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948년 8월 15일 조선총독부 앞에서 열린 '대한민국 정부수립 국민 축하식'
 1948년 8월 15일 조선총독부 앞에서 열린 "대한민국 정부수립 국민 축하식"

관련사진보기

1948년 8월 15일 광복 3주년이기도 하는 날에 남한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다.

이명박ㆍ박근혜와 그 아류들은 이날을 굳이 대한민국의 건국이라고 우겨대지만 역사적으로나 당시의 기록은 대한민국 정부수립이다.

1910년 8월 29일 국치로부터는 38년 만이고 임시정부수립으로부터는 29년, 1945년 광복으로부터는 3년만의 일이다. 일제 패망과 함께 남북한에 미ㆍ소 군대가 진주한 가운데 모스크바 3상회의, 미소공동위원회, 좌우합작, 남북협상과 미군정, 이승만의 단정수립론 등의 과정을 거쳤다. 

미소공동위원회가 결렬되면서 미국은 유엔총회에 한국문제를 넘기자 유엔은 한국에서 총선을 감시할 한국유엔감시위원단을 설치하고, '인구비례에 의해 선출된 국회 구성'을 통해 통일정부수립을 결의했지만, 소련측이 유엔한국임시위원단의 38도선 이북의 월선을 거부하면서 다시 유엔소총회가 '가능한 지역만의 총선'을 의결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1948년 5월 10일 남한에서 총선거가 실시되어 4ㆍ3항쟁으로 제주도 2석을 제외한 198명의 민의원 의원이 선출되었다. 당선자가 통계상으로는 무소속이 많았으나 실제로는 한민당과 이승만의 독립촉성 계열이 압도적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김구ㆍ김규식 계열의 남북협상파와 좌익측은 총선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소속으로 당선된 의원 대부분이 한민당과 독촉계열이었다.

사상 처음으로 민선으로 뽑힌 국회는 7월 17일 헌법을 공포한 데 이어 7월 20일 국회에서 이승만과 이시영이 정부통령에 각각 당선되고 조각이 완료되면서 8월 15일 정부 수립 선포식이 거행되었다.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에는 숱한 곡절이 있었다. 또한 여운형ㆍ김구 등 민족지도자들이 차례로 암살되는 비극을 치러야 했다. 

특히 1946년 대구에서 경찰과 시민들간의 대규모 유혈충돌사건이 일어났다. 10월 1일 군ㆍ경ㆍ테러단의 폭행에 항의하는 군중집회에 경찰이 발포하여 사망자가 발생하자, 다음날 노동자ㆍ시민ㆍ학생이 합세하여 경찰관서를 습격하면서 10ㆍ1항쟁이 시작되었다.

대구항쟁은 곧 인근지역으로 확산되고 경남북, 전남북, 강원도 일부 지역까지 번졌다. 쌀공출, 군정경찰로 변신한 총독부 경찰의 민중탄압, 민생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시민항쟁으로 확대되었다. 이어서 제주에서 4ㆍ3항쟁이 일어났다.   

박근혜가 대통령직에 있던 2016년 가을, 정부는 2017년부터 중ㆍ고교에서 쓰일 국정 역사교과서에 "1948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이 수립됐다"는 교육부 편찬기준을 마련했다. 이에 앞서 박근혜가 8ㆍ15경축사에서 "광복 70주년과 건국 67주년"이라 공식 언급하면서 시작된 '건국절' 시비가 국정교과서에까지 기술하는 반역사적인 술책을 부리다가 결국 탄핵으로 쫓겨났다. 

박근혜 정부가 다수 국민의 반대와 절대다수 전공학자ㆍ교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교과서를 강행한 목적중에는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이란 기술도 포함되었다. 1948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됐으면 우리 근현대사에서 박정희 등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의 전과가 면탈된다. 그래서 친일파 후손들과 그 계열의 족벌신문과 방송, 학자들이 악을 쓰고 이를 비호하였다. 

박근혜 정부는 극심한 비판여론을 피해갈 요량으로 "3ㆍ1운동의 정신과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해 1948년 대한민국이 수립됐다"는 식의 둔사를 썼지만, 여전히 헌법전문에 반하고 역사 사실을 왜곡하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이것은 1948년에 대한민국이 수립됐다는 박근혜정부와 어용학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살린 것이었다. '건국'이란 용어대신 '수립'이라 표현했으나 의미는 다르지 않았다. 

