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의 고군분투로 비록 2차 화재 확산을 막기는 했지만 태안 서부상가 대형화재는 소방서 추산 3억8천여만 원의 재산 피해와 함께 영세상인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안겨주었다.
특히 이번 화재는 상인들에게 큰 아픔을 안겨줌과 동시에 몇 가지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서부상가 화재 발생 이틀 전에도 같은 시장 내에서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대형화재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몇 가지 원인을 분석해봤다.
이번 화재로 인해 화재에서 취약한 재래시장의 예방 대책과 태안소방서의 필요성, 용의자 추적에 대한 경찰의 수사 미흡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화재취약 재래시장에 대한 화재예방 대책 미흡]
가장 먼저 이번 화재가 대형화재로 확산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은 재래시장에 대한 화재예방 대책이 미흡했다는 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지만 재래시장은 이마저도 소외되었다. 화재가 발생한 태안 서부상가는 지난 1995년 10월 27일에도 전기누전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당시 102개 점포 중 74개에 이르는 점포가 피해를 입는 등 대형화재가 발생한 사례가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소화전 조차도 상가시설 외부에 설치되어 있어 신속한 화재진압이 제한돼 소방차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었고, CCTV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아 방화에 의한 화재시 용의자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방화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을 경찰이 검거해 조사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횡설수설하고 있어 방화 용의자인지는 더 조사해 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부상가에서는 이날 화재가 발생하기 불과 하루 전인 4일 오전 3시 25분과 2일 오전 4시 37분 두 차례에 걸쳐 상가 내 김집과 싱글양은 점포 등지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방화 용의자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라 40대 용의자를 수배한 바 있지만 동일범으로 추정되는 용의자를 잡지 못해 이번 대형화재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또한 상가건물 전체가 화재에 취약한 재래시장이라는 점으로 인해 화재보험 가입도 어려워 노점상을 제외하고 이번에 피해를 입은 24개 소실 점포 중 단 3개 점포만이 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점도 어려운 영세상인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은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현재 '인정시장'(점포수 50개 이상)에서 '등록시장'(대규모 점포)으로의 화려한 비상을 꿈꾸던 서부상가 상인들은 이번 화재로 인해 재산피해는 물론 정신적, 심적으로 크나큰 타격을 입어 서부상가가 다시 부활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태안소방서 유치 수면 위로]
또 다른 문제점은 서부상가 등이 위치하고 있는 태안읍에 소방서가 없어 소방차 긴급출동이 제한되었다는 점이다.
현재 태안읍에는 서부상가에서 1.5km거리의 119안전센터가 위치하고 있지만 대형화재를 막기에는 소방장비가 부족하고, 인근 지역에 장비지원을 요청해야 하는 실정이다.
특히, 태안군을 관할하고 있는 서방소방서가 태안읍으로부터 18.5km의 비교적 원거리인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화재진압이 어려운 실정으로 다시 태안소방서 유치의 필요성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이번 화재가 발생한 뒤 화재현장에 있던 주민들은 "소방서가 너무 멀어서 초기에 불길을 잡지 못했다"며 "이는 태안에 소방서가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는 3곳의 큰 재래시장이 위치해있고, 태안에서는 큰 상권이 밀집해 있는 태안읍에 소방서 유치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방화용의자 수배했지만...]화재가 발생하기 전인 4일 오후 1시경 태안읍 재래시장 일대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자 경찰과 자율방범대 등에서는 대원들에게 40대 방화용의자를 수배하는 문자가 전달되었다.
"방화용의자-40대 남자, 스포츠머리, 흰색반팔, 검은색 바지착용 신고 부탁드립니다"
최근 태안읍 일대에서는 이번 화재 전에 10여 건이 넘는 화재발생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지난 2일과 4일 재래시장인 서부상가 내에서만 잇따라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하자 목격자들의 진술을 확보해 이 같은 수배령을 내렸다.
하지만, CCTV도 설치되어 있지 않아 용의자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이는 이번 대형화재로 이어졌다.
현재 경찰이 방화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을 검거해 조사 중에 있어 자세한 내용은 확인할 수 없지만 이번 화재가 발생하기 전부터 방화용의자를 추적해 온 경찰의 미온적 대처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찰은 방화용의자가 서부상가 중앙 부근에서 미상의 연소촉진제 등 방화도구를 사용하여 방화한 것으로 보고 용의자를 조사 중에 있지만 용의자가 횡설수설하고 있어 진술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화재가 발생하자 태안군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신속한 복구와 지원에 나섰다. 태안군은 화재가 발생하자 전직원 비상소집을 발령하여 진화에 나서는 한편 완전 진화될 때까지 현장을 중심으로 대응하고 화재가 진화되자 0시 29분에 군청에서 상우회장(회장 신용주)을 비롯한 실·과장이 모여 긴급회의를 소집 대책을 강구했다.
또한 태안군은 5일 오전 8시에 군청 상황실에서 상우회 관계자, 실·과장 등과 함께 2차 연석회의를 갖고, 9개팀으로 구성되어 있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중심으로 피해민 지원 및 구호, 화재현장 정리 등의 긴급 지원 및 복구에 나서고 있다.