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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서울 종로구 강당에서 '2021~2023년 LH 매입 임대주택 실태 분석 결과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2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서울 종로구 강당에서 '2021~2023년 LH 매입 임대주택 실태 분석 결과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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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3년 동안 임대주택 매입에 모두 10조8000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LH는 민간 건축 주택을 준공 뒤 매입하는 약정매입 관련으로 한 채당 7억3000만원을 투입했는데, 이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분양원가보다도 2배 이상 많았다. 

2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서울 종로구 강당에서 '2021~2023년 LH 매입 임대주택 실태 분석 결과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경실련은 앞서 심상정 의원실(녹색정의당)로부터 LH 매입 임대 주택 사업 매입 목록·공실 현황 자료를 입수해 이를 SH 위례지구 분양원가 자료와 비교·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LH는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총 3만9000호의 임대주택을 매입하면서 모두 10조8000억원을 지출했다. 평균 호당 가격은 2억8000만원이다. 

주택 매입 총금액은 2021년 5조3000억원(2만695호), 2022년 4조1000억원(1만4072호), 지난해 1조4000억원(4620호) 등으로 점차 감소했다. 반면, 호당 가격은 2021년 2억5000만원, 2022년 2억9000만원, 2023년 3억1000만원 등으로 매년 상승했다. 

집값 하락기에도 호당 매입 가격 올라...약정매입 비중 97%로 급등

집값 하락기였던 지난해에도 호당 가격이 오른 것은 LH가 약정매입 비중을 늘린 결과라는 것이 경실련 분석이다. 

임대주택 매입 방식은 기존 주택 매입과 민간에서 건축하는 주택에 대해 사전에 매입 약정을 맺고 준공 뒤 LH가 매입하는 약정매입으로 나뉘는데, 약정매입 비중이 점차 높아졌다는 것. 

LH의 전체 임대주택 매입 가운데 약정매입 비중은 지난 2021년 70%에서 2022년 88%로 급등한 뒤, 지난해에는 97%까지 올라섰다. 

지난 3년 동안 LH가 약정매입과 관련해 투입한 금액은 모두 8조7000억원이며, 약정매입 관련 평균 비중은 80%에 달했다. 이에 반해 기존 주택 매입에는 총 2조1000억원(20%)을 지출하는 데 그쳤다. LH가 약정매입과 관련해 기존 주택 매입의 4배 이상의 비용을 지출했다는 얘기다. 

정택수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 부장은 "약정매입은 건설업자들이 주택을 지으면 그 주택을 LH가 사주는 식"이라며 "이 과정에서 처음에 (구축) 주택을 매입하는 금액과 (구축) 주택을 철거하는 금액, 새로 주택을 짓는 금액 모두가 주택 비용에 포함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때문에 LH가 약정매입으로 주택을 사들이게 되면 굉장히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직접 짓는 아파트보다 2배 이상 비싼 약정매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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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의 약정매입 비용은 또 다른 주택공사인 SH보다도 2배 이상 많았다. 경실련이 지난 2021년 LH의 서울 지역 약정매입 관련 주택 매입가격과 SH의 위례지구 A-1 12BL 분양원가를 25평형(59㎡) 기준으로 환산한 결과, SH의 경우 호당 3억4000만원이었다. LH 약정매입의 경우에는 이보다 2배 이상 비싼 7억3000만원이었다. 

정 부장은 "공기업이 직접 아파트를 짓는 것보다 2배가 넘는 가격을 치러야만 매입임대 주택 1채를 매입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싸게 사들인 주택의 공실률도 높았다. 지난 2018년 2.0%에 불과했던 LH 매입 임대주택 공실률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2.8%로 올라섰고, 지난해에는 2.9%를 기록했다. 공실 수는 2018년 1920호, 2021년 4283호, 2022년 4587호, 2023년 5002호 등으로 집계됐다. 

조정흔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감정평가사)은 "LH가 공공택지를 조성하고, 강제수용권을 행사하는 이유는 안정적으로 주택을 공급하고, 국민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기 위함"이라며 "그런데 민간의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가격이 계속 부풀려져 이중, 삼중으로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심각한 예산 낭비...특정 업자 이득 몰아주기 의구심"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이날 경실련은 ▲건설원가 이하 매입 유도를 위한 매입 가격 기준 강화 ▲신축 약정매입 전면 중단 ▲매입 임대주택 정보 공개 등을 요구했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전 정부의 매입 임대주택에 대해 '매우 잘못된 정책'이라고 얘기해 정책 변화를 기대했지만, 분석 결과 정책적 변화가 크게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최근 다시 매입 임대주택 확대 추세도 나타나고 있어 정부의 정책 개선 의지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택 매입 과정에서의 예산 낭비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음에도 정부가 정책적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 것은, 결과적으로 특정 업자에게 이득을 몰아주려는 것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의 정책으로는 마이너스 효과만 나타날 것"이라며 "관련 정보부터 투명하게 공개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경실련, #LH, #매입임대, #약정매입,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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