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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60m 깊이의 부산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대심도) 공사 토사 붕괴 현장.
 지하 60m 깊이의 부산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대심도) 공사 토사 붕괴 현장.
ⓒ 부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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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심도 터널 공사 현장 일부 붕괴사고를 둘러싸고, 부산시가 늑장대응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미흡한 보고 등을 인정한 시는 자체 감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사흘 동안 몰랐던 위험... 사고 대처 매뉴얼은 어디로? 

북구 만덕동과 해운대구 재송동 센텀시티를 잇는 대심도 공사 구간에서 사고가 난 건 지난 2월 25일 0시 40분. 지하 60m 깊이의 터널 천장에서 750㎥ 규모의 토사가 흘러내리면서 작업이 중단됐다. 쏟아진 흙과 돌은 약 1000t 정도로 25t 덤프트럭 수십 대가 동원돼야 옮길 수 있는 분량이다.

토사 흘러내림과 소음 등 붕괴 조짐이 보여 현장 작업자들이 미리 철수 하면서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이후 대응이 문제가 됐다. 사고 지역은 도시철도 3호선(만덕~미남역) 구간과 불과 30여 미터 떨어진 곳인데다 인근 지상에는 아파트 등이 인접해 있다.

부산시가 부산교통공사에 이를 통보한 시점은 사고 이틀 이후인 27일. 전동차는 계속 기존 속도인 70㎞를 유지하며 달리다 이날 오후 6시부터야 25㎞로 서행 운행에 들어갔다. 언론을 통한 사고 공개는 28일 오후에나 이루어졌다. 부산 시민들이 사고를 인지하게 된 건 무려 사흘이 지난 뒤였다.

이는 사고 보고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붕괴사고 10시간 뒤 부산시 건설본부에 관련 사실을 알렸다. 행정부시장, 부산시장 보고가 진행된 시점은 각각 27일·28일이었다. 시 건설본부는 26일 직원을 보내 사고 현장을 살폈지만, 재난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에 즉각적인 보고를 미뤘다.
 
안병윤 부산시 행정부시장이 3일 부산시청 기자회견장에서 대심도 토사 유출 사고 관련 대응 과정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안병윤 부산시 행정부시장이 3일 부산시청 기자회견장에서 대심도 토사 유출 사고 관련 대응 과정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 부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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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의 질타가 쏟아졌다. 지역 일간지는 대심도 사고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부산일보>는 '안전불감증·밀실행정 빨간불 대심도 공사 사고' '주민도 몰랐던 발밑 위험… 사흘 넘게 방치된 시민 안전' 등 사설과 보도로 논란을 짚었다. <국제신문> 역시 '안전보다 중요한 것 없다…대심도 붕락사고의 경고' 사설에서 "시공사와 부산시의 사후 대처 방식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책임론을 제기했다. 정의당 부산시당은 부산시를 향해 "사고 은폐가 아닌 분명한 입장과 대책을 밝혀야 한다"라고 압박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도 "시민 안전이 무려 3일 이상 살얼음판 위에 방치된 것이나 다름없다. 부산시의 한가로운 대처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책임자 문책, 부산시의 각성을 촉구했다.

시는 고개를 숙였다.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해외 출장에 나선 박형준 부산시장을 대신해 3일 기자회견을 연 안병윤 행정부시장은 "시민 공개가 늦어진 점을 뼈아프게 생각한다. 시민 여러분께 사과한다"라고 비판을 수용했다. 그는 "어떤 사고가 나더라도 즉각 공사를 중지한 뒤 정보를 공유하겠다"라며 "미흡한 부분은 감사위원회를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조사하겠다"라고 계획을 밝혔다.

공기 지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고 현장에서는 내시경을 투입해 붕괴된 빈공간을 찾아 이를 메우고, 쏟아진 흙 등을 밖으로 실어 나르는 작업이 이어진다. 시는 토사 유출부를 완전히 보강하면 해당 구간 전동차의 정상 운행에 나서겠단 입장이다. 부산시 도로시설팀 관계자는 "보강에 2~4주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도심 지하 속 고속화도로 개념인 대심도 공사는 대도시의 상습적 교통난을 해결할 목적으로 추진됐다. 길이 9.62㎞의 왕복 4차로를 만들기 위해 총사업비 7800억여 원을 투입, 공사가 진행 중이다. 2024년 완공이 목표이며 현재 공정률은 35% 정도다.

태그:#부산 대심도, #붕괴사고, #부산시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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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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