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7.25 11:50최종 업데이트 23.07.2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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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포기(당)하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S초 교사의 죽음은 우리 사회의 숙제로 남겨졌습니다. 고통스럽게, 진심을 다해, 부끄러워하면서, 미안해하며 그 숙제를 풀어야 합니다. 정확한 사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 죽음이 그저 개인적인 죽음이 아니라 우리 모두 가슴을 치고 아파해야 할 사회적인 죽음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개인적인 죽음조차 사회적입니다.

지난 석 달, 슬로우뉴스는 학교폭력 문제의 해법을 찾아 인터뷰했습니다. 자연스럽게 '교권'이 주요 화두 가운데 하나로 언급됐습니다. 우선 인터뷰이들 가운데 교총과 전교조 그리고 조희연 교육감의 답변을 정리합니다. 이 글이 우리가 풀어내야 할 그 어려운 숙제의 작은 실마리라도 될 수 있길 바랍니다.
 

2023년 교사의 죽음은 2011년 소년의 죽음(대구 중학생 집단괴롭힘 사망 사건)을 떠올립니다. 교실과 학교를 되찾지 못하면 교사와 학생의 죽음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 게티이미지


1. 교총: 김동석 교권본부장

- 슬로우뉴스: 교권이 일정하게 회복되지 않는 한 학폭 해결이 굉장히 어렵겠다. 여러 가지 퍼즐이 있겠지만 교권이 굉장히 중요한 퍼즐 조각이겠다, 취재를 진행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김동석 본부장: "학교가 사안을 조사해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학교(교사)는 사법권은커녕 준사법권도 없습니다. 할 수 있는 권한 근거는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조사 권한만 갖고 있는데요. 과태료 부과권이라든지 소환권과 같은 강제성을 담보한 형사 권한이 아니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면 그에 따른 상당한 제약이 있고,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의견 차이가 있거나 또 쌍방 폭행을 주장하는 경우에는 학교와 교사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사안이 굉장히 많습니다."

- 최근 상황은 학폭이 생기는 경우 교사에게 책임만 계속 강요하고, 교과 활동이 불가능한 정도로 그 업무가 과중돼서 교육지원청으로 학폭위 업무를 학교에서 2020년 3월 이후 이관받은 상황인데요. 이런 맥락에서 학폭 문제 선결 조건으로서 교권의 회복 그 방법론과 필요성에 관해 말씀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동석: "교총이 발표한 5월 10일 자 2022년 교권보호 및 교직상담 활동 보고서(보도자료)를 보면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가 전체 520건 중 241으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전년보다 93건 폭증했죠. 학부모 교권 침해 중 절반(125건)이 학생지도로 분류되고, 이중 절반 이상이 아동학대 신고 협박, 소송을 당한 내용입니다. 즉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4건 중 1건이 아동학대 신고와 관련된 셈입니다.
 

교총이 발표한 보도자료 중에서. (2023. 5. 10.) ⓒ 교총

 
아동학대 신고 20%가 학교폭력 사안조사 과정에서 발생해요. 결국에는 학부모 마음에 안 들거나 긴급 분리나 시간 끌기를 위해 교사를 아동학대나 권한남용 등으로 신고하거나 민형사상 소송을 일으킵니다."

- 현재 교권이 추락해 있는 상태인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인데요.

김동석: "최근 5년 동안 학생이 교사를 상해하고 폭행한 건이 888건이에요. 이런 사건들 경우에도 교사들이 사실 학생을 고소해야죠. 하지만 최근 5년간 교권위원회에서 심의된 건 수가 400건 정도예요. 그런데 시도교육청 교원 치유 지원센터의 심리상담이나 법률 상담 건은 5만 건이 넘어요. 그러니까 선생님들이 참고 넘어가는 것이 그렇게 많다는 거예요.

사실 그래서 학교장 통고제도가 있긴 합니다. 학교장 통고제도가 과거에 비해서 많이 활성화 돼 있긴 합니다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어떻게 스승이 제자를 고발해? 이런 시선이죠.

칭찬 스티커도 마음대로 못 줍니다. 청소 잘했다고 칭찬 스티커 주잖아요. 못 받은 학부모가 우리 아이는 못 받았다고 정신적인 학대를 받았다고 신고해요. 또 가장 흔한 사례는 아이들이 싸우면 말려야 될 거 아닙니까. 아이들 싸움 말리는 가운데에서 손목 잡았다고 신체 학대라고 아동학대 신고하고요.

