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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참사 경남대책회의는 8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별은 알고 있다"라는 제목으로 다큐멘터리 공동체 상영회를 열었다.
 10.29 이태원참사 경남대책회의는 8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별은 알고 있다"라는 제목으로 다큐멘터리 공동체 상영회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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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자막이 다 올라갔지만 누구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이어진 대화의 시간에서는 서로 "더 기억하고 힘을 내자"고 다짐했다.

8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10·29 이태원참사 다큐멘터리 <별은 알고 있다>(권오연 감독, 정가원 PD) 공동체 상영회가 열렸다. 10·29이태원참사 경남대책회의(상임대표 이병하)는 비수도권에서 처음으로 공동체 상영회를 개최했다.
  
<별은 알고 있다>는 지난 1년 동안 유가족들의 고민과 활동에 집중한 다큐멘터리로, 이태원 참사에 대해 가족들이 가진 의문을 시민들에게 보다 더 잘 전달하고자 1주기를 맞아 제작되었다. 참사에 얽힌 의문을 풀어내고,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치유를 위해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함을 호소하고 있는 내용이다.

다큐 상영이 끝난 뒤 고 김산하 아버지 김운중(부산), 고 이진우 아버지 이찬훈(부산)씨와 권오연 감독, 정가원 피디 등이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진행을 맡은 최희태(창원)씨는 "자리가 꽉 차지 않아 죄송하다"고 하면서 "2주기 때는 좀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159명의 희생자를 대할 수 있기를 바라고, 오늘이 그 출발점이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병하 대표는 "역사와 인간 삶의 발전에는 희생이라는 아픔이 있다. 그 정신과 희생을 지키고 알리기 위한 기록과 영상을 만들어 주는 수고도 있고, 국가권력의 무능과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해도 있다"라며 "이 참사의 아픔을 절대 잊지 말고 다시는 이런 불행한 참사가 없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희망했다.

이 대표는 "길을 가다가 맨홀 뚜껑이 열려 사람이 다치거나 죽으면 지방자치단체나 국가가 책임을 진다. 국민 159명이 희생되었지만 국가는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 유가족들을 뿔뿔이 흩어지도록 해 함께 모이지 못하게 했던 것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우리가 끝까지 함께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진보대학생넷 소속이라고 밝힌 김서영 학생은 "1주기 때 리본을 만들어 학우들한테 배포했다. 그런데 우리 생각보다 관심이 덜하고, 남 일 같이 생각한다는 걸 느꼈다"라며 "유가족들은 다 저희 엄마, 아빠 같은 분들이고 눈물이 멈추지 않고 있다. 더 많은 학생한테 알리고 추모해야 할 것 같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동체 상영회를 준비해 보겠다"라고 말했다.
  
10.29 이태원참사 경남대책회의는 8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별은 알고 있다"라는 제목으로 다큐멘터리 공동체 상영회를 열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10.29 이태원참사 경남대책회의는 8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별은 알고 있다"라는 제목으로 다큐멘터리 공동체 상영회를 열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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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참사 경남대책회의는 8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별은 알고 있다"라는 제목으로 다큐멘터리 공동체 상영회를 열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10.29 이태원참사 경남대책회의는 8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별은 알고 있다"라는 제목으로 다큐멘터리 공동체 상영회를 열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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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죽음 알린 전화,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다"

이날 유가족들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김운중·이찬훈씨는 울먹이면서도 말을 이어갔다. 김운중씨는 "다큐를 보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 기억해 주고 다음에도 함께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유가족은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이지만 부산과 양산, 울산, 의성, 안동에도 있다"라며 "부산에서 대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어디든 연락을 주면 시간을 내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아들을 잃은 이찬훈씨는 "이전에는 눈물이 없었는데, 지금은 별명이 울보가 되었다"라며 "영상을 보면 우리 아이들 이야기라기보다 지금 살아있는 아이들과 이웃의 안전과 생명을 나라로부터 보장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1년 전 상황을 되살린 그는 "아들은 경기도 화성에서 직장 생활하며 살고 있었다. 참사가 벌어진 줄도 몰랐다. 다음 날 새벽, 고대병원 응급실에서 전화가 왔길래 처음에는 보이스피싱인 줄 알고 끊었다. 두 번째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느낌이 왔다"라고 했다.

이어 "대전에 아들의 누나가 살고 있었는데, 전화를 해보니 '진우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라고 했다. 딸이 '아빠 진우가 죽었대'라고 했는데, 1년이 지났지만 그때 들었던 목소리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희생자들이 여러 병원으로 흩어졌던 상황을 설명한 그는 "처음에는 유가족협의회가 있는 줄도 몰랐고, 80여 일이 지나서야 민변, 시민단체를 통해 알게 되어 들어갔다"라며 "정부에서 유가족들이 뭉치면 안된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전에는 민변이고 시민단체도 몰랐다. 지난 1년간 보면서 사회적 약자의 작은 소리라도 내도록 하고, 힘을 주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았고, 우리 사회를 바꾸는데 큰 힘이 된다는 걸 알았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그는 "1주기 추모제 때 많은 인파가 광장에 꽉 찼을 때 정말 감동을 많이 받았다"라며 "그런데 윤 대통령은 교회에 가서 추모식을 했다. 우리가 남의 집에 추모를 하러 가면 그 앞에 영정과 고인의 이름을 적어 놓지 않느냐. 그런데 대통령이 간 교회에는 그런 게 없었다"라고 꼬집었다.

권오연 감독은 "인터뷰를 하면서 들었던 한 아버지의 말이 생각난다. 그 분은 159명이 죽은 참사가 아니라 '159개 사건'이라고 하더라"라며 "오늘도 분향소 앞을 지나던 한 할머니가 '놀다가 죽은 사람을 왜 추모하느냐'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며 억울해하길래 위로를 해주었다. 우리 안전과 생명을 위해 참사를 더 기억해야 한다. 앞으로 유가족 활동을 계속 기록하겠다"고 강조했다.

정가원 PD는 "이태원은 주한미군이 가까이 있고, 많은 문화가 섞여 있는 공간이다. 희생자들 가운데는 패션디자이너가 여럿 있었다.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 이태원이다"라며 "국가는 왜 이 참사에 책임을 지지 않는가에 대한 고민부터 이야기하고 싶었다. 어떻게 하든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모아 나가겠다"고 전했다. 
 
10.29 이태원참사 경남대책회의는 8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별은 알고 있다"라는 제목으로 다큐멘터리 공동체 상영회를 열었다.
 10.29 이태원참사 경남대책회의는 8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별은 알고 있다"라는 제목으로 다큐멘터리 공동체 상영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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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태원참사, #별은알고있다,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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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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