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후대응 분야에 있어 골치 아픈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옷'이다. 플라스틱 재질인 폴리에스테르를 활용한 패스트 패션이 생산되고 유통되고 폐기되는 과정에서 방출되는 많은 탄소부터 물 소비, 수질오염, 공정무역 그리고 세탁할 때 버려지는 미세플라스틱 문제까지, 패션 산업의 부작용은 셀 수 없이 많지만 딱히 대안이 마땅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결국은 옷을 덜 사야 할텐데, 가끔씩 타도 되는 비행기 탑승과는 또 다른 문제이다.

그럴 때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책이 나왔다. 이 책의 저자는 누굴까, 궁금했다. 혹시 과격한 환경론자? 아니면 패션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사람? 그런데 둘 다 아니었다.

저자 이소연씨는 지역 생활 커뮤니티 '당근'에서 콘텐츠 편집인으로 일하는 직장인이다. 어릴 때부터 디자이너를 꿈꿀 만큼 옷에 진심인 30대 여성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벌써 5년째 옷을 단 한 벌도 사지 않았다고 한다.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소연 저자. OBS 라디오 <기후만민공동회 오늘의 기후> 인터뷰 장면 (2023년 11월 23일)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소연 저자. OBS 라디오 <기후만민공동회 오늘의 기후> 인터뷰 장면 (2023년 11월 23일)
ⓒ OBS 라디오

관련사진보기


<기후만민공동회 오늘의 기후>(OBS 라디오)에 출연한 23일에도 그녀는 10년 된 바지에 교환 장터에서 '득템'한 재킷을 입고 나왔다. 그런데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 오래된 옷이라는 설명을 들은 뒤에야 그런가 보다 하며 다시 봤지만 다시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았다.

"일단 바지는 제가 2014년부터 입었던 곧 10년이 되는 바지이고, 티는 언제 샀는지 모르겠는데 검정 목티라서 안에 티 안 나게 잘 입을 수 있더라고요. 이 재킷은 교환을 해온... (진행자 '예전에 유행이었다가 요즘 유행이 돌아온 어깨 넓은 체크무늬...') 맞아요. 교환하러 간 행사를 가면 이런 복고풍 옷이 많이 나오기도 하고 저도 부담 없이 가져올 수 있는 옷인 것 같아요." 

2천 원도 안되는 패딩의 비밀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됐다. 디자이너를 꿈꿨을 정도로 옷에 진심이었던 그녀는 왜 갑자기 옷을 사지 않기로 했을까?

"5년 전으로 돌아갑니다. 미국에서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분리배출 연구까지 할 정도로 환경에 관심이 많았는데 저의 퇴근길은 항상 쇼핑센터였어요. 스트레스도 많이 쌓였고 예쁜 옷도 좋아하니까. 더구나 미국 옷이 굉장히 싸거든요. 여름 옷의 경우 1달러도 안 되게 옷을 살 수 있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여름이라 역시즌 세일을 하는 날이었어요. 패딩이 있었는데 패딩이 1.5달러라고 쓰여 있는 거예요. 2천 원도 안 되는 돈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처음에는 '건졌다' 하며 안았는데 갑자기 '이 가격으로 어떻게 가능할까?' '도대체 이렇게 팔아서 뭐가 이득이 되길래 이렇게 팔지?' 의아했어요. 그래서 일단 놔두고 집에 와서 찾아봤더니...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죠."

그녀는 1.5달러 패딩을 통해 패스트패션 가격의 숨겨진 비밀이나 생산과정에서 이뤄지는 자연과 동물 착취, 유통과정에서 나오는 낭비 등에 대해 어렵지 않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이 지향하던 생활방식과 너무 달랐다.

"놀랍기도 하고, 화도 나고. 내가 이걸 왜 몰랐나... 그래서 그날을 계기로 제가 옷을 사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후 그녀는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지인들을 통해 옷을 만들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환경파괴가 실제로 더 심각하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고 이를 책으로 기록했다.
 
하루는 섬유회사에 다니는 한 친구와 오랜만에 술자리를 가졌다. 친구는 내게 물었다. "너 시셰퍼드(바다환경보호단체)인가 뭔가 하지 않냐? 그런데 바다 환경 보호하려면 너희 단체 색부터 바꾸는 게 좋을걸? 검정 옷 만드는 데 폐수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데." 그러고는 이내 농담처럼 덧붙였다. "얘들아, 똑같은 값이면 까만 옷 사. 검은색으로 만드는 게 돈이 많이 들거든. 여덟 배 비싸니까 여덟 배 이득이야." 섬유를 검은색으로 염색하는 게 다른 색보다 훨씬 비싸고 오래 걸리니, 생산가가 비싼 검은색 옷을 사는 게 이득이라는 기적의 논리였다.
- 이소연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중에서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산업용수 폐수 중 20퍼센트가 직류 처리와 염색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통계도 있었다. 폐수 방출이 얼마나 심각하면 동남아시아와 중국의 의류염색공장 주변 하천은 늘 그해 유행하는 색으로 물든다는 속설도 있다고 한다.

새 옷 사지 않고도 새 옷 입는 법

그렇게 굳건히 옷을 사지 않아 온 저자는 과연 5년간 어떤 방식으로 옷에 진심이던 현실을 다스릴 수 있었을까? 프로그램 진행자 김희숙씨(기후환경디제이)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책을 보니 '새 옷을 사지 않고도 새 옷을 입는 법'이라는 제목이 눈에 띄던데..."

"맞아요. 제가 환경이나 인권 문제 등으로 새 옷을 사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그게 낡은 옷, 못난 옷만 입겠다는 뜻은 아니었어요. 어떻게 하면 새 옷을 사지 않고도 새 옷을 입을까, 저에게 가장 필요했던 팁들이었는데요. 저는 가장 좋았던 게 친구들과 옷을 교환하거나 친구들한테 옷을 받는 거였어요. 제가 옷을 사지 않기로 했다고 쩌렁쩌렁 알리고 다녔거든요. 그랬더니 친구들이 계절마다 옷장 정리를 할 때 저한테 어울릴 만한 옷들을 선물로 주더라고요. 덕분에 횡재를 하고 득템을 했던..."


더구나 워낙 옷을 좋아하기에 저자의 옷장에는 다양한 옷들이 있었다. 그녀의 옷장을 본 지인들과 일상적으로 옷 교환도 했고 그런 행사 끝에 각자 취향에 맞는 새 옷 아닌 새 옷을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이소연 저, 돌고래) 표지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이소연 저, 돌고래) 표지
ⓒ 돌고래

관련사진보기

 

저자 이소연씨는 옷을 사지 않는다고 패션업계가 망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많이 사서 빨리 입고 버리는 소비 행태를 버리는 것이 결국 패션업계로 하여금 지속가능하고 순환가능한 혁신을 이루도록 강제할 것이며 그런 변화가 정말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고 말했다.

"저는 새 옷없이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하는데요. 꼭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지 않아도 충분히 나만의 방법으로 아름다워질 수 있으니 쇼핑 대신에 나 자신을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 이 내용은 지난 2023년 11월 23일 OBS 라디오 '기후만민공동회 오늘의 기후' 방송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오늘의 기후'는 지상파 라디오 최초로 기후위기 대응 내용으로만 매일 2시간 편성제작되고 있으며 FM 99.9 MHz OBS 라디오를 통해 경기, 인천 전역에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방송되고 있습니다. 유튜브 라이브(OBS 라디오 채널)와 팟캐스트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태그:#기후변화, #기후위기, #옷을사지않기로했습니다, #이소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늘의 기후 (FM99.9 OBS라디오) 연출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