그래서 교육부에 학생 간에 싸움이 있거나 싸우는 아이들이 교사한테 달려들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라고 문의하면 교육부 답변은 뭔 줄 알아요? 교권 침해 해설서에는요. 그 자리에 다른 선생님을 불러서 도움을 받거나 그 자리를 피하라고 나와요. 도망가라는 얘기잖아요."

- 그게 교육부 공식 매뉴얼이라고요?

김동석: "네, 그렇다니까요. 그게 현실이예요. 그러다보니까 신체적 접촉을 피하는 펜스 룰 있잖아요. 마치 펜스 룰처럼 문제 행동 학생들과의 접촉과 잠재적 갈등을 피하려고 하는 교육 방임 현상 벌어지는 거죠.

대표적인 게 지난해(2022) 8월에 충남 홍성에서 벌어진 수업 중에 교단에 누워서 핸드폰 들여다보고 있는 학생 사건이 있었잖아요. 그 영상 보시면 교사는 그 아이의 행동에 무관심하지 않습니까? 아니 그러니까 그런 일이 얼마나 많이 있었으면 괜히 아이를 제재했다가는 갈등이 발생하고, 문제만 더 키운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 학부모가 학교에 부당하게 간섭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김동석: "분명히 있습니다. 경제력도 좋고 다 좋은데 그런 좋은 부분을 학교폭력이나 교권침해에 쓰는 경우가 있죠. 학생인권 조례 이후에 학생들이 너무 권리만 주장하고, 책임을 지지는 않으려고 하니까 또 교권보호조례를 만들었어요. 학생과 교사는 인권조례가 있는데 왜 학부모들은 없어? 또 이렇게 된 거죠. 그래서 학부모도 만들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저마다 권리 다툼의 장이 된 거잖아요. 문제는 권리는 만들었는데, 과정과 결과를 조정하는 시스템은 만들지 않은 거예요. 가령 학교 폭력 사안, 생활지도 관련 사안들을 보면, 각자 저마다 자기 조례를 들고 나와요."
 

교권은 약화, 아니 추락하고 있습니다. ⓒ 게티이미지

 
김동석: "아까 홍성에 있는 학교 말씀드렸죠. 특징이 뭡니까? 학교 수업 중에 휴대전화 소지 못하도록 돼 있는 학교예요. 그런데도 학생이 버젓이 휴대폰 들고 교단에 누워서 그런 행동을 하잖아요. 교권보호조례가 아무 의미가 없어요. (교사)조례도 작동 안 됐고요. 학칙도 작동 안 되는 게 우리 현실이란 말이에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제가 가장 안타까웠던 건 뭐냐면요. 홍성 사례에서요. 선생님을 조롱하는 행동을 하면서도 아무런 죄의식도 없어 보이는 학생, 그런 모습을 보면서 고통받고 있는 학생, 그런 모습을 재밌다는 듯 소셜 미디어에 올리는 학생, 이 세 가지 모습만 보이더라고요. 정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수업하는 다수 학생을 누가 책임지고 누가 보호해 줘야 하나 고민하게 되죠."

- 교권 약화, 아니 '교권 추락'이라는 표현까지 쓸 정도인 상황이 초래된 이유나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김동석: "가장 큰 이유는 왜곡된 인권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와 학교의 존재 이유는 학생한테 있지 않습니까? 학생 학습권은 헌법적인 가치에서도 가장 상위에 있는 거고요. 학부모의 자녀 교육권 부분을 국가로부터 수탁해 학교를 짓고 교사를 임용해 봉급을 주고 교육할 수 있는 권리 즉 교육권을 준 거 잖습니까. 그렇다면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교사의 교권을 존중해야 하는 거고요. 헌법에 교원의 권리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해서 교사의 교권도 보장한 이유도 학습권을 위해서인 거죠.

그런데 왜곡된 학생인권 의식을 품고, 교권을 침해하고 무시하고 이런 학생들이 늘어남에 따라 교권이 약화했죠."

- 시기적으로 어떤 계기가 있다고 보시나요?

