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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뼘미술관을 조성한 오선태(오른쪽) 씨와 이화종(왼쪽) 남상마을 이장이 한뼘미술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뼘미술관을 조성한 오선태(오른쪽) 씨와 이화종(왼쪽) 남상마을 이장이 한뼘미술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남해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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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의 고요한 남상마을 바닷가. 잘 정돈된 수려한 관광지의 느낌보다는 꾸밈없는 자연의 풍광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이 마을에, 최근 낡은 초소(哨所)를 새롭게 꾸며 만든 멋진 미술관 하나가 등장했다. 지난달 19일 하준의 손을 잡고 방문했다.

버려진 초소가 근사한 미술관이 되기까지

"화가 몬드리안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이렇게 디자인을 해 보았습니다." 한뼘미술관을 만든 오선태 씨의 설명이다.

남상마을 거주 4년째인 그는 "마을에 오랜 기간 방치돼 있던 옛 초소를 살려서 독창적인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한다. 미술을 전공했던 그의 빛나는 손재주와 마을을 위해 열린 마음으로 적극적인 도움을 건넨 이화종 남상마을 이장의 도움으로 꼬박 한 달이 걸려 마침내 세상에서 가장 작은 바다마을 미술관이 탄생했다.

총알 자국이나 휘어진 외관도 일부러 투박한 빈티지 느낌으로 살려 두었다. 건물이 워낙 작은 크기라 많은 작품을 전시하지는 못하지만 미술관의 이름을 붙인 만큼 그동안 그려둔 그림과 남해 다른 작가의 작품도 사서 걸어 두었다. "아름다운 남상 바닷가에 음악이 빠질 수 없다"며 근처 교회에서 기증받은 피아노도 한 대 두고. 덕분에 꼬마 피아니스트들이 오며 가며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도 종종 들을 수 있다.

 
▲ 미술관 내부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이 환상적이다.
 ▲ 미술관 내부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이 환상적이다.
ⓒ 남해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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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orama view 4min 33sec" (파노라마 뷰 4분 33초) 

한뼘미술관이 가장 자랑하는 공간은 바로 파노라마 형태의 탁 트인 창문. 싱그러운 잔디밭과 아름다운 남상 바다의 풍광이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처럼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4분 33초 동안 아무 연주도 하지 않고 오롯이 `공간과 나`를 느끼게 하는 작곡가 존 케이지의 음악처럼 이 풍경 앞에서 `진짜의 나`를 찾아보라는 뜻으로 붙인 작품명이다.

보통의 미술관과는 다른 독특한 안내서도 눈길을 끈다. 카메라 셔터 가능, 음식 반입 가능, 고성방가 가능... 심지어 부부싸움까지 가능하다는 이 미술관만의 규칙. 일상에서 no! no! no!(제지)가 많아서 답답했을 사람들에게 이 순간만이라도 해방의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지나는 누구든지 그저 부담 없이 편안히 들러서 지친 삶을 내려놓고 자유와 휴식을 만끽하라는 의미를 담았다. 
 
▲ 피아노가 취미인 마을 어린이 준휘가 멋지게 연주하고 있다.
 ▲ 피아노가 취미인 마을 어린이 준휘가 멋지게 연주하고 있다.
ⓒ 남해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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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알찬 야외 조각 공원을 꿈꾸며

한뼘미술관은 앞으로 의자와 작은 조각 작품들을 더 배치해 사람들이 좀 더 오랜 시간을 머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기회가 된다면 일일방송이나 작은 야외 음악회도 열어 보고 싶다고. 노을이 짙게 내린 남해의 하늘과 드넓은 바다 앞에서 펼쳐지는 연주는 또 우리의 마음을 얼마나 설레게 할지. 작디작은 한 뼘 미술관의 탄생이 가져올 무한한 변화가 기대된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남해시대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문화공간, #한뼘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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