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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를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돌탑
▲ 농성참여한 이가 쌓은 돌탑 세종보를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돌탑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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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오늘 가기 전에 돌탑 한 번 쌓아보께."

천막을 지키러 경남에서 온 이들이 강변에 세워진 돌탑들을 보며 구수한 사투리로 말했다. 밤사이 큰 돌탑이 또 생겨났다. 손바닥만한 돌이 아니라 수박돌로 층층히 쌓은 탑. '감히 어딜 건드리냐'는 모습으로 세워진 돌탑은 무너지지 않고 금강을 거뜬히 지켜낼 것 같은 위세다. 낙동강에서 10년 넘게 4대강 싸움을 해온 활동가들의 공력이 느껴진다.  

강변에 오는 분들이 세워 둔 돌탑이 벌써 여러 개다. 뒷 배경은 거세게 흐르는 금강이다. 오는 이들마다 자갈밭을 산책하다가 주저앉아 기도하는 마음으로 돌탑을 세운다. 강물이 이대로 흐르도록 해달라는 간절한 염원이 쌓인 징표이다. 어떤 날은 바람에, 어떤 날은 물살에 쓰러지기도 하지만, 계속 쌓고 또 쌓여만 간다.

금강이 살아야 낙동강이 산다… 우리 모두 산다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세종보 재가동 반대와 물정책 정상화 요구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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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1일, 천막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강을 지키면 낙동강도 산다', '금강을 지키면 비인간도 살고 인간도 산다', '우리 모두 산다'를 외쳤다. 

창녕환경운동연합 곽상수 대표는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영남주민의 상수원인 낙동강은 이른 봄 5월부터 발생한 녹조로 12월 하순까지 조류 경보제가 발령되는 처참한 상황"이라며 "금강물을 가두게 되면 결국 금강도 낙동강과 같이 녹조범벅의 강으로 변할 것"이라고 우려한 뒤 세종보 수문가동 중단과 물정책 정상화를 촉구했다. 

연대발언을 한 오동필 새만금시민조사단장은 "금강이 살아야 새만금도 산다, 물을 가둬서 인간이 잘 살 수 없음을 이미 새만금에서 보았다"며 "가열차게 함께 투쟁하자"고 외쳤다. 이들은 다음 날인 "5월 22일은 생물다양성의 날로 인간이 결코 EGO로 생태계 위에 서는 인간이 아니라 ECO로 생태계 가운데에 함께 있음을 심각하게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도 수리중인 세종보… 오락가락하는 환경부
 
여전히 공사가 진행 중이다
▲ 공사중인 세종보 여전히 공사가 진행 중이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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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는 여러 소식에 의하면 5월 20일이 세종보 수문 시범가동 예정이었다. 그러나 수문은 닫히지 않았다. 아직 1, 2번 수문 유압실린더 교체 작업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년 고장이 난 '고물보'인데 5년을 가동하지 않던 보를 들어 세우는데 든 비용은 30억,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많은 세금이 더 투입될지 모를 일이다.  

최근 천막농성장 현장을 찾은 환경부 담당자는 "보를 유동적으로 활용하려고 수리하는 것"이라며 무조건 닫기 위한 재가동은 아니라고 변명했다. 물떼새와 생물종 보전을 어떻게 할지 묻자 "보 수문을 잘 운용하면 된다"고도 답했다. 물떼새 알에 피해입지 않도록 수문을 조절해서 수몰 직전에 멈추겠다는 황당한 논리를 어디까지 믿어야할까? 4m 높이의 세종보를 1cm 높일 때마다 잠기는 멸종위기종들의 서식 공간에 대한 조사나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사실 조물주도 하지 못할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그동안 생태파괴 문제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 눈으로 물떼새 둥지를 찾아본 적도 없고, 강변을 제대로 걸어본 적이 있었을까. 용역을 통해 받은 보고서의 수치나 내용만 보고 '수문을 조정하면 된다'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태연하게 하는 것 아닐까. 영혼 없는 이야기다.
 
무인카메라에 잡힌 오소리 얼굴
▲ 드디어 잡힌 오소리 얼굴 무인카메라에 잡힌 오소리 얼굴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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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 얼굴 찍혔어!"

천막 앞쪽에 다시 설치한 카메라에 오소리의 모습이 오롯이 담겼다. 귀여운 얼굴을 카메라를 향해 들이밀고는 유유히 엉덩이를 보이며 사라졌다. 얼마 전 이 부근에 설치한 카메라를 우연히 살펴보니 거기도 오소리 친구가 오고가는 흔적이 있었다. 우리 천막이 있기 전에는 오소리가 오가던 길이었던 것이다. 만약 수문이 닫힌다면 이 친구들은 어디로 가야할까. 도시로 올라가 배회하다 또 사살되고 말까 싶어 마음이 어두워졌다.

모래 자갈 위를 종일 걸으면서 물떼새 둥지들을 많이 만났다. 둥지마다 개성과 취향이 담겨있다. 부모 물떼새들이 하루 일과를 계획하듯 모양과 안전을 생각해 만든 곳이리라. 이 아이들이 계속 여기에서 자기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많은 이들이 오늘도 천막을 찾고 있다.

거세게 흐르는 금강, 이들의 마음이 쌓이고 쌓인 돌탑은 녹색천막의 명물이 됐다.
 
강을 흐르게 하자는, 천막온 이들의 기도이자 소원이다
▲ 강변에 쌓이는 돌탑들 강을 흐르게 하자는, 천막온 이들의 기도이자 소원이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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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금강, #세종보,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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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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