김동석: "2010년도에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또 2011년도에 초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체벌금지 조항이 전면 시행되면서, 이제 학교와 교사는 어찌할 수 없는 무력한 존재가 돼 버렸고, 그때부터 급격하게 교권이 추락했죠. 통계적으로 보면요. 매년 교총이 스승의 날에 교원 인식 설문조사를 하는데요. 2006년 당시에는 교직 만족도가 한 65% 정도 나왔었거든요. 올해(2023)는 20%대로 떨어졌습니다."

- 특히 2010년, 2011년 이후 교권이 추락했다고 보시는 거네요?

김동석: "학생인권조례가 제정·시행되면서 학생들이 잘못된 인권의식을 갖는 거죠. 이제 내가 마음대로 해도 되네? 가령 사례가 있어요. 수업 시간에 다른 아이의 휴대폰을 뺏어서 큰 소리로 통화한 사건이 있죠. 경기도에서 있던 일인데요. 그래서 선생님이 휴대폰을 압수하려고 하는데, 말 안 듣고 막 삐딱하니까 엎드려 뻗쳐를 시켰다가 경기도교육청에서 인권조례를 근거로 징계조치를 당했어요. 물론 교육부 소청심사위원회에서 추후 구제됐기는 했지만요. 그 선생님이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제가 앞으로 저런 문제 학생을 적극적으로 교육할 수 있을까요?"
 

학생들의 장난감으로 취급받기도 하는 선생님... ⓒ 게티이미지

 
- 안타까운 말씀이네요…

김동석: "그래서 제가 늘 얘기했듯이 우리 학생인권조례 다 좋은데요. 이게 뉴욕의 학생권리장전을 참고한 거잖아요. 그런데 우리의 학생인권조례에서 책임에 관한 규정은 딱 하나 뿐이에요. (참고로, 학생의 책임에 관한 규정은 당위적 책무를 제4조 제5항, 제6항에 추상적으로 규정한 것이 전부라서 사실상 규정이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 기자 주)

뉴욕 학생권리장전에는 권리도 권리지만 책임 조항도 세밀하게 규정돼 있거든요(학생의 책임을 규정한 조항은 총 24개 항 - 기자 주). 그리고 미국은 학부모에게 철저하게 그 책임을 묻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게 없잖아요. 지금 교권 침해 당해도 학부모에 대해 교권을 보호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사과, 공고, 화해 말고는 할 게 없어요. 과태료도 못 부과해요.

학부모는 아동학대로 교사를 신고해버려요. 아동학대처벌법은 어떻습니까? 신고자는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잖아요. 경찰, 검찰까지 가서 교사가 무혐의 받아도 그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한 학부모를 무고죄로 신고도 못해요. (아동을 두텁게 보호하려는 법의 취지상 아동학대처벌법상 사실상 무고행위가 있더라도 이를 처벌할 규정은 없다 - 기자 주)

그러면 그 애는 학교에서 가령 교권보호위원회에서 징계받아서 학교봉사, 청소 몇 번 하면 끝인데, 그런데 선생님은 있잖아요, 경찰서까지 가면 직위해제 당해요. 그러면 누가 학부모와 충돌하려고 하겠습니까?"

- 교원지위법은 어떤가요? 교사의 생활지도권 문제는 어떻게 되어가는지 궁금합니다.

김동석: "교원지위법에 관해선 크게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생활지도 부분과 교육활동 부분입니다. 이 영역은 학생 특권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교총이 교육계 염원을 담아서 생활지도법 발의해, 교원에게 생활지도권을 달라 해서 초중등교육법이 개정됐고, 생활지도권에 관한 부분은 6월 28일에 시행이 됩니다.

학교 장과 교원은 법령과 학칙에 따라서 생활지도 권한을 가진다, 이렇게 법이 통과됐어요. 그러면 이제 생활지도권이 6월 28일부터 시행이 되는데요. (인터뷰는 지난 5월에 있었으므로, 현재(7월) 기준으로는 이미 시행 중이다 - 기자 주) 그에 따른 시행령을 교육부가 잘 만들어서 문제행동 학생에 대해서 즉각적인 제지를 통해 교실질서유지권을 구체적으로 만들어서 달라고 저희들이 4월 25일에 교육부에 요구했고요. 그게 제대로 송환되기를 저희들이 희망합니다.

