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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과 폭언. 사립학교 재단 이사장의 '갑질' 사건이 또 터졌다. 일부 사립학교에서 발생하는 재단 이사장의 갑질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수원에 있는 한 사립고등학교 재단 이사장이 교사에게 막말과 폭언을 해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이사장은 현재 이와 관련한 일로 수원교육지원청으로부터 감사를 받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최근 입수한 녹취 파일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교사 A씨와 이사장 B씨다. 녹음 파일엔 이사장 B씨의 고함이 쩌렁쩌렁하다. 이사장이 부장 교사들 단톡방에 올린 글도 입수했는데, 교사들에게 매우 위협적인 내용이다.

"이게 이게 그냥 아이고, 야 너 같은 게, 아이고 그냥, 이 xx 병신 같은 새낄 그냥, 야 녹음기 치워 병신같은 것아, 선생이 선생 같지도 않고... 이게 어서 쳐다봐 그냥..."

지난 1월 9일, 이사장실 상황이다. 그 자리에 교장과 교감, 법인국장, 교무부장도 있었다. 이사장이 흥분한 이유는 인사위원인 교사 A씨가 교감 승진 대상자에 대한 반대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A교사는 지난 27일 기자에게 "이사장이 추천한 사람이었는데 그는 담임을 맡았을 때 학생 출결 처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승진 추천자에 대한 반대 의견 냈다고..."  
 
수원 한 사립고등학교 부장교사 단톡방에 올라온 이사장 글
 수원 한 사립고등학교 부장교사 단톡방에 올라온 이사장 글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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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비슷한 폭언은 전날인 1월 8일에도 있었다. 장소는 이사장실이었고 교장과 교감, 법인국장이 함께한 자리였다. 교사가 녹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는데도 이사장은 개의치 않고 언성을 높였다.

"교사의 정의가 뭔지도 모르면서 말이야, 선생님이 그리고 실력이 있는 선생님인지도 모르겠어. 진짜 선생님 자격이 있는지도, 임용고시 보고 들어온 것도 아니고... 나가세요. 보기도 싫으니까. 꼴도 보기 싫으니까 당장 나가세요... 당장 기어나가, 여기 있지 말고, 당장 나가."

이날 역시 인사 문제로 인한 갈등이었다. 정년이 3년 남은 교사에게 이사장이 담임을 맡기려 해, 이에 반기를 들자 이사장이 흥분했던 것. 관련해 교사 A씨는 "그 나이 교사에게 담임을 맡기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아 반대했고, 이사장에게 '담임 인사에 대해서 이래라저래라하는 것은 법규 위반'이라고 하자 험한 말이 쏟아졌다"라고 설명했다.

교사 A씨는 "내가 왜 여기에 있지, 뭐 하려고 교사했지, 화가 나고 허탈감도 들고, 내 인생 자체를 부정당한 느낌도 들고"라고 당시 심정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그 이후 일주일 정도는 잠자기도 힘들고 그러다가 몇 달 뒤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자, 아이들이 아빠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고 해서 힘을 내서 언론 앞에 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 억울함 때문이라면 그냥 참을 수도 있었지만 지금 (이사장 갑질을) 말없이 참아내는 교사가 많은 상황이다. 이대로 가면 학교가 망가질 것 같아서 정년 얼마 남지 않은 내가 나서기로 했다"라고 덧붙였다.

교사 A씨를 비롯해 몇몇 교사가 '파면' 위협을 받은 정황도 있다. 이사장이 부장교사들 단톡방에 올린 글에 "이사회 긴급소집해서 000, 000, 000파면을 요구하겠다", "000, 000, 000부터 척결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교사가 파면을 당하게 되면 연금을 받지 못하는 큰 불이익을 당한다.

"이사장의 담임 임명 등 인사 개입, 규정 위반 소지"
 
수원 한 사립고등학교 부장교사 단톡방에 올라온 이사장 글
 수원 한 사립고등학교 부장교사 단톡방에 올라온 이사장 글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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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 논란 등과 관련해 이사장 B씨는 29일 기자와 전화, 대면 인터뷰에서 "언성을 높인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가(A씨) 동료 교사들을 '출결 처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등 폄훼하고, 교육의 방향과 엇나간 발언 등을 해서 학교 분위기를 망치는 것 같아 충고한다는 게 그만 언성이 높아져 버렸다"라고 해명했다.

정년이 3년 남은 교사에게 담임을 맡기려 한 사실과 관련해서는 "학교에서 기간제교사나 나이 어린 교사에게만 담임을 맡기려 해서, 좀 나이가 많은 정교사도 열심히 일하라는 취지로 담임을 맡기려 했다"라고 설명했다.

부장교사 단톡방에서 '파면'을 언급한 사실에 대해서는 "실명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고, 근태가 나쁜 게 눈에 띄어 주의를 주는 차원에서 그런 것"이라고 해명했다.

취재 결과, 교사와 이사장 갈등의 직접 원인은 교원 인사 문제였는데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이사장이 담임 임명 등 인사에 개입하는 것은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

양경식 변호사(법무법인 도움)는 "재단 이사장이 교장 승진이나 담임 임명 등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학교 내부의 규정과 사립학교법상의 절차를 위반하는 것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특히 "이러한 행위는 특히 이사회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러한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학교의 정관 및 내부 규정을 살펴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사립학교 재단 이사장 갑질 문제는 지난 2020년에도 있었다. 대전의 한 사립고 직원이 이사장의 폭언과 폭행을 참지 못해 갑질 상황을 녹음한 파일을 공개해 파문이 일었다.

태그:#갑질, #사립학교재단, #수원S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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