박근혜와 역사의식 없이 이를 추종하는 교육부 관리, 총대를 맨 당시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과 어용언론ㆍ학자들에게 책임이 컸다. 막대한 국가예산을 낭비한 것은 물론이다. 실제로 1948년 8월 15일의 '역사현장'을 소개하여 다시는 '역사역행'이 없기를 기대한다. 

광복 3주년인 1948년 8월 15일 오전 11시부터 중앙청(현 국립중앙박물관) 광장에서 '대한민국정부수립 국민축하준비위원회'가 주최한 〈대한민국정부수립 선포 및 광복3주년 기념식〉이 엄숙하게 거행되었다.

준비위원회는 그동안 '정부수립 기념 표어'를 현상 모집하여 응모한 4,353편 중 1등 당선자는 없고 2, 3등만 선정했다. 상금은 각 100만 원이었다. 2등은 〈오늘은 정부수립 내일은 남북통일〉, 3등은 〈새나라 새살림 너도 나도 새일꾼〉, 〈받들자 우리 정부 빛내자 우리 역사〉였다.

이날 기념행사장에는 준비위원회가 마련한 '대한민국정부수립기념가'가 힘차게 울려퍼졌다.   

1절은 다음과 같다.

삼천만 무궁화 새로히 피라
반만년 이어온 단군의 피로
겨레들 모두 다 손을 잡으라
민족과 인류의 영원을 위해
우리는 받들자 대한민국을
다같이 받들자 우리의 조국.

2절이다.

삼천만 태극기 높이 올려라
산에서 또 바다에서
겨레들 일어나 활개를 치라
자유와 독립된 국민으로서
우리는 지키자 대한민국을
다같이 지키자 우리의 조국.

독립운동가 오세창이 "8월 15일은 해방의 날이며 정부수립 선포의 날임에 영원히 기념할 날이다. 우리는 세계의 평화와 자유에 공헌할 것을 맹세하는 바이다"라는 개회사를 했다.    

이어서 연합합창단의 '대한민국정부수립기념가'의 합창이 있었고 이승만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동양의 한 고대국민 대한민국정부가 회복되어서 40여 년을 두고 바라며 꿈꾸며 투쟁하여온 사실이 실현된 것입니다"라고 선언했다.

미군정사령관 하지 중장은 축사에서 "일본항복 3주년인 이날에 대한민국정부수립을 축하하도록 된 것은 한국국민의 위대한 업적을 표시하는 것입니다"라 말했다.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방한한 맥아더장군은 공항의 기자회견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끝막은 8월 15일을 기하여 대한민국정부가 수립하게 된 것은 의의 깊은 일로 나는 그 앞길을 무한히 축복한다"고 언급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기념우표. 우표박물관에서 만나는 수많은 우표 가운데 하나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기념우표. 우표박물관에서 만나는 수많은 우표 가운데 하나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8월 15일 오후와 저녁에는 천주교 등 종교단체와 각계 사회단체에서 '해방기념 겸 대한민국정부수립의 날'을 경축하는 행사가 있었고, 정부는 '정부수립기념우표'를 제작하여 판매하였다. 각 신문과 방송은 '대한민국정부수립일' 또는 '대한민국정부선포식'을 큰 제목으로 뽑아 이날 행사를 보도했다.

아직도 일부 족벌신문과 뉴라이트계열 학자들은 이같은 '역사현장'을 외면하고 있다. 이들이 알고도 '친일파의 행적을 덮기 위해' 억지를 쓰는 것이라면 반드시 역사의 필주(筆誅)를 받게될 것이다. 박근혜와 그 주범들은 이미 법정의 심판을 받고 있다.

비록 반쪽이지만 남한에 민주공화제를 채택한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3년여 동안 남한을 통치했던 미군정은 종식되었다. 대한민국은 유엔의 승인을 거친 합법정부의 출범이었다.

한편 인구비례를 통한 남북총선거 실시를 거부한 북한은 최고인민회의 선거를 실시하여 헌법을  마련하고 9월 9일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채택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선포했다. 수상 김일성, 부수상 박헌영ㆍ김책ㆍ홍명희, 내무상 박일우, 외상 박헌영, 민족보위상 최용선, 국가계획위원장 정준택 등이 선임되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소련을 비롯한 공산국가들의 승인을 받았다. 이로써 남북에는 서로 적대적인 상이한 두 개의 정부가 들어섬으로써 한반도는 양단되었고, 동족상쟁을 예비하면서 분단시대가 시작되었다.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현대사 100년의 혈사와 통사']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대한민국정부수립, #이승만, #한반도분단, #미군정종식,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이 기자의 최신기사냉전세력 극복하는 길을 찾아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