더불어 오늘(5월 12일) 교총이 학교 현장의 여망을 담아 이태규 의원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을 냈는데요. 그 내용은 무분별한 아동학대로부터 교원을 보호하기 위해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을 경우에 교원의 생활지도에 관한 부분은 아동학대로 보지 아니한다라는 개정안입니다. 이 개정안이 통과하기를 바랍니다. (이태규 의원이 대표발의한 두 법을 포함한 교육활동 보호와 관련한 법안 8개는 7월 24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 기자 주)"

2. 전교조: 최선정 정책기획국장

- 슬로우뉴스: 학교는 사회의 위계적 권력구조가 반영되지 않는, 그런 현실적 권력작용과는 분리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힘과 부의 우열이 아니라 누구나 평등하고, 공정하게, 고유한 교육의 가치, 학교의 자율성을 가지고 운영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안이 있을까요?

최선정 국장: "최소한 학교로는 그 권력 구조가 들어오지 않도록 막을 수 있지 않나 싶은데요. 학교라는 제도를 장치를 만든다면 사회가 아무리 그 개차반이라도 학교에 있는 아이들한테는 그것이 투영되지 않도록 만들 수 있는 장치가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왜 우리는 학교를 그렇게 만들지 못했을까… 그런 장치가 가능하려면요.
 

최선정 전교조정책기획국장 ⓒ 슬로우뉴스

 
1. 학부모 소환제

일단 첫 번째, 학부모 소환이 가능해야 합니다. 담임이든 교사든 학교에서 학부모를 소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아이가 처음에는 굉장히 작은 잘못을 한단 말이죠. 어렸을 때는 그것이 아이가 볼 때도 부모가 볼 때도 자기의 재력과 자기의 뒷배경과 경찰력과 이런 것들이 학교에서 안 통한다는 거를 부모한테도 알려줘야 되고 특히 아이한테 그걸 알려줘야 되거든요.

그래서 여기는 평등한 곳이다라는 걸 인식하게 해야 합니다. 그런 걸 제대로 하려면, 지금 제도에서는 학부모 소환제가 필요한 거죠. 외국에는 학부모 소환제가 있는 나라가 많아요. 미국만 해도 학부모 소환제가 다 있으니까. 소환해서 벌을 주는 건 아닌데… 어떤 권위의 문제죠. 학교의 권위 문제, 이게 첫 번째 제가 생각하는 방안이고요.

2. 학부모회의 집단화

두 번째는 학부모회가 집단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 학부모는 혼자 자기의 재력과 권력을 가지고 학교에 개입할 수가 있어요. 그 개인화된 권력을 집단화하면 학부모 전체가 동의하는 절차를 걸쳐서만 학교에 개입할 수가 있어요. 그래서 이 학부모회라는 집단에 학교에 대한 여러 가지 결정에 대한 동의권을 주거든요.

독일은 학급, 학부모회, 학년 전체가 논의를 해서 이런저런 학교 문제에 관해서는 이렇게 처벌하는 게 맞다. 그렇게 결정하면 아무리 어떤 학부모가 돈이 많고 권력이 있다고 한들, 그 규칙대로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어요.

몇몇 개인이 학교를 좌지우지할 수 없도록 해야죠. 이런 민주적인 합의와 규칙에 따라서 학교를 운영하면 몇몇 개인 학부모의 학교 개입 여지가 막을 수 있고, 이 세상은 덜 민주화되고 돈 때문에 권력 때문에 지지고 볶더라도 학교는 최소한 민주화된 상태에서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어요. 학교 구성원 스스로 만든 규칙과 원칙을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배우도록 하는 장치는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죠.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요."

- 학폭 처리와 관련해선 교사의 권한은 어떻습니까. 흔히 말하는 학생의 빈부차이가 정말 학폭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십니까.

최선정: "아이들 빈부 격차에 따라서 이게 학교폭력의 모순이 고착화하는 상황인 거죠. 지금은 아이들을 지킬 수가 없는 상태인 거죠. 왜냐하면 모든 절차가 다 법적으로 가게 돼 있으니까 교사는 개입을 못하고 중재권도 없고 그러니까 넘겨버려요.

그러면 법정 소송으로 가면 돈 많은 쪽이 이기잖아요. 그러니까 피해자가 억울한데 가해자를 처벌할 수가 없고, 재판에서는 무죄를 받고 내려와 버리는 법적인 면죄부를 줘버리는 그런 상황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고요."

- (…) 예전보다 나아진 학교 모습이 그래도 있다면요.

