면 그 사람은 상대 배우자에게 부양에 소요된 비용 상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부부 사이의 구체적인 부양료 액수는 ▲당사자 쌍방의 재산 상태와 수입액 ▲생활 정도 및 경제적 능력 ▲사회적 지위 등에 따라 부양이 필요한 정도 ▲그에 따른 부양의무의 이행 정도 ▲혼인생활 파탄의 경위와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합니다.

혼인 중 일방이 생활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면 배우자를 상대로 '부양료청구의 소'를 제기해 과거 부양료 및 장래 부양료(청구 시점부터 혼인관계의 종료일까지 월 일정 금액) 지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혼소송 중이라 하더라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부부간 혼인관계가 존재하므로 '부양료 사전처분신청'을 통해 이혼소송이 종료될 때까지 배우자에게 부양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판례는 부부간 상호부양의무에 관해 부양받을 자가 부양의무자에게 부양의무의 이행을 청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양의무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아 이행지체에 빠진 이후의 것에 대해서만 부양료 지급을 청구할 수 있을 뿐, 부양의무자가 부양의무의 이행을 청구받기 이전의 부양료 지급은 청구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오랜 기간 생활비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는 과거 부양료를 청구할 수 없는 것입니다. 과거 부양료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생활비를 달라고 구체적으로 청구를 한 적이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이를 이행하지 않았으며 ▲이같은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있는 경우여야 과거 생활비를 청구한 시점부터 현재까지의 과거 부양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배우자가 생활비를 주지 않아 곤란을 겪으면서도 그저 인내하며 기다리기만 한다면, 배우자로부터 과거 부양료를 받을 수 없게 됩니다. 동시에 배우자 대신 부양의무를 이행한 제2차 부양의무자(부모 혹은 자녀) 역시 배우자에게 상환청구를 할 수 없는 안타까운 결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배우자가 생활비 지급을 게을리하는 경우, 배우자에게 생활비를 명확히 청구하고, 그 증거를 잘 보관해 과거 부양료 청구의 근거를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배우자와 갈등으로 변호사를 찾는 사람들은 대개 이미 이혼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습니다. 반면, 배우자와 갈등이 아무리 극단으로 치달아도 절대로 이혼만은 할 수 없다는 심정으로 인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배우자로부터 생활비를 제대로 받지 못해 곤란을 겪으면서도 변호사와 상담해 볼 생각은 잘 하지 않아 적절한 법적 조력을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곤 합니다. (법무법인 동천 031-334-1600)
 
이은정 변호사
 이은정 변호사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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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이은정 변호사(법무법인 동천)입니다.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용인시민신문, #배우자,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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