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핵재처리실험저지를 위한 30km연대, 시민기자, 대전 시민들로 구성된 특별취재팀이 한국원자력연구소를 주제로 기획 <스쿨존 옆 핵연구, 이래서 문제다!>를 진행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
대전 유성구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아래 원연)에 들어가는 일은 까다로웠다. 지난 9월 8일 원연 방문자센터에서 원연 직원을 만나 신분증과 출입증을 교환했다. 사진 촬영이 불가능해 휴대전화와 노트북에 스티커를 붙여야 했다. 원연 본관에서 출입증을 한 번 더 교체해야 유리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국가보안등급 '가'급 기관에 들어가는 절차는 이렇게 복잡했다.
160분. 인터뷰에 소요된 시간이다. 총 8명의 전문가와 묻고 답하기를 반복했다. 아래는 그 일부다. 중저준위 방사능폐기물 관리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내용이다. 나머지 하나로 원자로 내진보강공사와 사용후핵연료 및 파이로프로세싱(건식재처리)에 관한 인터뷰 내용은 향후 관련 기사에 엮어 공개할 예정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아래 KINS, 대전 소재)과 시민검증단의 입장도 싣는다. KINS는 원연의 규제기관이다. 시민검증단은 대전시가 원자력시설의 안전 검증 활동을 위해 만든 조직이다. KINS의 입장은 이메일로 보내온 내용 그대로 싣는다. 시민검증단은 원연과 KINS의 입장에 반론을 취하는 식으로 입장을 보내왔다.
방사성 폐기물 무단폐기 적발 그후
- 방사성 폐기물 무단 폐기에 규제기관의 감사가 실시됐다. 하지만 독립적이지 못한 내부자만의 감사, 형식적인 시설 위주 검사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입장은?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아래 원연) : "형식적이라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 5개월 동안 모든 과제를 중단하고 특별점검을 받았다. 중간발표 때 12건의 위반사항이 나왔고, 최종 발표에서 추가로 24건이 더 나왔다.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에 유례 없는, 강도 높은 행정처분을 받았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아래 KINS) :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성폐기물 무단폐기 등에 따른 점검을 원안위와 함께 총 5개월여(2016년 11월 7일~2017년 4월 19일) 실시하여 총 36건의 위반사항을 확인하여 행정처분을 하였는 바, '형식적인 시설 위주 검사에 그쳤다는 지적'은 타당하지 않음."
시민검증단 : "원연의 자체검증 외부전문가에도 원자력 관련 학과의 교수가 임명됐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원인규명을 위해서는 원자력 관련 이외의 외부전문가도 참여했어야 한다. KINS가 2년마다 진행한 정기검사내역을 보면 크레인과 시설, 감시기 성능 방사능폐기물 관리점검 등이다.
철저한 정기검사를 했다면, 방사능폐기물 무단배출, 불법폐기, 기기 조작 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원안위도 시설검사 이외에 원연의 연구과제들이 적법한 과정을 거쳐 진행 됐는지, 주변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철저한 관리감독을 해야 했다."
- 원안위 특검으로 밝혀진 위반사항과 관련해 원연이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특검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인가?원연 : "행정심판 청구는 기관에 내려진 과태료 20억 원을 경감해 달라는 취지다. 기관 법무팀이 조사한 결과 절차적 위반인데, 이것(과태료 20억 원)은 과해 경감해달라는 것이다. 원연은 영리목적 회사가 아니다. 정부 출연 기관인데, 느닷없이 20억 원을 때리면 연구원 월급을 일부 할애해 내야 할지도 모르게 된다. 이런 위기감에서 행정심판을 해보자고 한 것이다. 특검 결과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 연루된 직원을 징계하지 않는 이유는?원연 : "최종적으로 판단이 나와야 연루된 직원을 징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구상권 청구 등 향후 문제가 남아 있다."
시민검증단 : "법률 위반 문제가 연구원 개인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연구 성과에 대한 압박과 구성원들 간의 묵인이 없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거다. 개개인의 잘못을 처벌하는 것보다 정확한 원인규명과 대책이 필요하다. 원연 내의 안전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만들어져야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다."