최선정: "학생에 대한 물리적인 폭력이 사라졌죠. 그래서 지금은 그런 눈에 보이는 것들은 다 없어졌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제 그 대신에 이런 게 있는 거죠. 아이들을 체벌하지 않는다고 하고 그다음에 아이들의 인권을 지켜줘야 하는 거는 당연히 대원칙인데, 그러면 그 대신에 선생님의 교육적인 어떤 권리라든지 학교에 대한 어떤 교육력이라든지 이런 거는 어떻게 확보할 건지… 그런 대책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죠."

- '교육력'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좀 더 풀이해주신다면요.

최선정: "교육을 시킬 수 있는 힘, 능력을 교육력이라고 하는데요. 이제 학교는 입시 공부만 시키고 있죠. 그렇지 애들한테 제대로 된 인성 교육을 한다든지 관계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준다든지 하여튼 우리가 얘기하는 진짜 진정한 의미에서 교육을 안 하고 있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교사의 권위와 학교의 권위가 생길 리가 없죠. 어려운 일이죠. 오히려 학교보다는 학원이 나으니까. 학교는 이제 졸업장 따야 하니까 억지로 다녀야 하는 곳인 거고요."

- 무한경쟁의 입시교육 체제에서 '인성교육'은 가능할까요? 그런 모순적인 요구를 감당해야 하는 교사의 입장에 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최선정: "일반 교사 입장에서 과거에는 체벌을 통해 교육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권한을 박탈당했다고 할 수 있어요. 할 수 있는 게 없죠. 과거에는 억지로라도 때려가면서 다 입시 공부에 매달리게 했단 말이죠.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으니까요. 입시 공부를 못 시키면 제대로 된 교육을 해야 되는데 그것도 할 수 없죠. 입시 교육 외에는 다른 교육은 없으니까요.

입시교육과 인성 교육은 양립이 불가능합니다. 경쟁을 시켜야 하니까요. 경쟁 교육은 그 자체로 반인성교육이예요. 왜냐하면 친구를 이겨야 된다고 계속 가르치면서 뭔 인성 교육을 하겠어요. 번지르르한 말은 할 수 있는데 실제로 하는 행동이 그렇잖아요. 학교에서 경쟁을 가르치고, 이기는 법을 가르치는데 학교폭력 역시 없어지기가 어렵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학생들은 학생대로 계속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이걸 어디에 화풀이할까 하고 있는 중이거든요.

입시교육 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어요. 대학갈 때 시험 보는 거는 어느 나라 다 있는 거지만, 그걸 중심으로 아이들을 교육하지는 않아요. 독일도 입시교육은 없어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시험은 다 있지만요. 유럽 대부분 국가는 입시 교육을 하지 않아요. 솔직히 미국도 어떤 대학에 가려는 목적이 있는 아이들만을 위한 입시 교육이 있는 거지 나머지 아이들은 그것과 상관없이 살죠."

3.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 슬로우뉴스: 2019년 당시, 학폭위를 학교에서 교육청으로 이관(2020년 3월)하기 직전 상황을 말씀해주시죠.

조희연 교육감: "당시에는 어땠었냐면요. 생활부장이 모든 교사들의 기피부장이었어요. 생활부장을 구할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교사들이 어떤 소망을 갖고 있었냐면 학폭 관리 업무만 학교에서 빼주면 내가 정말 교육할 만하다. 그렇게 교사들이 하소연을 했어요.

그래서 제가 가끔 선생님들 만나면 '제가 그래서 학폭위 이관했는데, 지금은 행복하세요?' 그렇게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말 진정한 교육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당시 교사들은 부담과 심리적 압박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학폭위를 학교로부터 떼어내는 작업을 제가 주도했었고, 그 점에서는 만족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하지만 새로운 문제가 있는 거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 슬로우뉴스

 
- 교사의 재량과 권한을 좀 더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십니까. 학교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학교 안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게 문제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조희연: "100% 동의합니다. 그러니까 교사의 재량권일 수도 있고, 교권일 수도 있고, 교사의 교육 활동권이고, 이런 것을 훨씬 더 두텁게 보호해야 되는 절박한 시대로 와 있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행정하면서 보면 이런 거예요. 공무원들이 보신주의나 소극 행정에 빠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왜냐하면 요만한 잘못만 해도 난리가 나요. 그리고 언론에서 대서특필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교육청은 뭘 하고 있느냐고 비판해요. 그러면 우리 교육청은 시늉이라도 해야 돼요. 이런 악순환에 빠지면요. 공무원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어요. 교사도 계속 이런 사건이 쌓이면서 위축되는 거죠.

