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쨩! 페스티벌'에서 라인댄스를 선보인 참여자들.
 '쨩! 페스티벌'에서 라인댄스를 선보인 참여자들.
ⓒ 은평시민신문

관련사진보기

 
일상은 분주하고 예술은 멀다. 전시회나 공연은 시간과 여유가 있는 이들의 전유물이다. 하지만 이는 문화와 예술이 사람을 얼마나 성장시킬 수 있는지 가늠하지 못하는 이들이 하는 소리다.

서울 은평구평생학습관에서 진행된 '쨩! 페스티벌'은 문화예술이 한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자신감을 불어 넣게 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 좋은 사례다. 막 페스티벌을 끝낸 참여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라인댄스 멤버를 모집하는데 인원이 부족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한다고 했고 친구를 꼬셔서 같이 하자고 했죠. 그런데 사실 저희 남편이 몸이 많이 안 좋아요. 밥도 차려드려야만 드실 수 있는 중증환자죠. 사실 고민이 많았어요. 혹시 제가 여기 참여하는 도중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하나, 그런 불안 속에서도 용기내서 도전했어요." - 이정순씨

"작년, 재작년에는 연극을 했잖아요. 그런데 라인댄스가 연극할 때보다 훨씬 재밌었어요. 연극은 끝나고 다서 별로 생각이 안 났는데 이건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 전영선씨

"어디 모임에 가도 매번 뒤쪽에서만 조용히 있다가 왔어요. 옷도 단색만 늘 입었죠. 그러던 제가 이번에 댄스를 하면서 반짝이 옷을 처음 입어봤어요. 주변 사람들이 웬일이냐고 그래요. 그래서 그랬죠. 나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요." - 강정애씨 


공연은 끝났지만 참여자들은 여전히 공연의 감동에 젖어 있었다. "정말 재미있었고 보람 있었다. 내년에도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은평시민신문>이 찾은 곳은 서울 은평구 역촌동에 위치한 은평구평생학습관 4층 공감홀이다. 

"아니 무대에서 공연하더니 이제 우릴 취재도 하고 우리도 스타가 되는 건가?"

취재배경을 설명하니 유쾌한 웃음과 함께 금방이라도 '저요. 저요'하며 손을 들 것만 같은 어린 학생들 표정을 짓는다. 
  
ⓒ 은평시민신문

관련사진보기


은평구평생학습관 공감홀에서는 지난 14일 한바탕 신나는 잔치가 벌어졌다. 바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지원하는 꿈다락 문화예술학교 사업으로 진행된 쨩! 페스티벌이다. 어린이 퍼포먼스 연극부터 낭독극, 라인댄스까지 그간 예술학교를 통해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고 가족과 친구들로 꽉 찬 객석의 환호가 그치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65세 이상 이십 명으로 구성된 라인댄스 무대는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라인댄스 팀은 한창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모여 함께 부딪히고 웃으면서 신나게 춤추는 시간을 가졌다.

공연에 참가한 20명의 평균연령은 76세. 하지만 숨겨진 재능과 끼를 찾다보면 나이란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예술이란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노력의 결과물은 '몸으로 말해요' 라인댄스로 펼쳐졌다. 

"다리 아파서 안 한다고 처음에는 앉아있는 시간이 많았지. 이런 댄스는 처음인데 정말 마음껏 해봤지."

올해 85세인 라인댄스 최고령 참여자 임이분 씨는 처음 참여할 때는 앉아있는 시간이 많았지만 그래도 끝까지 빠지지 않고 신나게 춤추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85세라는 나이가 도저히 믿기지 않는 모습은 아마도 새로운 도전의 끈을 놓지 않는 열정 때문이리라. 

참여자 이근순씨는 "저는 진짜 못할 줄 알았어요."라며 쑥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라인댄스를 지도한 이은경 강사는 "처음 오셨을 때는 혼자 바닥만 보고 계셨죠. 그런데 연습을 계속 하면서 자신감이 붙고 어느 순간 바닥이 아닌 거울을 보며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서 소름이 돋았다"고 전한다. 

문화집단 너느로가 진행한 꿈다락문화예술학교는 '누구나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쉽게 경험하고 이를 토대로 지역의 예술을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살아내면서 이겨내야 했던 지난날의 버거움을 이제는 좀 내려놓고 '예술 좀 아는 사람들'로 성장하는 과정은 참여자나 이를 지켜보는 이들 모두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너느로에서 기획을 맡고 있는 유은경씨는 "예술은 삶을 풍요롭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바로 그 시작점이 예술교육"이라고 강조한다. 

앞으로 바라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구동성으로 같은 답을 내놓는다. 

"내년에도 계속 함께 춤추고 싶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박은미 기자, #너느로, #쨩 페스티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은평시민신문은 은평의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풀뿌리 지역언론입니다. 시민의 알권리와 지역의 정론지라는 본연의 언론사명을 지키고 실현하기 위해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로 진실을 추구하며 참다운 지방자치와 풀뿌리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