야적된 방사능폐기물, 엇갈린 의견
- 원연에는 상당량의 방사성 폐기물이 저장돼 있는데, 이를 보관하는 시설은 내진 및 환경영향평가 요건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원연 : "곤혹스러운 부분이다. 원자력안전법에 의하면 방사능폐기물 저장 시설은 주거가 가능한 건물에 준해 보관하도록 돼 있다. 인허가가 났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경주 지진이 난 뒤 국감에서 지역 국회의원이 지적해 전체적으로 관련 시설 내진 평가를 해 최근에 끝났다. 보강 계획이 있으며, 내년 예산을 신청할 예정이다.
환경영향평가는 매년 보고서로 발간하고 공개하고 있다. 시민검증단에서 문제를 삼은 것은 사고시 저장시설에 관한 것인데, 이것은 법에 없어 예산을 못 탄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내년에 해볼 계획은 있다."
KINS : "방사성폐기물 저장고는 비 안전, 비 내진등급으로 분류돼 별도의 내진설계를 요구하고 있지 않음. 방사성폐기물 저장고는 고체방사능폐기물을 단순 저장하는 시설로서 낮은 방사능농도, 방서선의 비산 등의 가능성이 낮아 별도의 내진설계를 요구하고 있지 않으나, 2016년 경주 지진 이후, 내진요검을 포함한 방사성폐기물의 저장고의 안전성 평가 방안 등을 검토해 나갈 계획임."
시민검증단 : "원연의 폐기물 저장고는 크게 운영폐기물 저장소와 해체폐기물 저장소로 나뉘는데 총 다섯 곳이 있다. 이중 내진설계가 반영된 곳은 하나다.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로 한반도에 지진이 자주 일어나고 강도도 거세지고 있다. 과거 저장고 건설시 내진 기준이 없거나 부족했을지 모르나, 가장 보수적인 기준을 가져야 하는 원자력 관련 건물들은 자체적으로 최신 내진 기준을 반영해야 한다."
- 자체처분 폐기물 일부가 야적돼 있는 등 허술한 관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원연 : "원안위 고시를 보면, 사업자가 자체처분폐기물의 농도를 자체적으로 확인하게 돼 있다. 농도가 낮으면, 방사성구역이 아닌 외부에 비바람을 막아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상세한 내용은 없다. 최근에서야 원안위와 KINS에서 기술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요구하는 수준이 아니면, 건물에 보관하라고 해서 건물 마련해 들여놓으려고 하고 있다. 현재 시설이 아닌 외부 여덟 곳에 보관 중이다. 앞으로 시설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KINS : "방사성폐기물을 무단으로 야적 관리하고 있음을 지난 방사성폐기물 무단 폐기 등에 따른 점검 시 적발했으며, 원자력연구원으로 하여금 재발방지대책을 수립·이행토록 요구했음."
- 야적된 방사능폐기물에 위험 안내 팻말도 없다는 지적이다.원연 : "올해 4월에 다 붙였다. 그전까지는 KINS에서 한 번도 지적한 적이 없다. 원안위 고시가 상세하지 않고 법 해석을 하는 데 있어서 오해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야외에 있으나 비바람을 막기 위해 갑바(푸른 천막)를 씌워놓았다."
- 얼마나 오랫동안 야외에 보관했나?원연 : "잘 모르겠다. 하지만 보관 관련 데이터는 다 있다. 원안위가 후쿠시마 사고 후에 만들어졌고 법이 새롭게 자꾸 나오는데 반해 시설은 60년 가까이 되니... 연구원 노후화 돼 시설 보수 많이 해야 한다. 하지만 예산 뒷받침이 안 되니 우리만 혼난다."
시민검증단 : "'야적'이란 단어는 원연이 지금까지 방사능 폐기물을 대하는 태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말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이렇게 관리됐는지 모르는 것도 그동안 관리시스템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무리 농도가 낮더라도 야적된 방사능폐기물은 비바람에 주변 주민들과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축정 정도에 따라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법에 저촉되지 않으면, 법으로 규정되지 않는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태도가 문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부터 철저히 관리 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시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위험물질 관리 허술? 종합안전대책 마련!