학폭 사건도 마찬가지예요. 학부모들 항의하죠. 또 나중에 소송전 휘말리죠. 교육지원청이 법률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지만, 결국 교사 개인이 비용을 부담해야죠. 그러면 결국 개입하지 않고 다른 데로 보내게 됩니다. 불개입주의가 현재로선 가장 최선의 방책인 거예요. 하지만 저는 어떤 의미에서 교사는 최대의 교육적 개입주의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대의 교육 불개입주의자가 돼 버리는 상황이죠."

- 학부모가 교사를 믿지 못하는 불신의 문제도 크고, 학교가 학부모 사이에 어떤 중재 역할을 못하는 역량 부족의 문제도 큰 것 같습니다. 교육감께서 말씀하신 오래전 마을 공동체의 역할, 이를테면 정말 진심으로 야단 쳐주는 어른의 존재가 지금은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극도로 개인화됐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어떻게 그런 역할을 학교 안으로 회복시킬 것인가. 대안을 듣고 싶습니다.

조희연: "네, 할 얘기가 너무 많아요. 저는 우리 사회에 대한 상당한 위기의식이 있어요. 지금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공존의 교육, 공존의 사회도 그런 맥락에서 얘기하고 있는 거죠. 교육에 있어서 언제나 '본질로 돌아가자'는 '백 투 더 베이식스'라는 문제의식이 있는 거고요."

- 교사, 학생, 학부모는 학교의 3주체입니다. 이들 주체는 제한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자가 아니라 공동의 목적을 위한 협력자가 돼야 할 텐데요. 그런 조화와 균형은 깨지고, 무한 경쟁입시 구조 속에서 (일부) 학부모가 자기 자녀의 이익, 권리 확보를 위해 학교에 너무 개입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조희연: "제가 2014년 교육감이 될 때만 하더라도 교사보다는 약자로서의 학생 권한을 어떻게 더 강화할 거냐는 문제가 더 시급했어요. 학생인권도 그 맥락에서 나왔고요. 그 다음에 학부모도 완전히 애 맡겨놓은 완전히 죄인이었죠. 그런데 그랬던 학부모를 어떻게 당당한 참여자로 만들 거냐는 관점에서 이제 일을 해왔었어요.

그런데 이제 지금은 시계추가 정반대로 왔어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정확히 학생의 권리도 보장돼야 하고, 학부모 참여권도 보장돼야 하지만, 지금은 학부모 참여권이 너무 과잉되는 거예요. 화나면 바로 교실에 쫓아 올라가요. 이제 시계추가 반대 방향으로 와 있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 얘기대로 교사의 재량과 권한을 좀 강화해서 교육적 판단, 교육적 개입 그리고 거기서 발생하는 혹시라도 어떤 문제에 대해서 좀 두터운 보호, 이렇게 가야만 이 문제가 좀 해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선생님들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조희연: "그렇습니다. 대표적인 게 아동학대 문제입니다. 교사로서는 일정한 교육적 해결을 위해서 학생을 지도했는데 학부모에 의해 아동학대로 신고될 수 있는 거죠."

- 학생인권과 교권을 마치 대립하는 것으로 보는 시선에 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참고로 최근, 2023년 7월 22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학생들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교권이 땅에 떨어지고 교실 현장이 붕괴됐다"고 말했다 - 기자 주)

조희연: "저는 병행론이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학생인권은 인권대로 철저하게 보장하면서 동시에 병행해서 교사의 교육 활동권과 지도권을 두텁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된다, 이렇게 저는 교육활동보호조례도 만들어서 지금 제출해 놓은 상태고요.

교육부에서도 교육활동 지도, 교권 보호 조항들을 확대해서 최근에는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권이 명문화됐고,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권을 지속적으로 거부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에 있어서는 지도할 수 있는 이 방향으로 보완이 이뤄져 가고 있습니다. 이런 방향에서 학생권을 보장하면서도 그것의 과잉을 막고 그와 함께 병행해서 교사의 교권을 충분히 강화하는 게 필요하고요.

그런데 이게 다 우리 사회 전체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권리와 의무, 권리와 책임 이게 다 동일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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