- 방사능성 물질 방출 측정 장치 운영 오류 등이 확인돼 총체적인 통합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입장은?원연 : "굴뚝에 있는 감시기가 온도·습도 영향으로 기준점이 들락날락했는데, 관리자가 직접 업자에게 연락해 장치를 교체했다. 감시 장치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운영을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거다. 임의적으로 측정 기구를 수리하거나 관리할 수 없고, 방사선 안전관리부에서 교정·세팅 등을 하도록 변경했다."
KINS : "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성폐기물 무단폐기 사건과 관련해서 원안위와 함께 특별점검을 수행한 바 있음. 위 특별점검과정에서 방사성유출물감시기 기록조작 등이 확인돼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행정처분을 했으며,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도록 요구한 바 있음."
시민검증단 : "원연 굴뚝의 감시기는 주변 지역의 주민들에게 발표하는 모든 정보의 발생지이다. 감시기를 신뢰하지 못하면 정보를 신뢰할 수 없고 원연을 불신할 수밖에 없다. 감시기가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운영이 됐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모든 정보가 모두 거짓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감시기가 습도 온도에 민감해서 기준점이 들락날락한다는 원연의 이야기가 과연 전문가들의 입에서 나올 소리인가? 그럼 설치할 때 그런 사실도 모르고 설치했단 말인가? 감시기를 설치할 때 이용방법도 모르고 설치했다는 소리가 아닌가? 과연 우리나라의 엘리트들이 모여 있다는 국가의 연구기관이 이렇게 허술하다니 참 안타까울 따름이다."
- 안전관리부는 예전부터 있어 측정기구 관리·수리를 맡아왔다. 관례적으로 담당자가 직접 관리 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담당자가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인가? 원연 : "담당자가 측정 기록을 허위로 보고해 고발당했다. 규정을 안 지키고 허위보고 한 것이다. 다만, 조작은 아니다. 원장에게 직접 보고할 때 숫자를 누락한 것으로 알고 있다."
- 위험 물질을 기관인데, 안일하고 허술하게 관리해왔다는 지적이다.원연 : "가연성폐기물 시설 관리가 미흡했으나 2015년 12월부터 운영을 정지했다. 지적된 사항에 맞춰서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매달, 매분기 이행점검 리스트를 만들어서 점검하고 있다."
시민검증단 : "원연에서는 지금까지 주민과의 대화에서 원연 내 소각장은 없다고 지속적으로 이야기해왔다. 하지만 2015년까지 소각장을 운영해온 사실이 있다. 이를 두고 원연은 소각장이 아니라 가연성폐기물 처리시설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했다.
원연이 시민들에게 하는 '원연은 안전하다'라는 말이 더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대책리스트를 만들고 점검을 하는 등 내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원연 내부의 사실을 그대로 밝히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후 안전성 판단은 시민들이 할 거다."
KINS, 관리감독 철저했다?
- 원자력연구원과 관련한 다양한 문제가 지적됐다. 규제기관 KINS의 책임도 크다는 목소리가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KINS : "그간 원전 안전관리에 규제역량을 집중한 관례로 핵연료 물질 사용 33개 시설에 대한 정기검사를 검사원 2명이 이틀간 실시해 왔으며, 검사투입인력의 한계로 인해 검사방식도 현장이 아닌 서류검토 방식을 주로 적용해 왔음. 이러한 이유로 인해 위반행위를 은폐하거나 기록을 누락하는 경우에는 이를 적발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음."
- 원연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원자력안전기술원이 마련한 대책은 무엇인가?KINS : "앞으로 보다 체계적인 검사를 수행하기 위해 원자력연구원 담당 규제 PM을 신규 지정 발령했고, 방사성 동위원소 등의 생산, 사용시설과 핵 연료물질 사용시설에 대한 통합정기검사를 신규 도입해 기관 전체에 대한 방사성 안전관리, 폐기물 관리 등 종합적 안전규제를 실시할 계획임.
17년 통합 정기검사 계획은 오는 9월 29일까지 총 29명을 투입하며, 주요 검사내용 및 방법은 현장검사 중심으로 실시하는 것이었으나 원연 사정으로 10월 27일까지 1차 연장했음. 방사성동위원소 및 핵연료물질 중복 허가장소와 사용시설의 사용량,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시설에 대해 집중 점검할 계획임."
시민검증단 : "앞서 KINS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2년마다 하는 정기검사에서 문제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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